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지역 ‘영도’에 겁 없이 호텔 연 '호호아줌마' [강홍민의 굿잡]

2025. 7. 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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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아 서정적인호텔 영도점 사장

한 때 부산의 명소로 불리던 영도는 90년대 20만 명 이상의 인구 정점을 찍은 이후 빠르게 감소화가 진행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인구 10만의 벽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해 온 영도는 인구소멸과 더불어 고령화의 속도도 가파르다.

지난 5월 기준 65세 이상 영도구민은 3만5164명(33.3%)으로 ‘셋 중 한 명은 노인’이라는 말을 실감케 할 정도로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 탓에 동네 곳곳은 빈집으로 채워지고 있다. 빈 곳은 집뿐만 아니다. 한 때 인구 호황이던 시절, 곳곳에 즐비했던 모텔과 호텔의 간판은 하나 둘 불이 꺼져 더 이상 주변을 비추지 않는다.

있는 사람도 하나 둘 떠난다는 영도에 1년 전 호텔을 연 이가 있다. 30여 년 가까이 달고 있던 직장인 타이틀을 내려놓고 겁 없이 호텔의 문을 연 이승아 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도 중에서도 외진 하리에 떡하니 있는 호텔의 사장이 됐다.

첫 만남에 '호호아줌마'와 같은 부드러운 인상 탓에 이 고된 숙박업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잠시, 게임기를 손에 쥔 사춘기 마냥 그간 쌓인 이야기 보따리를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지천명이 넘어 처음 설레는 일을 만났다는 그녀를 부산 영도 하리에 위치한 ‘서정적인호텔’에서 만났다.

이승아 서정적인호텔 영도점 사장



인구소멸지역인 부산 영도에 호텔을 열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네요.
“그러게요. 이제 딱 오픈한 지 1년 됐어요. 작년 7월 중순에 오픈해 1년을 꼬박 채웠네요.(웃음) 처음 이 동네에서 호텔을 한다고 했을 땐 주변에서 ‘그게 되겠냐’고 많이 말렸는데, 벌써 1년이네요. 정말.(웃음)”

원래는 직장생활을 하셨다고요.
“그렇죠.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했었어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인구소멸지역에 호텔을 열게 된 분명한 계기가 있겠군요.
“좀 웃긴 이야긴데, 2000년도 초반 무렵에 너도 나도 한다는 재테크를 저도 해본다고 경매를 배운 적이 있었어요. 지방에 있는 아파트가 경매로 낙찰돼 서류에 도장을 찍었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 도장이었던 거죠. 당시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유품 정리하다가 섞였었나 봐요. 그 아파트는 경매가 취소가 됐고, 그 다음 저에게 온 물건이 지금 이 곳의 허름한 여관이었어요.”

부산 출신이니 영도는 잘 아셨겠네요.
“영도는 잘 알고 있었죠. 근데 하리까진 올 일이 없거든요. 처음 이 동네에 왔을 땐 좀 음습한 느낌이었어요. 위치도 그렇고, 건물도 오래돼서 경매에 올려도 계속 유찰이 됐던 건물이었어요. 인기가 없었죠. 그러다 부동산에서 생각보다 저렴하게 나온 것 같다고 추천을 해주길래 고민 끝에 인수를 하기로 맘먹었어요. 처음엔 깊게 고민 안 하고 임대를 주고, 월세 한 번 받아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계획대로 되던가요.
“처음엔 그랬죠. 2011년도에 낙찰 받아 여관에서 모텔로 바꿨어요. 내부 리모델링도 깔끔하게 해놨죠. 당시 노부부가 임차인으로 들어오셔서 모텔 운영을 한 10년 가까이 했어요.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져 갑자기 발길이 뚝 끊겨 버렸죠. 손님들이 안 오니 매출은 없고, 월세는 내야 되니 그 분들이 굉장히 힘들어 하셨어요. 그래서 월세를 50% 깎았는데도 결국 버티질 못하셨어요.”

코로나19가 꽤나 길었잖아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봤겠군요.
“그렇죠. 그분들이 나가시고 건물 안을 들어가 보니 가관이더라고요. 쓰레기가 한쪽에 방치돼 있고, 군데군데가 다 망가져 있었죠. 그분들이 나이가 많으셔서 그냥 고장 나도 말씀 안하시고 쓰셨던 것 같아요. 저희도 자주 방문하면 부담스러우실까봐 안 찾아갔던 게 일을 키운 거죠. 그 뒤로 모텔을 운영할 직원을 한 명 채용해 맡겼는데, 그것도 돈만 들어가고 잘 안됐어요. 그래서 헐값에라도 정리를 해야 할 지, 아니면 제가 맡아서 할 수 있을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두 가지 갈래 중 직접 운영하는 쪽을 선택했군요.
“한 번 해보자는 맘을 먹었죠. 유튜브, SNS, 주변에 숙박업을 해 본 지인 등등 물어볼 수 있는 곳들은 다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혼자서 숙박업을 10년 가까이 한 분을 우연히 알게 됐어요. 메일을 보냈더니 제 사정을 듣고 선뜻 도와주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자신도 이 업이 힘든 걸 아니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나 봐요. 직접 부산 영도까지 내려오셔서 상권도 봐주시고 여러 가이드를 해주셨어요. 제에겐 멘토나 다름없죠.”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인테리어부터 운영 시스템, 마케팅 등 전반적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셨어요. ‘서정적인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청주, 광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분이었어요. 저희도 그 브랜드를 쓰지만 로열티를 내진 않아요. 그만큼 배려를 해주신 거죠.”

호텔을 준비할 때까지 회사생활을 병행했나요.
“오픈 한 달 전에 퇴사를 했어요. 어떻게 보면 양 갈래의 길 중 한 길을 끊어버린 거잖아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막상 전 괜찮았어요. ‘그동안 살면서 나쁜 짓을 안 했기 때문에 내가 벌 받을 일이 있겠어’라는 생각이었어요. 남편도 저한테 하지 말라는 말은 안했어요. 만약 남편이 그만두라고 했으면 아마 못했을 걸요.(웃음)”

‘영도 하리’라는 지리적 단점과 홍보가 걱정 되진 않던가요.
“오픈하고 한 보름 동안은 정말 조마조마했어요. 언제 손님이 올지 모르니 불안해서 집에 가질 못했어요. 청소를 다 해놨는데도 불안해 객실로 뛰어 올라가 다시 청소하고, 뭐 빠진 것 없는지 수시로 체크하면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죠. 초반에는 저희가 이렇게 준비한 걸 알리기 위해서 플랫폼에 광고를 많이 했었어요. 한 2주 지나고 나면서 하나 둘 씩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부산 영도 하리에 위치한 '서정적인 호텔'의 낮과 밤 모습



모텔에서 호텔로 변경하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그건 신고 사항이기 때문에 업종 변경만 하면 됐어요. 그냥 호텔로 이름만 바꾸는 게 아니라 진짜 호텔만의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게 중요했죠. 그래서 리모델링도 하고, 저희 호텔만의 서비스를 찾기 시작했죠.”

재오픈 한 지 1년이 지났는데, 매출은 올랐나요.
“호텔로 재오픈한 뒤 평균 데이터를 뽑아봤더니 약 4~5배는 올랐더라고요. 주말에는 거의 만실이고, 단골손님들도 생기고요.”

이 호텔의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호텔을 준비하면서 주변에 있는 경쟁 호텔들을 안 가봤어요. 막상 주변의 숙박시설을 가보면 제 생각이 거기에 머무를 것 같았거든요. 정답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이 공간에서 좀 푹 쉬고 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는 목표 하나만 세웠어요. 사실 하리에 있는 숙박시설 치곤 가격도 비싼 편이에요. 그럼에도 이 공간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처음 해보는 호텔업이 힘들 때도 있었을 것 같아요.
“내부 설비 문제가 생겼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겨울에 보일러가 터져 온수가 안 나온 적이 있었는데, 가정집이라면 그냥 참고 쓰겠지만 여긴 11개의 객실에 문제가 생긴 거잖아요. 손님이 아침에 씻고 나가셔야 하는데 찬물이 나오니 정말 난감했죠. 환불해 드리기도 하고, 괜찮다고 하시는 분들에겐 목욕비를 따로 챙겨드리기도 했어요.”

SNS도 굉장히 활발하게 하시던데 원래 관심이 있었나요.
“사실 이전까진 영상 콘텐츠나 SNS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아까 말씀드린 멘토 사장님께서 가이드를 해주셨어요. 인구소멸지역인 영도에서 호텔을 열게 된 계기, 그리고 영도 맛집을 소개하는 콘텐츠 등 다양한 영상 기획부터 편집까지 코치를 해주고 있죠.”

서정적인 호텔만의 차별화 서비스도 반응이 좋다고 들었어요.
“제가 호텔이란 걸 처음 해보니 의욕이 넘치더라고요. 그래서 부산, 특히 영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뭐가 있을지 많이 찾아다녔어요. 부산에서 제조되는 수제 맥주가 있어요. 직접 맥주 회사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죠. 아주 작은 호텔이고, 부산에 한 곳 뿐이지만 꼭 부산 맥주를 넣고 싶다고요. 근데 그 대표님이 직접 호텔로 오셔서 보시곤 “한번 해보입시다” 하시더군요.(웃음) 사실 수익이 많이 나진 않겠지만 제 진심을 봐 주신 것 같아 감사했죠.
그리고 영도가 우리나라 최초로 조내기 고구마를 재배한 지역이에요. 영도에서 만든 조내기빵을 계약해 호텔 조식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또 영도 하면 삼진어묵이잖아요. 커피도 아주 유명하고요. 앞으로 저희 호텔에서 보여드릴 게 너무 많아요.(웃음)”

투숙객들이 남기고 간 '서정적인 메모'



길진 않지만 호텔을 운영하면서 숙박업을 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부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초보 자영업자가 생각하는 건 서비스 마인드 같아요. ‘만약 내가 이곳을 예약하고 들어왔다면 어떤 점이 불편할까’를 계속 생각해요. 저희는 무인으로 운영돼 나이 드신 분들은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이용하실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해요. 또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깔끔하고 정돈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싶거든요. 예를 들어, 욕실에 샴푸·린스·바디샤워제의 주입구를 쓰기 편하게 열을 맞춰 놓는다던가, 냉장고에 맥주 라벨의 각을 맞춰 진열해놓는 걸 굉장히 신경 쓰거든요. 옷걸이, 소파, 침대커버도 강박이 있는 사람마냥 수시로 계속 확인하고 오와 열을 맞춰요. 어떻게 보면 직업병인데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전혀 깔끔 떠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제가 이렇게 바뀔 줄은 정말 몰랐어요.(웃음)”

창업, 특히 숙박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하시나요.
“개인적으론 추천하고 싶어요. 숙박업에 대한 꿈도 좋고, 속으로 생각해 둔 꿈이 있다면 작게라도 시도해보셨으면 해요.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오십 평생 처음 해보는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채용부터 고객 응대, 시스템을 만드는 일, 세금 등등 몰랐던 걸 하나씩 배우고 직접 해나가면서 성장하는 걸 느꼈고 또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직장생활 할 때와는 정말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재미와 고통이 동반되는 걸 추천 드리고 싶네요.(웃음)”

직장생활과 창업, 둘 중 만족도는 뭐가 더 높나요.
“당연히 호텔이죠. 수입은 말할 것도 없고요. 직장 다닐 때보다 일의 집중도와 스트레스는 더 높아졌지만 수입도 마찬가지로 더 올랐어요. 부산 맥주나 고구마빵 같이 스스로 생각했던 걸 바로 실행에 옮긴다는 그 재미를 알아버렸어요. 제 영업장이 작지만 경영을 하는 거잖아요. 그 책임은 무겁게 다가오지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웃음)”

기억에 남는 투숙객도 있을 것 같아요.
“한 번은 60대 노부부가 오신 적이 있어요. 손자들을 봐주기 위해 영도에 한 번씩 오시는 분들이었는데, 집이 좁아 잘 수 없어 저희 호텔로 오신 거였어요. 그분들이 가시면서 방 안에 있는 메모지에 ‘이 공간에 머물고 가는 게 너무 좋았다’라는 글을 적어 놓고 가신 거예요. 제가 이 호텔을 만들면서 이런 분들이 왔으면 좋겠다고 상상한 그런 분들이었어요. 정말 감동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거창한 계획이나 목표는 없어요. 다만 이 공간에서 음악회를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투박하지만 정이 스며 든 이 곳 영도 하리에서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런 작은 공연이요. 이것도 막연한 생각이라 관심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주세요.(웃음)”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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