[기고] 지역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다

한경웅 호서대학교 대외협력팀 과장 2025. 7. 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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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웅 호서대 대외협력팀 과장./사진제공=호서대

글로벌 대학 랭킹 플랫폼 에듀랭크(EduRank)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세계대학순위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포함한 인서울 대학들이 여전히 국내 최상위권을 유지한 가운데 KAIST와 부산대 등 지역 대학들이 전국 TOP 10에 포함되며 주목을 받았다.

에듀랭크는 전 세계 183개국 1만4131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술성과(45%), 비학술적 영향력(45%), 졸업생의 사회적 명성(10%)을 반영해 순위를 산정하는 독립 플랫폼이다. 특정 국가나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비영리 구조,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평가지표 및 방식의 전면 공개라는 점에서 투명성과 신뢰도가 높다.

특히 학술성과는 오픈알렉스(OpenAlex)가 보유한 1억1500만건의 논문과 29억건의 인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논문 출판 수는 물론 논문 간 인용 구조까지 반영한 분석 방식을 적용한다. 비학술적 영향력은 아레프스(Ahrefs)를 활용해 백링크 수와 웹 언급량 등을 측정하며, 졸업생 영향력은 온라인 언급 빈도와 사회적 파급력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올해 국내 대학 분석에는 193개교가 포함됐다. 상위권은 여전히 서울 소재 대학들이 차지했지만, 지역 대학들의 약진도 뚜렷했다.

대전·충청권에서는 KAIST가 전국 3위(아시아 52위)에 올라 이공계 특성화 대학으로서 위상을 입증했고, 충남대는 15위로 안정적인 연구성과를 기록했다. 공주대(49위), 호서대(58위)도 실용 기반 연구대학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남권에서는 포항공대가 전국 8위(아시아 132위)에 오르며 연구밀도와 인용 수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부산대는 전국 9위로 논문 생산성과 연구비 수주, 졸업생 사회적 영향력까지 고루 갖춘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경북대(10위), 영남대(21위)도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호남권에서는 전남대가 국내 23위(아시아 386위)에 올랐고 조선대(35위), 전북대(37위), 원광대(38위)가 뒤를 이었다. 전남대는 농생명·수의학 연구성과가 두드러졌고, 조선대는 재료과학·금속공학, 전북대는 생화학·유전학, 원광대는 한의학 등 특성화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강원·제주에서는 강원대(19위), 한림대(41위), 제주대(45위)가 이름을 올렸다. 강원대는 생명과학, 한림대는 의학 연구, 제주대는 해양·생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 결과에 대해 "지역 대학들이 산업과 연계한 독자적인 연구 기반을 확대하면서 수도권 쏠림 구조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며 "새 정부가 강조하는 실용 중심의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연계한 고등교육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은 명백한 현실이다. 서울의 인프라와 경제력, 네트워크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좋은 대학'의 기준은 브랜드나 입지에만 있지 않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대학의 본질적인 역할이 더 중요하다.

'지역이 무너지면 대한민국도 무너진다'는 말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가 초래하는 취약성은 사회 곳곳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대학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특히 국립대만이 지역의 대안이라는 인식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사립대 역시 지역사회와 산업 수요에 대응해 특화 인재를 양성하고, 청년의 지역 정주를 유도하는 등 지역 균형 발전의 실질적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국립대가 중심축 역할을 맡았지만, 변화하는 산업 구조와 교육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립대와의 상호보완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국립대의 안정성과 사립대의 혁신성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지역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교육을 통해 문명적 도약을 이뤄냈다. 산업화와 민주화, 디지털 전환에 이르기까지 그 동력은 서울과 지역을 가리지 않는 균형 속에서 형성됐다. 새 정부가 내세운 지역 균형 발전과 지역대학 경쟁력 강화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립·사립의 구분 없이 대학 고유의 역할과 실적을 반영하는 공정한 평가체계가 마련돼야 하며, 그에 부합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도 필요하다.

서울과 지역의 균형 발전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다. 그 중심에 지역 대학의 실질적인 육성과 협력이 자리해야 한다.

한경웅 호서대학교 대외협력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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