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폭력’속에서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묻고 싶었다”

인지현 기자 2025. 7. 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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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의문부호는 무수히 따라붙는데 답은 없는 문제들이 많잖아요. 예를 들어 부모는 어떻게 자기모순을 견디면서 자식을 학대할 수 있는가, 왜 모든 폭력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가, 아이들은 폭력 속에서도 왜 부모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 등요. 누군가는 '답을 내릴 수 없는 걸 뭐 하러 고민해'라고 하지만, 소설가의 역할은 해결되지 않는 무수한 고민들을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정 작가는 "아동학대의 가장 아픈 지점은, 폭력을 일삼는 부모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녀 모두 서로를 병적으로 사랑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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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너에게 묻는다’ 낸 정용준
“모두가 폭력 피해자이자 가해자
인간은 뭘까, 사랑은 뭘까 질문“
정용준 작가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신간 장편소설 ‘너에게 묻는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살다 보면 의문부호는 무수히 따라붙는데 답은 없는 문제들이 많잖아요. 예를 들어 부모는 어떻게 자기모순을 견디면서 자식을 학대할 수 있는가, 왜 모든 폭력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가, 아이들은 폭력 속에서도 왜 부모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 등요. 누군가는 ‘답을 내릴 수 없는 걸 뭐 하러 고민해’라고 하지만, 소설가의 역할은 해결되지 않는 무수한 고민들을 드러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용준 작가는 신작 소설 ‘너에게 묻는다’(안온북스)에서 아동학대에 얽힌 인물들의 상처와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아동학대 가해자거나 혹은 피해자인 인물들의 삶은 제각기의 방식으로 전개되고 교차된다. 끝내 남는 것은 아름다운 회복의 과정이라거나 눈물겨운 화해가 아니다. 수많은 질문은 애써 답을 찾기보다 질문으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가 독자에게 시선을 돌린다. “삶을 가득 채운 수많은 폭력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살아낼 것이냐”고 말이다. 정 작가는 신간 발매 후 지난 7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특히 이런 폭력들이 사랑과 얽혀 가해지면서 사람에게 어떤 상흔을 남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TV 시사고발 프로그램 작가인 유희진이 어느 날부터 실종되기 시작한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흔적을 쫓는 과정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유희진이 참여한 프로그램 ‘진실의 탐구’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을 조명하면서 화제를 모으지만, 가해자들은 결국 자녀 곁으로 돌아오곤 한다. 정 작가는 아동학대를 소설의 소재로 삼은 데 대해 “사실 모든 사람이 크든 작든 (아동학대와 비슷한 일종의 폭력을) 겪고 또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심에서 작동하는 심리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유희진은 가해자들의 근황을 취재하던 중 가해자들이 연달아 실종된 사실을 포착해낸다. 그가 특히 주목한 인물은 안인수 목사. 안 목사는 ‘토기장이가 그릇을 만들 때 자기 마음대로 만들 권한이 있다’며 스스로를 토기장이, 자녀를 토기에 빗댄 채 학대를 일삼는 인물이다. 정 작가는 “깨트릴 토기를 만드는 토기장이, 자신이 만든 토기를 탓하는 토기장이의 모순에 대해 스스로 많이 고민했고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아동학대 피해자였던 유희진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 앞에서 자신의 상처를 몸서리치며 들여다본다.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정 작가는 “아동학대의 가장 아픈 지점은, 폭력을 일삼는 부모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녀 모두 서로를 병적으로 사랑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런 안 목사가 교도소에서 가석방된 후 실종된 것이다. 유희진은 아동학대 예방단체의 한 활동가가 배후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또 다른 활동가 장선기에게 그의 행방을 묻는다. 그런데 장선기는 “사법적 처벌이 부족할 때, 만약 누군가 가해자를 사적으로 단죄한다면 그게 잘못이냐”고 되묻는다. 정 작가는 “우리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면 사회가 단죄해주길 바라지만 사실 법은 인간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이 없다”며 “사적 처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쯤 법이 담아내기 힘든 인간적인 마음과 시선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저는 결국 이 작품을 통해 사람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인가 묻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인간적이라는 게 뭘까, 올바른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런거요. 누군가에게 향하는 질문이기 전에 스스로 늘 품고 있는 의문에 가깝지만요.”

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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