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꽃자리 / 구상

송태섭 기자 2025. 7.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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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는 '꽃'이란 사물의 존재와 '자리'란 장소의 문제를 깊이 성찰한 시다.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수다 방(房)이자 손가락들의 '꽃자리'이며, 누구나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꽃방석'인 셈이다.

구상 시인(본명 구상준, 1919~2004년, 서울 출생)의 꽃자리는 지혜의 시이자 잠언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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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유치찬란』(1989, 삼성출판사)

「꽃자리」는 '꽃'이란 사물의 존재와 '자리'란 장소의 문제를 깊이 성찰한 시다. 나는 장미가 핀 베란다 뜰이 보이는 오후의 서재를 서성이며, 이 시를 소리 내어 읊조려 본다. 삶이 팍팍한 이 시대에 '꽃자리'는 정말로 꼭 한 번은 암송해야 할 시로 읽힌다. 좋은 서정시 한 편은 고단한 하루의 몸과 마음의 여독을 풀어주는 영혼의 '꽃자리'이다.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수다 방(房)이자 손가락들의 '꽃자리'이며, 누구나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꽃방석'인 셈이다. 구상 시인(본명 구상준, 1919~2004년, 서울 출생)의 「꽃자리」는 지혜의 시이자 잠언시다. 무슨 말인지조차 알아챌 수 없는 오늘날 산문시에서 사뭇 비켜나 있는 이 시는, 불통의 현대인에게 위안과 치유의 효과가 있다. 전시대 사람들은 이웃을 만나면 꼭,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가 쳐다보는 것조차 "가시방석"이 되었다. 시인은 그 원인을 사람들이 자신의 "감옥" 속에서, "쇠사슬"에 묶여 "갇혀" 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지금도 갈등과 분노에 눈이 멀었다. 분열과 반목이 다반사인 이 시대야말로, 시의 '꽃자리'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정신건강의 회복 측면에서 보면 실로 「꽃자리」는 힐링이 된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는 이 명상의 시구는, 수직적 인간관계를 일거에 수평적 인간관계로 허물어버린다. 「꽃자리」는 공초 오상순 선생(1894~1963년)이 명동 청동다방에서 평소 사람을 만날 때 말씀하시던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란 축언을, 구상 시인이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가, 훗날 시로 풀어내어 작품화하였다. 우리는 한 발짝 떨어져 삶을 돌이켜보면, 오늘 숨 쉬는 '이 순간, 이 자리'야 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꽃자리'인지 깨닫게 된다. 구상의 작품세계는 초기엔 기독교적 존재론을 기반으로 미의식을 추구하는 경향을 띠었다. 한편, 중, 후기는 구원의식을 바탕으로 한 전통사상과 선불교적 명상 및 노장사상까지 포괄하는 광대한 정신세계를 수용한다.

김동원(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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