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무더위 날릴 서늘한 한중일 추리·스릴러”… 소설 ‘매듭의 끝’ 外

이나경 기자 2025. 7. 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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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한 더위는 밤낮 없이 가실 줄 모른다. 국내든 외국이든, 혹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휴가를 보낼 이라면 서늘한 공포와 반전으로 뒷목을 오싹하게 만들 소설 한 권은 어떨까. 여름을 더욱 즐겁게 할 한·중·일 인기 작가들의 추리 스릴러 작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 매듭의 끝(정해연 지음, 현대문학 刊)
소설 ‘매듭의 끝’ (현대문학 刊)


뒤틀린 욕망은 사람을 어디까지 추락시킬 수 있는가. 친구, 연인, 가족 등 가장 내밀하고 가까운 관계는 어느 날 날카로운 칼날이 돼 파고든다. 소설 ‘매듭의 끝’은 말끔한 겉모습 속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을 파헤치며 ‘반전의 여왕’이란 수식어를 자랑하는 정해연 작가가 한국 추리·스릴러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홍학의 자리’ 이후 다시 한번 팬들을 즐겁게 할 작품이다.

그의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관계는 ‘어머니와 아들’이다. 작가는 “극한까지 처절한 모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뒤틀린 ‘모성(母性)’이란 욕망을 해부한다.

“엄마, 사람을 죽였어”. 인생의 목표라곤 오로지 회사와 아들의 성공뿐인 엄마 박희숙은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다’고 다짐한다. 사건을 담당한 이인우 형사는 박희숙-최진하 모자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칠수록 유년 시절 잔상이 떠올라 괴롭다. 그가 벗어날 수 없는 장면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와 자신이 어머니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품은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는 한 여성과, 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어머니를 의심하는 각기 다른 두 모자의 이야기를 숨 가쁘게 교차한다. ‘모성’이란 욕망이 은폐한 사실, 잘못 꼬인 매듭이 풀린 후에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 장미와 나이프(히가시노 게이고, 반타 刊)

소설 ‘장미와 나이프’ (반타 刊)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니아, 추리소설 ‘덕후’라면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소설 ‘장미와 나이프’는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미스테리한 장르 소설의 대가로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추리 세계의 정수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누적 판매 1억 부 돌파, 데뷔 40주년 기념으로 복간한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건의 구조와 인물의 심리, 반전의 쾌감을 어떻게 꾸려 나가는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작품이다.

소설은 정재계 VIP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회원제 조사기관 ‘탐정 클럽’과 고상함으로 포장된 ‘사회 부유층’ 의뢰인 사이에서 각자의 잇속과 이해관계에 담긴 추악한 가면 아래 민낯을 파헤친다.

작품은 대형 마트 사장의 죽음을 반드시 자살로 위장해야만 하는 이들과 탐정 클럽 간의 치열한 두뇌 게임 ‘위장의 밤’ 등 다섯 편의 이야기로 이뤄졌다. 일상 속 균열과 틈을 향한 몰입은 더위를 잊게 만든다.

■ 고독한 용의자

소설 ‘고독한 용의자’ (위즈덤하우스 刊)


작품은 정통 범죄 추리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회고발문에 가깝다. 타인의 표정을 궁금해하지 않는 차가운 잿빛의 도시는 어쩐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 도시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정신병을 안고 있는’ 홍콩이다. 구닥다리 아파트인 맨션에서 41세 남성 ‘셰바이천’이 방 안에서 숯을 피워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무심코 열어본 옷장에선 25개의 유리병이 나타나고 그 속엔 보존액에 담긴 시신이 들어있다. 인간의 팔다리와 장기, 괴로워하며 얼굴을 감싼 사람들. 강력반 형사 ‘쉬유이’ 경위는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해온 은둔형 외톨이 셰바이천을 범인으로 단정하지만, ‘바이천은 20년간 한 번도 방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는 뜻밖의 증언을 들으며 미궁에 빠진다.

작품은 ‘중화권 추리소설의 출발점’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작가 찬호께이의 ‘13·67’, ‘망내인’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리얼리즘을 표방한 범죄 추리소설로 코로나 이후 시대 홍콩 사회를 배경으로 했다. 사회현상의 반영 속에 독자에게 만족스러운 선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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