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수녀: 들러붙었구나-수녀나 악령 들린 여자 나오면 다 오컬트 영화일까[시네프리뷰]

2025. 7. 1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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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구조는 평면적이면서도 난삽하다. 동남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영화는 만들어진 듯싶지만, 한국 배우들의 베트남어 연기를 현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목: 구마수녀: 들러붙었구나

제작연도: 2025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11분

장르: 공포

감독: 노홍진

출연: 스테파니 리, 이신성, 김정민, 김미숙, 김태연

개봉: 2025년 7월 17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제공: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작: 영화사고혹, 표범영화사

공포 영화라는 장르를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초자연적 대상이나 살인마와 같은 소재나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다 공포 영화일까. <구마수녀: 들러붙었구나>라는 ‘오컬트’ 영화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상념이다. 이 장르의 효시라 라할 수 있는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영화 <엑소시스트>(1973)에서 악령 들린 소녀 리사가 그랬듯 푸른색 토사물을 쏟아내고 신체를 기이하게 꺾으며 돌아다닌다거나, 라이터 불이 꺼질 때마다 침대 위의 악령 들린 여성이 ‘점프 컷’으로 수녀에 다가서는 장면이 있다면 ‘오컬트 영화’로 볼 수 있을까. 전혀 무섭지도 않고, 주인공 또는 희생자들이 견뎌야 하는 저주의 공포에 감정이입이 안 되는데도?

어떤 게 오컬트 영화일까

‘구마 수녀’라는 소재는 이미 올해 초 개봉한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의 스핀오프 작품 <검은 수녀들>(2025)에서 전면에 내건 소재였다. 실제 구마 사제를 정의하고 있는 가톨릭 교회법에서는 수녀의 구마를 인정하지 않는다. <검은 수녀들>에 등장하는 해방수녀회라든가 <검은 사제들>을 포함한 이 시리즈의 세계관에 등장하는 비밀결사 장미십자회 같은 건 그냥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부제로 붙은 ‘들러붙었구나’가 원래 시나리오 개발단계에서는 붙었던 제목인데 아마도 흥행 목적으로 이름을 바꾼 게 아닐까 싶다.

어느 대낮 차가 안 다니는 터널 속, 흰색 란제리만 걸친 여성이 방황하다 쓰러진다. 이 여성이 만나게 되는 다른 여성은 여성을 거둬 치료해준다. 자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에게 케이크를 내민다. 이 인트로 장면은 왜 삽입됐을까. 흰색 란제리-소복은 일반적으로 아무런 잘못 없는 희생자를 상징하는 클리셰다. 란제리 여성은 수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두 사람이 어딘가의 다락방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장면. 그리고 영화는 별다른 고지도 없이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로 점프한다. 여성은 수녀가 됐다. 탈리야 수녀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를 구해준 여성은 베트남 출신 여성 투이로 이제 초등학생 나이의 딸을 홀로 기르며 택배 일을 하면서 어렵게 살고 있다. 그런데 이 택배회사 주변에서 괴이한 사건이 벌어진다. 누군가는 벽에 머리를 여러 번 찍다 죽고, 택배회사의 전 소장은 옥상에서 투신한다. 택배회사 사람들만 아니다. 자신의 귀에 연필을 꽂아 죽는 사람도 있고,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는 가정주부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누군가 배달한 보자기 택배를 열어본 뒤였다. 그 보자기엔 ‘금잔고’라는 한자가 적혀 있다. 저주가 걸린 보자기다. 이야기는 ‘알고 보니’ 베트남 소수민족 무속인의 딸이었던 투이는 무녀가 되는 걸 피해 한국에 왔고, 그가 억울하게 죽자 ‘최강 마녀’인 그의 엄마가 한국에 들어와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전형성 얻는 데 실패한 캐릭터들

영화는 수녀와 형사가 짝을 이뤄 연쇄 사망의 미스터리를 추적한다는 얼개를 갖고 있지만, 이야기 구조는 평면적이면서도 난삽하다. 플래시백 기법을 활용해 투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드러낸다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생략된 이야기가 너무 많고 캐릭터들이 왜 그런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전형성을 얻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연출의 실패다. 아마도 이런 괴기물이 인기가 많은 동남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영화는 만들어진 듯싶지만, 한국 배우들의 베트남어 연기를 현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가톨릭의 엑소시즘, 무속·불교의 구병시식


영화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몸속에 깃든 마귀를 쫓아낸다는 구마(驅魔·exorcism)는 가톨릭 등 기독교 전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검은 수녀들>을 보면 구마 수녀들은 소년 희준에게 들린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끈질기게 네 이름을 밝혀라, 라고 주문한다. 얼핏 보면 전투에 앞서 자신의 이름과 가문에 대해 줄줄 읊어대는 일본 전국시대 무사들의 의례를 보는 것처럼 뭔가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는데 사실 그쪽에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구마 방법이다.

성바오로협회 회원으로 윌리엄 프리드킨 영화 <엑소스시트>(사진) 자문역을 맡았던 이탈리아의 유명 구마 사제 가브리엘레 아모르트는 엑소시즘 역사를 정리한 책에서 “악마에게 이름을 물어 대답을 들은 것만으로도 기 싸움에서 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르코 복음서에는 예수가 사람에게 들린 악마에게 이름을 물어 쫓아낸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중세 교회의 구마 의식은 이 대목에 근거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동양의 무속신앙이나 불교의 구병시식(救病施食)도 일종의 구마 의식이다. 보통 영가들을 대상으로 제사상을 차리고 정해진 제례에 따라 의식을 치르는 건데 마귀나 귀신으로부터 생긴 병에서 구하고 그들에게 먹을 것을 보시해 달랜다는 개념이다.

민간전승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구마 의식은 끈질기게 살아남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거의 사라졌다. 당장 일본의 민속학자 무라야마 지준이 일제강점기 민간풍속을 기록한 책 <조선의 귀신>을 보면 고뿔, 즉 감기 같은 병조차 귀신의 장난질로 생각하는 것이 19세기까지의 사고법이었고, 민간신앙이었다. 그가 조선팔도 각지에서 사진도 찍고 채록한 부적이나 처마 밑에 꽂아둔 쇠꼬챙이 같은 여러 양귀법(귀신 쫓는 방법) 전통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거의 종적을 감춘 낯선 민간풍속이 됐다. 사실 귀신 또는 마귀가 들렸다는 게 현대적 관점으로 보면 대부분 조현병이나 망상장애 등 정신질환인 경우가 많다. 굿이나 의식보다 약물치료가 확실히 더 효과적이니 어쩔 수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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