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돈인데 인허가만 28단계… 사업 80%가 착공 ‘하세월’ [심층기획-해상풍력 2.0 시대]
‘입지 선정·인허가 관리’ 민간 맡겨 비효율
초기 사업비 수천억… 지연 땐 손해 막심
허가·착공 10년 걸리는 사업 10% 달해
법제화 추진 15년 만에 3월 특별법 통과
산업부로 인허가 ‘일원화’ 절차 간소화
환경성평가, 세부내용 못 정해 변수 우려

지난해 운전을 시작한 한 해상풍력발전사업 관계자는 최근 “인허가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준비한 돈이 점점 말라가던 중에 겨우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같이 한탄했다. 해상풍력발전사업 인허가 단계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사업 규모, 입지 등에 따라 차이가 클 수밖에 없지만 많게는 2000억원까지 들어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각종 조사·설계·용역·인건비 등이 여기 포함된다.
최덕환 한국해상풍력협회 대외협력실장은 “해상풍력발전사업 특성상 앞 단계에 굉장히 많은 자금이 투입된다. 외국계 기업만 따져봐도 개개 사업별로 최소 1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15일 전력거래소 ‘2025년도 상반기 발전소 건설사업 추진현황’ 자료를 토대로 현재 추진 중인 전국 해상풍력발전사업 총 43건을 분석한 결과 예정된 공사계획인가기간이 5년을 넘는 사업이 무려 79.1%(34건)나 됐다. 나머지 사업 중 5건(11.6%)만이 예상 착공 시점을 고려할 때 공사계획인가기간이 산업통상자원부 고시로 정한 5년 이내에 들어왔다. 남은 4건(9.3%)은 착공 시점을 밝히지 않은 경우였다.
산업부 고시 이전에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발전사업의 경우 공사계획인가기간이 7년까지 인정된다. 이 기준을 초과하는 사업 비율 또한 27.9%(12건)로 만만찮은 수준이다. 산업부가 공사계획인가기간을 지정한 건 해상풍력 등 발전사업 이행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였다.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공사계획인가기간을 조정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심각한 건 공사계획인가기간만 10년 내외에 이르는 사업이 10%를 넘는다는 것이다.
전남 압해풍력발전소의 경우 2015년 3월 발전사업허가를 얻어 착공 목표 시점을 2026년 4월로 제출해 공사계획인가기간이 10년을 넘는 유일한 사업이었다. 이어 전남신안해상풍력(9년6개월), 부산 청사포해상풍력발전사업(9년3개월), 울산 동남해안해사풍력발전사업(9년3개월), 울산 이스트블루파워해상풍력발전소(9년2개월) 등 4곳이 9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해상풍력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조성한 발전지구 사업자는 인허가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에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하면서 28개 법령 관련 인허가 서류를 일괄로 제출하면 산업부가 각 인허가 기관과 협의해 처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사업자가 개개 법령에 따라 각 기관에 직접 서류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느라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는 9월 초안이 나올 예정인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 내용에 따라 추후 발전사업 진행 속도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단 전망을 내놓는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28개 법령 인허가 외에 ‘환경성평가’와 ‘민관협의회’ 부분이다.
김은성 넥스트 부대표는 “기존 환경영향평가·해양이용영향평가를 대체하는 절차로 ‘환경성평가’라는 새 절차가 법에 들어왔는데 디테일이 없는 상황”이라며 “(시행령에서) 환경성평가를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소요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애초 법 취지에 어긋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애초 법 조항을 논의하는 단계에서 소관 부처인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세부내용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해 시행령에 미뤄 놓은 상황이란 설명이다.
발전지구 지정 단계에서 지자체가 주관하는 민관협의회의 경우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해 중요한 절차이지만 법에는 그 운영 기간, 분쟁 조정 방법, 인적 구성 등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는 상황이다. 조공장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관협의회에 전문가·공익위원이 많이 들어가도록 해 원래 취지인 입지나 기본설계 타당성을 논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어민이나 인근 주민 위주로만 구성되면 이익공유나 보상 문제는 협상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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