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 “철학 없는 연장, 국민 불신만 키워”

천경석 기자 2025. 7. 1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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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탈원전주의자는 아닙니다. 원자력 안전주의자입니다."

설계 수명 만료를 앞둔 한빛원전 1·2호기의 수명 연장 추진과 관련해 인근 주민들의 우려와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의 한병섭 이사는 '철학 없는 안전 관리'와 '불투명한 소통'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원전의 기술적 활용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안전 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연장은 오히려 원자력계에 더 큰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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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 본인 제공

“저는 탈원전주의자는 아닙니다. 원자력 안전주의자입니다.”

설계 수명 만료를 앞둔 한빛원전 1·2호기의 수명 연장 추진과 관련해 인근 주민들의 우려와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의 한병섭 이사는 ‘철학 없는 안전 관리’와 ‘불투명한 소통’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원전의 기술적 활용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안전 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연장은 오히려 원자력계에 더 큰 후폭풍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이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한빛원전 1·2호기를 포함한 국내 노후 원전 대부분은 2000년 이전에 설계돼 ‘중대 사고’를 고려하지 않은 구조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야 원전 중대 사고 개념을 법제도화했지만, 미국과 일본은 훨씬 앞서 이를 반영하고 대규모 안전 보강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이사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원전 한 기당 약 2조원을 투자해 보강에 나섰지만, 한국은 원전 설비 교체로 3천억원가량을 쓴다고 한다”며 “단순 수치만으로 비교는 어렵지만, 주민들이 안전한 원전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기술뿐만이 아니다. 그는 “국가가 철학을 갖고 원전을 관리하고 있는가”라는 원전을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현재 논의의 중심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사업자로서 연장을 주장할 수 있지만, 객관적 판단을 내려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나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이 논의 확장 등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원전 수명 연장을 위한 주민 의견 수렴 방식도 문제로 꼽았다. 한 이사는 “지금의 공청회는 사실상 한수원의 설명회일 뿐”이라며 “원자력안전위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중재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책임 있는 국가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전북 부안과 전남 장성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는 주민 반발로 파행을 맞기도 했다.

한빛원전에서는 격납 건물 철판 부식, 내진 설계 부실, 제어봉 오작동 등 100건이 넘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한 이사는 “영광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광주를 포함한 300만이 넘는 인구가 영향권에 든다”며 “한빛이든 고리(원전)든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서는 국가 전체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 원자력 정책이 기술적 가능성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적, 공학적으로야 원전은 더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면, 아무리 튼튼해도 그 설비는 위험한 것입니다.”

천경석 기자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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