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읽기[유희경의 시:선(詩: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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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늦은 시들.
얼마예요, 묻고 값을 치르는 동안 손에 쥔 신문의 물성이 낯설다.
물을 엎지르면 신문부터 찾았다.
사람들이 다시 신문을 읽는 시대가 올까, 물어도 친구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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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늦은 시들./ 시라는 건 십중팔구/ 대단히 늦기 마련이다,/ 뱃사람이 보낸 편지가/ 그가 물에 빠져 죽은 후에 도착하듯.// 손쓸 수 없이 늦은, 그런 편지들과/ 늦은 시들은 비슷비슷해서/ 마치 물속을 헤치고 다다르는 듯해.
- 마거릿 애트우드 ‘늦은 시’(‘돌은 위로가 되지’)
버스정류장 가판대에서 신문을 집어 들었다. 얼마예요, 묻고 값을 치르는 동안 손에 쥔 신문의 물성이 낯설다. 신문값을 모른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여러 해 신문에 기고를 하면서도. 부끄러움에 괜히 신문 냄새를 맡아본다. 어쩐지 애틋해지고 만다.
아침 현관문을 열면 어김없이 놓여 있던 신문. 식탁에 올려놓으면 아버지 신문 넘기는 소리, 압력밥솥 속에서 익어가는 밥 냄새와 뒤섞여 달큼해진 아침 풍경. 물을 엎지르면 신문부터 찾았다. 창문을 닦으려면 신문을 구겼다. 베란다 한구석에 쌓인 신문을 노끈으로 묶어 등굣길에 오르던 폐휴지 모으는 날. 생활이었던 신문이고 일상이었던 신문 읽기여서, 오늘처럼 신문과 서먹해질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신문을 보고 친구가 반색한다. 얼마 만이야. 냉큼 펼쳐 읽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사람들이 다시 신문을 읽는 시대가 올까, 물어도 친구는 답이 없다. 글쎄 이렇다니까. 신문 읽는 사람은 말이 없다. 빼곡한 글자들에 사로잡혀 장소도 시간도 잊고 묵묵해지는 것이다. 나는 신문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골똘해진다. 난제다. 자원의 문제, 전달의 편의성이나 속도, 분량과 같은 금전과 환경 문제 등 실질적인 제약이 만만치 않다. 그저 옛날이 좋았다며 대책 없는 가치 옹호론만 외치고 싶지는 않은데.
친구가 넘기는 신문에서 신문 냄새가 훅 끼쳐 온다. 나는 궁리하기를 포기한다. 영원한 것은 없고, 누구나 편의를 좇기 마련이다. 또, 누군가는 여전히 갈마들며 소식을 접하고 양팔을 괴고 깨알 같은 글씨를 읽으며 가만해질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느리고 세세한 시간이 좋다. 잊고 있었으나, 잊지 말아야지. 내일도 신문을 사야겠다.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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