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도 구해주는 새 슈퍼맨이 더 정이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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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비현실적으로 압도적인 힘을 앞세운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은 인간들이 경외하거나 두려워해야 하는 초월적 존재였다.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 시리즈나 '슈퍼맨 리턴즈'의 렉스 루터보다 더 분명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빌런의 탄생 서사다.
오히려 슈퍼히어로 서사의 중심을 힘에서 감정으로 이동시켜 슈퍼맨에 대한 우리의 정서를 재정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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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영림(칼럼니스트)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슈퍼맨이 또 죽지도 않고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태양빛을 후광삼아 메시아처럼 내려오는 슈퍼맨이 아닌, 땅에 거침없이 쳐박히고 피 흘리는 슈퍼맨이다. 슈퍼맨을 안쓰럽게 여긴 게 언제였는지 떠올려보니, 이렇게 낯설 수가 없다.
그동안 DC는 헨리 카빌을 통해 슈퍼맨을 일종의 '신'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해 왔다. 비현실적으로 압도적인 힘을 앞세운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은 인간들이 경외하거나 두려워해야 하는 초월적 존재였다. 최근 개봉한 제임스 건의 '슈퍼맨'을 바라보는 극중 등장인물들의 시선도 사실 이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슈퍼맨을 배척 혹은 제거 대상으로 생각하는 세력도 존재한다. 앞서 벤 애플렉이 연기한 배트맨도 그러했고, 이번 '슈퍼맨'에서 렉스 루터도 그랬다. 둘의 논리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특히 이번 영화의 렉스 루터는 인간이 절대자에 가까운 존재를 직접 마주했을 때의 공포감, 질투, 무력감과 같은 복잡한 감정의 덩어리다.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 시리즈나 '슈퍼맨 리턴즈'의 렉스 루터보다 더 분명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빌런의 탄생 서사다.
이 대목에서 다시 벤 애플렉의 배트맨이 떠오른다. 배트맨이 슈퍼맨을 두려워한 이유는 철저히 이성적인 접근이었다. 그는 "슈퍼맨이 우리의 적이 될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며 슈퍼맨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통제 불가능한 힘'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이다.
반면 이 영화의 렉스 루터는 겉으로는 배트맨과 유사한 논리를 내세우지만, 안으로는 꽤 사적인 감정적인 동기로 움직인다. 그는 슈퍼맨을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동경하며, 슈퍼맨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존재 의의를 증명하려 한다. 목적이 정당하지 않으니 사용하는 수단 또한 가짜뉴스 살포, 여론조작 같은 치졸한 방법을 동원한다. 이렇게 빌런의 길에 들어선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이 렉스 루터를 대하는 슈퍼맨의 태도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데이비드 코런스웻이 왜 슈퍼맨을 연기하게 되었는지가 드러난다. 제임스 건이 보여주려 한 슈퍼맨은 때려부수는 슈퍼맨이 아니라, 경청하고 설득하는 슈퍼맨이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건이 창조한 새로운 슈퍼맨은 그동안 영화를 통해 표현된 그 어떤 슈퍼맨보다 압도적으로 선량하다. 메트로폴리스의 건물들이 무너지는 와중에 다람쥐를 구하고,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도 시민을 구하는 것이 먼저다. 너무 착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고, 만만하게 본다는 세상에서 이런 극단적인 선량함이 신선하다. 그리고 이 선량함이 '전략'이 아닌 '진심'이라서 더 반갑다.
이렇게 되어 버리니 관객 입장에서도 DC의 리부트고 뭐고 다 필요없어진다. 그리고 이 때 제임스 건이 결국 승리한다. 그는 슈퍼맨의 탄생 서사나 능력 소개를 과감하게 건너뛴다. 심지어 세계관 정립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슈퍼히어로 서사의 중심을 힘에서 감정으로 이동시켜 슈퍼맨에 대한 우리의 정서를 재정비한다. 어떻게 보면 흔히 말하는 '세탁기를 돌렸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뭐 어떤가. 이렇게 착하고 올바른데 그래도 우리가 슈퍼맨을 지겹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영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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