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북한 말고 아름다운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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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도 안 배운다더라." 차 안 라디오에서 들리는 북한 관련 뉴스에 큰이모께서 입을 여셨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학교에서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도 배웠지만 그보다 북한의 참상에 집중했던 안보교육이 뇌리에 더 또렷하다.
우리의 목표가 통일이라면 남한 내부에서라도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통일 후 이점을 강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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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도 안 배운다더라." 차 안 라디오에서 들리는 북한 관련 뉴스에 큰이모께서 입을 여셨다. 노래는 큰이모 세대 어른이라면 누구나 아는 동요인 듯하다.
그런데도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7년 이래 나는 6년간 한 번도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통일을 원하냐고 물으면 주변에서도 대답이 갈린다. 어쩌면 회의적 입장을 지닌 친구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통일연구원이 공개한 'KINU 통일의식 조사 2024'는 젊은 세대일수록 통일 필요성이 감소하며 밀레니얼 세대는 46.5%만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통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 제3•4조가 그 근거다.
이에 따라 통일부가 정부 부처로 존재하며 여당과 제1야당의 강령에도 평화통일이 기술돼 있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왜 통일에 큰 관심이 없을까. 기억을 되짚어 보면 학교에서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도 배웠지만 그보다 북한의 참상에 집중했던 안보교육이 뇌리에 더 또렷하다.
초등학교 강당에 모여 탈북민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들었다.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해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며 한국에 도착하기까지의 일들. 공립도서관에서 상영해 준 영화 '크로싱'은 이 과정을 더욱 상세히 보여 줬다. 자유가 극도로 억압된 사회,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어머니의 상처에 구더기가 들끓던 모습, 탈북하다 걸리자 아이까지 군홧발로 짓밟히고 수용소에 갇히던 끔찍한 장면들이 생생하다.
북한은 무섭고 못사는 곳, 빈곤하고 불우한 국가라는 이미지는 통일이 이뤄진다면 북한 주민을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감당해야 한다는 우려에 힘을 실어 준다.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소식은 여전히 오물풍선, 미사일 도발, 비핵화 거부 같은 이야기뿐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은 꿈같은 옛일이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정은 정권은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남조선을 대한민국으로 칭하며 남북한을 두 개의 국가로 구분하려는 모습이다. 과연 통일이 가능할지, 종국에는 정말 서로 다른 나라로 살게 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럽다.
우리의 목표가 통일이라면 남한 내부에서라도 북한의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통일 후 이점을 강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남북한이 하나가 된다면 많은 이득이 있겠지만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양쪽의 자연과 문화, 교통을 자유롭게 누리는 삶이다.
6개월의 교환학생 기간 동독과 서독의 문화와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독일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뮌헨 옥토버페스트는 동서 막론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하나가 돼 즐겼다. 숲이 너무 울창해 멀리서는 검은색으로 보일 정도라는 남서부의 블랙 포레스트, 제2차 세계대전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던 쾰른대성당, 크리스마스 마켓의 원조인 독일에서도 가장 오래된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 등⋯.
지난 13일 금강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 김만덕 할망에게까지도 전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금강산을 실제로 오를 날이 온다면 그 감회가 어떨까. 한반도 영토를 널리 확장했던 고구려 고분과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다면 비로소 한반도 삼국의 역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 테다. 북으로 이어진 철길을 따라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까지 갈 수 있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변화할까.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워 보이는 미래지만 그 가능성을 잊지 않고 되새긴다면 언젠가는 현실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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