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폴리실리콘 中 정조준에 韓 ‘반사이익’ 기대
퇴출땐 한국기업 대안 가능성
OCI·한화솔루션 수혜 기대감

미국 정부가 반도체·태양광 패널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에 대해 국가안보 조사를 시작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내심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국가명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인 만큼 국내 업체인 OCI홀딩스와 한화솔루션에 대한 미국 시장 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16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연방공보 고시’에 폴리실리콘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를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해 이달 1일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을 공지하며 이해관계자들의 서면의견과 자료를 공식 접수한다고 밝혔다.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가 이번 조사에서 중점 검토하겠다고 밝힌 10개 항목은 미국 내 폴리실리콘과 그 파생물의 수요, 국내 생산이 이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 해외 공급망과 주요 수출국의 역할, 현행 무역 정책의 효과, 관세나 추가 보호조치의 필요성 등이다.
눈길을 끄는 조사 항목은 ‘소수 국가(특정국)에 대한 수입 집중도와 그에 따른 공급 리스크’다. 현재 글로벌 폴리실리콘 공급은 중국이 최소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수입 역시 상당 부분이 중국 또는 중국계 업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은 중국의 독점적 지위를 국가안보 리스크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다.
‘외국 정부 보조금과 약탈적 무역관행이 미국 내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과 ‘불공정 무역과 국가주도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 왜곡의 경제적 영향’ 조사 항목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덤핑은 태양광·폴리실리콘 산업에서 오랜 기간 문제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국가주도 과잉생산의 경우, 중국 정부가 국영에 가까운 민간기업을 통해 폴리실리콘을 과잉 생산하고 글로벌시장에서 저가로 경쟁사를 몰아내는 전략이 실제로 실행돼 왔다.
상무부가 표면적으로는 중립적 언어를 사용했지만, 실제 취지는 중국산 폴리실리콘 견제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외국 정부의 수출 제한 가능성과 전략물자화 우려’ 조사 항목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과거 여러 차례 희토류, 흑연, 실리콘계 금속 등 핵심 원료에 대해 수출 제한을 시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산 폴리실리콘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표면적으로는 한화솔루션 등 한국 업체들도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심 이번 조사로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퇴줄될 경우 한국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심 반기는 눈치다. 예를 들어 OCI홀딩스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비(非)중국 공급망을 기반으로 폴리실리콘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의 경우 군산공장에서 연간 약 4700톤을 생산하고 있다.
OCI홀딩스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도 이미 지난 2023년 폴리실리콘 원재료인 메탈실리콘 공급망에 대한 탈중국을 완료했다.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연간 약 3만5000톤을 생산 중으로 미국의 공급망 재편 기조에 부합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 미국에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중국산 제품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미국 내 태양광 웨이퍼 공장이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원재료 수급에 있어 애초부터 비중국 지역 중심으로 다각화를 추진해온 만큼, 기존 계획대로 해도 미국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OBBB에 반영된 우려외국기업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결국 가장 사업을 집중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 태양광 산업에 대해 규제하기 시작하면 비(非)중국 쪽에선 장기적으로 기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상대적으로 이번 조치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 목적과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국내 업체의 기존 지위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 공장이 있는 것이 아니고 부품 차원의 이야기다 보니 특별히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 반도체 회사들 중 중국산 폴리실리콘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값싸게 미국에 넘기는 태양광 웨이퍼가 이번 정책의 주 타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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