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고교학점제·통합수능에 시름깊은 고교…논문표절에 묻힌 이진숙 장관 검증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2025. 7. 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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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 마산 성지여고에서 고3 수험생이 야간자율학습(야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고등학교 교실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 장관들이 무작정 밀어붙였던 설익은 교육 정책들이 한꺼번에 동태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남수 장관(박근혜 정부)이 밀어붙였던 '문과·이과 통합'은 이과생의 '문과 침공(侵攻)'으로 이어졌으며 유은혜 장관(문재인 정부)의 '고교 학점제'는 시행 첫 학기부터 폐지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이주호 장관(윤석열 정부)이 졸속으로 밀어붙인 'AI 디지털 교과서'도 맞춤형 교육은커녕 교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킬러 문항'으로 홍역을 치른 '수능'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워 보인다.

새 정부에서도 고등학교 교실의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모양이다. 청문회를 앞두고 논문 표절과 자녀 고액 조기 유학 등 볼썽사나운 논란에 휩싸인 이진숙 장관 후보자에 대한 중등교육계의 눈길이 싸늘하다. 중등 교육에 대한 비전이나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시끌벅적한 고교 학점제와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도 어정쩡하다.

●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고교 학점제

지난 8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고교학점제 전면 폐지 및 재검토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학생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고교 학점제가 실제로는 "학점을 채우기 위한 무리한 과목 선택과 반복 수강으로 학생의 학업 스트레스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장 여건을 무시하고 섣부르게 시행한 고교 학점제는 "학생의 학습권과 정신 건강을 위해 전면 폐지하거나 최소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청원의 핵심 내용이다. 국회 청원에는 1주일 만에 12722명이 동의했다. 30일 이내에 5만 명이 동의하면 청원은 위원회 심의에 회부된다.

올해 3월부터 전면 실시된 고교 학점제의 실태는 암울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지난 24일 공개한 전국 고교 교사 1033명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으나 교원들의 희생으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는 응답이 54.9%로 가장 많았고 '폐지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31.9%였다.

'안정적으로 정책됐다'는 답변은 1.5%에 불과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도 고교 학점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로운 '선택 과목'을 통한 '학생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는 고교 학점제의 실패는 처음부터 분명하게 예정된 것이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할 여유조차 가질 수 없는 각박한 현실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자신의 진로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하라는 요구는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이유식도 떼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가족 외식 메뉴의 선택을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억지 요구다.

고교 학점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실 지나친 '교과목 쪼개기'다. 국어는 '화법과 언어·독서와 작문·문학·주제탐구 독서·문학과 영상·직무 의사소통'으로 쪼개져 있고 수학은 '대수·미적분Ⅰ·확률과 통계·미적분Ⅱ·경제수학·인공지능수학·직무수학'으로 나뉘어 있으며 '사회'와 '과학'도 각각 12개 과목이나 된다.

이는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의 '교과 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린 결과다. 고등학생에게 가르치겠다는 '직무의사소통'과 '경제수학·인공지능수학·직무수학'의 정체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마치 생선을 머리·몸통·꼬리의 세 토막으로 잘라놓고 어느 것을 먹을 것인지를 선택하게 강요하는 식의 고교 학점제는 의미가 없다. 생선의 머리만 맛보고 생선 맛을 배웠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의 토막 난 교육으로는 21세기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고등학교 교과목은 '쪼개기'가 아니라 '대통합'이 필요하다. 고등학교에서 화법·독서·작문·문법·문학을 구분해서 가르칠 이유가 없다.

한국지리·세계지리·경제지리 역시 실질적으로 분명히 구분되는 것도 아니고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의 구분이 언제나 중요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대 과학의 진정한 가치를 가르치려던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융합과학' 취지를 되살리는 노력이 절실하다.

● '통합' 과목의 무한 반복 학습

올해 고교 1학년 학생들이 겪어야 하는 시련은 고교 학점제만이 아니다. 고교 1학년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수능'도 완전히 달라진다.

2023년 11월 7일 화려하게 교육부로 돌아온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통합형 수능'이다. 선택과목에 따른 문·이과 구분을 차단하기 위해 수능을 고등학교 1학년 교과목 수준으로 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무늬만 '통합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수능의 선택과목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다. "학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점수 유불리' 현상을 해소하고 실질적 문·이과 통합을 통해 사회·과학 기초 소양을 바탕으로 한 융합적 학습을 유도하는 것"이 교육부가 강조하는 통합형 수능의 목표다. 

선택과목 난이도에 따른 점수 차이를 보정해준다고 하던 '표준변환점수'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학의 인문·사회계 학과 진학을 희망하면서도 수학에서 '확률과 통계' 대신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하는 '문과 침공'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교육부가 내세우는 '통합'은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사실상 모든 학생이 고등학교 교육의 1학년 내용에 한 번도 벗어나지 못하는 무한 반복 학습으로 고등학교를 마쳐야 하는 황당한 현실이 벌어지게 된다. 

수능에서 완전히 제외될 고등학교 2·3학년의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과목은 교실에서 사실상 사라지거나 또는 제한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 특히 '사회'와 '과학'의 본격적인 교육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당초 교육부는 수학의 일반선택 과목인 '대수·미적분Ⅰ·확률과통계'와 진로선택인 '미적분Ⅱ·기하'를 '심화수학'으로 남겨두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후 국가교육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심화수학'도 완전히 포기하였다. '심화사회'와 '심화과학'에 대한 고민 역시 처음부터 외면하였다.

교육부의 '통합형 수능'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처음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통합형 수능이 고교 학점제 시행에 따른 고교 교육의 정상화 취지를 무시했고 수험생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이유였다. 대한수학회 역시 격하게 반발하며 교육부가 내놓은 개편안이 대학의 이공계 교육을 붕괴시킬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지만 교육부의 쇠고집을 꺾을 장사는 없었다.

학생을 '문과'와 '이과'로 구분해서 낙인을 찍어주는 교육 제도는 다양성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 잡은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고등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똑같은 교과목을 배워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충분히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수능'이다. 미국의 SAT와 같은 진정한 통합 교과형 수능 출제가 불가능한 우리의 현실은 심각한 걸림돌이다. 우리가 1996년부터 선택과목을 허용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교육부가 틀어쥐고 있는 '수능'이 고등학교 교육을 가장 심각하게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공교육에서는 국정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획일적인 '수능'도 더 이상 의미를 찾기 어렵다. 

이제는 수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 옳다. 현실적으로 객관식 수능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 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 교육, 에너지, 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 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3200여 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질병의 연금술》《지금 과학》을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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