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된 업무지원인제...속타는 중증장애 1인 기업

정봉비 기자 2025. 7. 16. 07: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속해 있는 활동지원센터에서 '잘하고 계시죠?'라고 전화가 와요. 구청에서 부정수급 검사하러 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예요. 항상 불안하죠."

양팔이 없는 지체장애인으로 교육 관련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이범식(60)씨는 "하루에 3시간이라는 지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지난해에는 그나마 업무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보탬이 됐는데, 올해는 탈락했다"며 "복사물을 가져온다든지 사무실 환경을 정리하는 일을 할 수 없어 일을 하다가 조금만 지나도 사무실이 난장판이 된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증시각장애인 ㄱ(64)씨가 운영하는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안마원. 정봉비 기자

“속해 있는 활동지원센터에서 ‘잘하고 계시죠?’라고 전화가 와요. 구청에서 부정수급 검사하러 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예요. 항상 불안하죠.”

시각장애인 ㄱ(64)씨가 운영하는 서울 도봉구의 한 안마원에서 일하는 ㄴ(58)씨는 14일 한겨레에 불안감을 토로했다. ㄴ씨는 ㄱ씨에게 ‘활동지원사’ 겸 ‘업무지원인’이다. 오전 7시~오후 1시30분, 오후 4시30분~7시30분엔 활동지원사 자격으로 식사나 청소 등 업무와 무관한 ㄱ씨의 일상생활을 돕는다.

그사이인 오후 1시30분~4시30분, 3시간은 업무지원인으로서 ㄱ씨의 업무를 돕는다. 온라인 예약 관리, 각종 앱의 후기 관리, 고객 상담, 서류 작성, 바우처 전산 처리 등 시각장애를 지닌 ㄱ씨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업무를 돕기에 3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ㄴ씨가 하루에 업무지원인 역할을 3시간 넘겨서 하면, 즉 활동지원사로 일할 시간에 ㄱ씨의 업무를 도우면 규정 위반이다. ㄴ씨는 “불법인 걸 알면서도 일은 이어지니 곁에서 두고 볼 수만은 없어 하루 3시간을 넘겨도 예약 처리나 전산 업무를 한다. 그러다가 구청에서 전화가 오면 최대한 신분을 숨긴다”며 아슬아슬하게 ㄱ씨 업무 지원을 이어가는 상황을 전했다.

업무지원인 제도가 도입 2년째 예산 부족으로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 ‘빛 좋은 개살구’라는 장애인 자영업자와 업무지원인들의 호소가 이어진다. 업무지원인은 1인 중증장애 기업인(자영업자)의 일을 돕는다. 이전의 장애인 지원 체계에서 ‘활동지원사’는 일상생활 외에 장애인의 ‘생업’을 지원할 수 없었다. 장애인 1인 자영업자가 놓인 사각지대를 해소하려 2023년 ‘장애인기업활동 촉진법’이 개정돼 이들의 일을 돕는 ‘업무지원인’ 제도가 만들어졌다.

제도는 만들었지만 정부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가 그나마 기존 다른 사업 예산 2억원을 돌려 시범사업을 하는 정도다. 이 정도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수혜 기업은 한 해 40곳뿐이다. 그마저도 한 기업당 월 60시간 미만, 하루 최대 3시간 수준이다.

시각장애인 ㄱ씨는 “업무지원인 지원 시간이 너무 짧고 활동지원사가 그 업무를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누군가가 고발한다든가 괘씸죄에 걸리면 누구나 다 범법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혼자 안마원을 운영하던 장성일(44)씨는 이런 사각지대를 규탄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활동지원사가 장씨 업무를 도운 것이 문제가 돼 5년간 지급된 활동 지원 급여 2억원을 환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들은 뒤였다.

3시간이나마 업무지원인을 지원받는 ㄱ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전체 중증장애인 1인 기업은 8802개(장애인기업 실태조사, 2023년 기준)로 이 중 지원 대상에 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양팔이 없는 지체장애인으로 교육 관련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이범식(60)씨는 “하루에 3시간이라는 지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지난해에는 그나마 업무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보탬이 됐는데, 올해는 탈락했다”며 “복사물을 가져온다든지 사무실 환경을 정리하는 일을 할 수 없어 일을 하다가 조금만 지나도 사무실이 난장판이 된다”고 했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는 업무지원인을 389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루 8시간 지원하는 데 예산 6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해 12월 업무 지원 제도 예산 지원의 법적 근거를 담은 장애인기업활동 촉진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본예산 때 관련 예산이 반영되어서 어려움에 처한 1인 중증장애인 기업인들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봉비 박찬희 기자 be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