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신의 와인 Pick!] 7월 금계국의 황금빛 유혹, 비오니에가 선사하는 여름밤
이른 장마 끝에 찾아오는 여름 햇살은 어쩐지 더 강렬하다. 그 속에서 노랗게 피어난 금계국이 눈에 띈다. 산책길에서 자주 마주치는 이 꽃은, 아침 햇살처럼 밝고 환하며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 속에 기분 좋은 생기를 품고 있다. 넋 놓고 보고 있노라면, 금계국의 꽃말처럼 '상쾌한 기분'이 든다.

금계국은 북아메리카 산지 식물로써 번식력이 굉장히 강하여 들판에 넓게 퍼져 자라며 꽃은 8월까지 핀다. 특히, 선명한 노란색 꽃잎이 특징이며, 노란 코스모스보다 좀 더 진한 노란색을 띠지만 종종 혼동되기도 하는 꽃이다.
노랗게 피어 있는 금계국은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도 또, 예고 없이 쏟아지는 국지성 폭우 속에서도, 그 단단한 아름다움은 요란하고 소란스러운 더위에 지칠 줄 모르고 느슨한 여유를 한껏 보여준다.조용하고도 부드럽게 자기 색을 드러내는 금계국과 어울리는 비오니에(Viognier)의 향이 오늘, 그윽하게 풍겨온다.
프랑스 론 지방에서 유래한 비오니에는 복숭아와 살구 향, 은은한 꽃내음이 가득한 화이트 와인이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화사하지만, 그 속은 놀랄 만큼의 풍성함과 깊이가 담겨 있다. 겉보기에는 수수하고 순진해 보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단단한 향과 구조를 가진 와인이다.
나폴레옹 1세의 황후 조세핀과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좋아했다는 비오니에이다. 비오니에는 꽁드리유 AOC를 비롯한 프랑스 북부론 일대에서 많이 재배하는 포도 품종이며, 꽁드리유 AOC는 비오니에 와인만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비오니에는 프랑스 여러 지역에서 재배하였으나, 한때 멸종 위기까지 몰렸다가 지금은 프랑스 론 이외 랑그독, 그리고 캘리포니아나 워싱턴,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덴밸리 그리고 다른 신세계 와인 생산국에서도 비오니에 재배가 많아지고 있다. 프랑스 론의 비오니에와 신세계의 비오니에 와인은 맛과 향에서 차이가 있다.
다양한 지역의 비오니에를 경험하다 보면, 각 나라의 기후와 토양에 따라 맛과 향이 매우 다양하게 표현되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시원한 기후에서는 더 은은하고 섬세한 흰 꽃 향과 산미가 강조되며, 따뜻한 지역에서는 열대과일과 향신료의 향이 풍부하게 피어난다.
화강암 토양에서는 미네랄이 섬세하게 감돌고, 점토와 섞인 곳에서는 농밀하고 진한 바디감이 특징이다. 물론 오크 숙성과 스테인리스 숙성의 비교도 재미있다.
더위에 지친 요즘, 식욕을 되살리고 싶을 때, 시원하게 칠링 된 비오니에 와인 한잔은 그야말로 잠시라도 더위를 식혀 줄 최고의 선택이 되어 준다.
비오니에와 잘 어울리는 와인은 향신료로 음식을 만드는 아시아의 생선요리와 또 너무 무겁지 않은 다양한 한식과도 무척 조화롭다.
◆ 추천 와인
-와인명 :르 파라도, 비오니에 2021 (Le Paradou, Viognier) (Vegan 인증 비건 와인)
-원산지 : 프랑스, 'Paradou'(프로방스 지방 방언, '물레방아' 의미)
Chateau Pesquie가 소유한 물레방아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그들의 와인이 새로운 세대에 이어지기를 염원한다는 뜻.
과일의 순수한 향과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말로락틱 발효(MLF) 후 오크 배럴은 사용하지 않는다.
-색 : 투명하게 반짝이는 골드 컬러
-향 : 백도, 살구, 감귤류 아로마가 풍부하고, 잘 익은 과일의 향에 이어서 백합의 은은한 꽃향, 여러 흰 꽃 향의 은은한 조화
-비 건 : 비건와인(동물성 청징제 무첨가)
-Tasting note
입안에서는 그린 애플의 상큼함과 살구, 망고의 풍부한 과일 풍미가 조화롭고, 신선하고 균형 잡힌 맛에 좋은 미네랄리티를 보여준다. 산도는 크게 튀지 않으며 풍부한 향과 질감으로 깊이 있고 부드러운 와인이다.

/일반 요리/
해산물 요리, 크림소스 파스타, 닭고기 요리, 살짝 매콤한 아시아 요리도 좋고, 양고기구이, 고소한 돼지고기볶음 등과도 잘 어울리며, 불고기나 잡채 한식과의 궁합이 좋다.
/비건 요리/
구운 채소 : 아스파라거스, 애호박, 파프리카 등 다양한 채소를 올리브오일에 구워 허브와 함께 곁들이면 와인의 과일 향과 채소의 신선함이 잘 어우러진다.
버섯 리조또 : 트러플오일을 살짝 뿌린 버섯 리조또는 와인의 깊이감 있는 풍미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다.
두부 스테이크 : 허브와 함께 구운 두부 스테이크나 레몬 소스를 곁들인 두부 요리도 와인의 부드러운 산미와 잘 어울려 깔끔한 매칭이 된다.
병아리콩 샐러드 : 신선한 채소와 병아리콩, 상큼한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는 와인의 청량감을 더욱 살려준다.
해가 지고 붉은 노을이 창가를 물들이는 저녁,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시는 한 잔의 와인 그 한 모금이 전해주는 여운은, 이 여름이 주는 가장 조용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소란스러운 계절 속에서도, 조용히 자기 색을 드러내는 금계국처럼 우리도 그렇게 단단하고 은은하게 하루를 채워가면 좋겠다.

"와인은 흘러간 시간의 향기이자, 다가올 추억의 속삭임이다."
현재, 데일리경제, 머니투데이에서 와인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를 전공.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조리외식경영학 박사 수료를 했다.
여러 국내 와인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다년간의 와인전문숍, 와인전문바, 그리고 와인스쿨 운영으로 실무 현장 경험을 쌓았다. 식음료와 교육 분야의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와인 문화의 깊이를 탐구하고 있다.
로피시엘=박경배 기자 pyoungbok@lofficie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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