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권 부활은 대세, 제주시 ‘분할 vs 유지’ 행정체제 개편 뇌관

이동건 기자 2025. 7. 1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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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승격 70주년, 격동의 세월] ③ 행정시 폐지 기초단체 도입
동-서 제주시 분할? 기존 제주시 그대로 기초단체냐? 아니면 무산?

사회·문화·경제·정치 등 탐라국 시대부터 현재까지 제주의 중심지인 제주시가 1955년 9월1일 읍(邑)에서 시(市)로 승격해 올해 승격 70주년을 맞았다. 북제주군 제주읍에서 분리돼 제주시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북제주군마저 흡수, 인구 50만명 도시에 이르렀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우리나라 최초의 행정시 체제에서 인사권·예산권이 없다는 숱한 논란 속에 제주시가 법인격을 되찾으려 한다. 동제주-서제주로 구역을 나누는 방안도 함께 추진되면서 제주시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 지 난해하다. [제주의소리]는 승격 70주년을 맞은 제주시의 역사와 향후 과제 등을 3차례 걸쳐 되짚는다. [편집자 주]

[기사수정 17일 오전 11시30분] 제주시 승격 70주년, 행정시 체제 19년째인 2025년 현재 제주·서귀포시의 '행정시' 체제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수명이 다했다'이다. 전국 최초로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안착을 위한 과도기 체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패한 정책이라고까지 평가절하하기는 어렵다.

특별자치도 체계가 안정되면 자연스레 사라져야 할 행정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됐고, 되레 조직 규모가 더 커지는 등 당초 예상과는 정반대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세종특별자치시(市) 말고 제주특별자치도 이후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사례만으로도 '행정시'의 낮은 위상을 유추할 수 있다. 

제주를 모델로 삼은 강원과 전북 모두 기초자치단체는 유지하고 있다. 인구가 많아도 제주시와 같은 행정시 체제는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구 50만명 도시인 제주시의 시장을 시민이 직접 뽑지도 못한다"는 참정권 제한에 대한 지적은,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지방자치 정신과도 거리가 있다.  

이에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은 도지사에게 쏠린 권한을 나누겠다며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초의회를 포함한 기초자치단체를 설립하는게 골자다. 인구와 재정 규모 등을 고려해 행정구역은 현 제주시를 동·서 2개로 나눠, 기존 서귀포시까지 3개 자치시(市) 형태다. 

광역-기초단체 간 사무배분과 관련해서는 하수나 쓰레기처리, 대중교통 등 도전역에 공통되는 광역사무는 제주도가 갖고, 나머지 권한은 각 기초단체에 나누게 된다. 

이를 위해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에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과 준비지원단이 각각 설치돼 사전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추진되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안). 제주시 2개 분할을 골자로 한다. ⓒ제주의소리

행정시 예산은 제주시가 60%, 서귀포시가 40% 정도로 배분되고 있다. 제주시가 제주도 전체 인구의 약 72%를 차지하지만, 지역균형 발전 차원으로 서귀포시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면서 제주시민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행정체제개편 계획대로 제주시를 동·서로 나누면 인구 비율은 동제주시가 제주 전체 인구의 31%, 서제주시가 약 41%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인구 비율대로 예산이 배정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광역사무를 담당하는 제주도가 일정 세율을 통합 징수해 자치재정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분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주민투표가 추진된다. 제주도는 투표 결과를 정부에 알려 기초자치단체 설립의 근거로 활용할 계획이다. 주민투표는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 유효 투표를 기록해야 성립되지만,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주민투표는 투표율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낮은 투표율은 주민 수용성에 문제가 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행정체제 개편의 가장 큰 걸림돌은 행정구역 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11월 도내 국회의원 3명 중 1명인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이 이른바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으로 불리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서귀포시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에 암초로 등장했다. 

김 의원도 행정시 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기초자치단체를 설립하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전국적으로 '메가시티'가 추진되는 점을 토대로 현재의 제주시를 동·서로 분할하지 말고 온전히 유지한 채 서귀포시와 함께 2개의 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하는 내용이다. 

제주도는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보다는 주민투표까지 거쳐 도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한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안)이 정부와 국회 설득에 더욱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시가 2개로 분할될지, 그대로 유지될지는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지만, 특별자치도 출범 19년만에 추진되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중심에 '제주시'가 있는 셈이다. 도민사회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기존 행정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종 결과가 어떻게 도출될 지를 떠나 시(市) 승격 70주년을 맞은 제주시는 여러모로 대격변을 맞닥뜨리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