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사겸사 공존’서 엿본 공유 경제[신간]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오가와 사야카 지음·지비원 옮김·갈라파고스·1만8500원

홍콩 주룽반도 침사추이에 있는 주상복합건물 ‘청킹맨션’은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의 배경이 된 공간이다. 중국계와 남아시아계 주민들은 시계점, 잡화점, 식당 등을 운영하고, 아프리카계 이주민들은 비자 없이 불법으로 장기간 체류하며 중고차나 중고 가전제품을 자국으로 수출하거나, 아프리카에서 온 상인들을 상대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주민과 학생, 돈 없는 관광객들은 건물 내 싸구려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다. 이들은 청킹맨션에서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상태로 서로의 존재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인 저자 역시 청킹맨션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자칭타칭 ‘청킹맨션의 보스’ 카라마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불법 체류 중인 카라마와 아프리카계 주민들은 “세상의 그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고 말하지만, 정작 타인을 배제하지도 않고 ‘겸사겸사’ 도우며 살아간다. 낯선 이를 재워주거나, 비즈니스를 돕거나, 국경을 넘어 동포의 시신을 운구하는 일에도 나선다. 모두가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겸사겸사’에 편승하기에 도움을 받아도 갚지 않고, 도운 사람도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곳에서의 연대는 선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단체의 조직 논리보다는 승차 공유 플랫폼인 ‘우버’나 숙소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등의 작동 방식에 더 가깝다.
이 책은 청킹맨션의 이주민들이 수상쩍은 비즈니스에 종사하면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공존하는지를 르포르타주 방식으로 풀어냈다. 재밌고 잘 읽힌다. ‘기존의 호혜, 증여, 분배 이론을 뒤흔드는 불확실성의 인류학’이라는 딱딱한 연구 논문 같은 부제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 사람들
강승지 지음·페이지2북스·1만6800원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청와대에서만 7년 넘게 근무한 저자가 청와대에서의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집. 매일 아침 건물의 불을 켜고, 회의실을 정리하고, 국기를 다림질하고, 구내식당에서 요리를 하는, 이름 없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일란 파페 지음·유강은 옮김·교유서가·1만7000원

이스라엘의 급진적인 역사학자인 일란 파페의 최신작. 저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역사를 다루면서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외부에서 온 집단이 토착민의 존재를 지우려는 행위)에 맞서는 ‘반식민 운동’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심 없는 마음
김지우 지음·푸른숲·1만7000원

열여덟 살 때까지 혼자 밖에 나가 본 적이 없던 지체 장애인이 성인이 된 후 한국 밖을 다니며 세상을 경험하는 여행 에세이. 저자는 “내가 나를 의심하지 않을 때, 비로소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이 있다”며 여행의 끝에서 선명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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