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티켓 한 장에 100만원? 한국에도 '다이내믹 프라이싱' 상륙할까

김태현 기자 2025. 7. 16.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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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르세라핌 윤진이 미국 투어 티켓 가격 폭등에 사과하면서 화제가 된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동하는 이 시스템이 K팝 공연계에 상륙할 경우 팬들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지난 6월 30일 걸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허윤진이 팬들에게 뜻밖의 사과 메시지를 올렸다. 르세라핌 미국 투어 티켓 가격이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팬들에게 부담을 준 데 대한 사과였다.

월드투어에 나선 르세라핌 멤버 윤진은 티켓 값이 폭등하면서 일종의 사과문을 올렸다. 사진=HYBE 제공

"빠른 매진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겪으셨을 어려움을 생각하니 정말 죄송합니다."

허윤진이 팬들에게 사과를 한 배경에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라는 티켓 판매 방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르세라핌이 투어하는 LA,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주요 도시 공연에서 2층 좌석 티켓조차 500~800달러(약 70만~110만 원)로 급등하면서 팬들의 원성을 샀기 때문이다. 르세라핌은 9월 3일 뉴어크, 5일 시카고, 8일 그랜드 프레리, 12일 잉글우드, 14일 샌프란시스코, 17일 시애틀, 20일 라스베이거스, 23일 멕시코 시티에서 공연한다.

소셜미디어(SNS)에는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 은행 잔고부터 확인해야겠다", "날짜를 더 늘려 제발 보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팬들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팬은 "가격으로 르세라핌에 대한 사랑을 측정해야 하는 건가"라며 씁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팬은 "이 가격이면 차라리 미국 팬들도 도쿄에서 콘서트를 할 때 보고, 여행도 즐기는 게 가격 측면에서 맞는 것 같다"고 제안했다. 

르세라핌 월드투어, 비싼 티켓값에 팬들 원성사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문자 그대로 '유동적 가격제'를 뜻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가격 전략이다. 시장 '시가' 개념을 최신 기술로 구현한 셈이다. 호텔 숙박료나 항공권 가격이 성수기에 오르고 비수기에 내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욱 정교하고 실시간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해외 공연에서 일반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줄면 가격이 내린다. 우버나 배달앱에서 비 오는 날이나 심야에 요금이 올라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요가 많을 때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수요가 적을 때는 가격을 낮춰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공연계에 도입되면서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은 2022년 11월 테일러 스위프트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였다. 미국에서만 350만 명이 티켓 판매 사이트 티켓마스터 사전 등록에 참여했고, 11월 15일 판매 개시와 함께 웹사이트가 1시간 만에 마비됐다. 그럼에도 240만 장이 판매되어 단일 아티스트 하루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영화처럼 편집돼 극장에서도 개봉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더 에라스 투어는 엄청난 인기를 보이며 티켓 값이 폭등한 바 있다. 사진=테일러 스위프트 페이스북 캡처

테일러 스위프트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적용해 티켓을 나눠 팔면서 암표상에게 갈 수익을 최대한 내재화하려 했다. 하지만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적용되면서 티켓 가격이 최대 2만 2000달러(약 29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분할 판매에도 불구하고 암표상들이 대량 구매한 티켓을 재판매 사이트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에 되팔면서 팬들 분노가 폭발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티켓마스터를 상대로 기만, 사기, 가격 조작, 독점 위반 등 혐의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태는 2023년 미국 상원 사법위원회 청문회로까지 이어졌고,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티켓마스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24년 5월에는 연방정부와 29개 주가 공동으로 라이브네이션-티켓마스터를 상대로 독점금지 소송을 제기하며 합병 해체를 요구했다. 콘서트 기획사 라이브네이션과 티켓 판매 대행사 티켓마스터가 2010년 합병한 후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서비스 품질은 떨어뜨리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렸다는 것이 소송 핵심 내용이었다.

미국에서도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청문회, 소송 등으로 이어질 정도로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23년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미국 콘서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초 350달러(약 50만 원)였던 티켓이 판매 과정에서 1000달러(약 140만 원)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하이브티켓값뻥튀기반대', 'NoDynamicPricing'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일부 팬들은 하이브 사옥 앞으로 항의 트럭을 보내기도 했다.

올해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15년 만에 재결합한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콘서트 티켓은 당초 148.5파운드(약 26만원)에서 시작해 355.2파운드(약 66만 원)까지 오르며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영국 정부는 결국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2022년 한국 야구에도 상륙한 다이내믹 프라이싱

콘서트에 도입하는 국내 전면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한국에서도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는 2022년 한국프로야구(KBO) 최초로 입장권 판매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했다.

NC다이노스는 과거 판매 이력, 날씨, 순위, 상대팀, 전적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경기 일주일 전에 티켓 가격을 결정한다. 그 결과 테이블석 가격이 최저 3만 8900원에서 최고 5만 6500원까지 45.2% 차이를 보였다. 주중 8000원이던 외야석이 5만 7500원으로, 4만 5000원이던 스카이박스가 72만 8000원까지 치솟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 관점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NC다이노스 입장권 판매수입은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 첫해인 2022년 60억 원에서 2023년 92억 원으로 53.3% 급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81억 원)과 비교해도 13.5%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팬들 반응은 싸늘했다. '시가 다이노스'라는 조롱이 쏟아졌고, 홈구장 입장객 수는 2019년 4위에서 2022년 8위, 2023년 10위로 계속 하락했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가격 구성 기준 공개와 가격 상한선 공시 등 최소 기준 마련이 주문되기도 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기획사에 엄청난 추가 수익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에 기획사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다. BTS, 블랙핑크 같은 인기 아이돌 그룹에서 첫 시도가 나오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HYBE

야구계와 달리 콘서트 부문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아직까지 국내 전면 도입이 어려워 보인다. 국내 정서상 부담스럽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K팝 업계 관계자 A 씨는 "매직패스도 논란이 일어나는 국내 정서를 고려하면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도입만 된다면 기획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줄 수 있어 시도 가능성은 상존한다.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같은 톱 그룹 공연에서 첫 시도가 나올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무조건 티켓값 상승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요가 부족하면 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기획사는 해외 공연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 영향으로 티켓값이 폭락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일 뿐 대부분 티켓값이 폭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이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수익 극대화다. K팝 글로벌 인기가 치솟으면서 해외 공연 티켓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북미나 유럽 시장에서는 제한된 공연장 규모로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통해 높은 수요를 직접적인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암표를 근절하기 위한 명분도 크다. 티켓마스터가 내세운 논리처럼, 처음부터 시장 가격에 맞춰 티켓을 판매하면 암표상들의 이익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영웅 콘서트 경우 티켓값이 16만 5000원이었으나, 암표가 550만 원에 거래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글로벌 표준에 맞추려는 움직임도 한몫한다. 이미 북미와 유럽 주요 공연장들이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활용하고 있어,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기술적 진보 역시 도입 배경이 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 발달로 과거보다 정교한 수요 예측과 가격 책정이 가능해졌다. 팬들 구매 패턴, 소셜미디어 반응, 스트리밍 데이터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 가격을 산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 명문은 암표 근절, 글로벌 표준화 등

K팝 팬들은 국내 도입 강력히 반대…과도한 가격 인상 우려

하지만 소비자들 반발도 만만치 않다. K팝 아이돌 해외 공연을 자주 다닌다는 B 씨는 "해외 티켓 대행사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몇 차례 경험해봤는데 최악이었다"며 "일단 환불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지 계좌가 없다는 이유로 리셀도 할 수 없어 한국 팬들은 속수무책이다. 심지어 카드사들은 해외 유명 티켓 대행사와 환불 분쟁 시 향후 해당 대행사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이내믹 프라이싱으로 가격이 터무니없이 뛰는 것은 기본이고, 수요에 따라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거의 목격하지 못했다"면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국내 도입을 강력히 반대했다.

2023년 5월 다이내믹 프라이싱 등을 반대하는 #하이브티켓값뻥튀기반대, #NoDynamicPricing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진=X 캡처

과도한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도 크다. 호텔이나 항공권과 달리 인기 공연은 대체재가 거의 없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가격 착취라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성공 사례도 있다. 디즈니는 2018년부터 테마파크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하면서도 소비자 반발을 최소화했다. 개별 테마파크 1일권은 고정 가격으로 유지하고, 다일권에만 유동 가격을 적용했다. 또한 엄격한 가격 상한선을 두어 과도한 가격 변동을 억제하는 등 신중한 접근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미국레스토랑협회가 발간한 '2023년 요식업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79%가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도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개인별 맞춤 가격 정책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르세라핌 티켓 가격을 올린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해외 공연 업계에서는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진=HYBE

하지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2024년 발간된 '정가 대신 시가 '다이내믹 프라이싱', 누구를 위한 가격전략인가'라는 보고서에서 김남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세 가지를 꼽았다. 

김 선임연구원은 "다이내믹 프라이싱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소비자 혜택이 동반되어야 지속 가능하며, 가격 혜택과 고객 경험 개선 등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정책임을 명확히 소통해야 한다. 둘째, 가격 상한선 설정과 비상시 신속한 개입 등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운영의 묘가 요구된다. 셋째, 투명성과 공정성 원칙에 기반한 가격 책정과 운영 기준 마련이 소비자 신뢰 확보 핵심이다. 소비자가 가격 변동 기준과 범위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기획사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에 시기 문제지, 언젠가 도입 시도가 있으리라는 시각이 많다. 성패는 결국 소비자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소비자 혜택과 기업 이익을 동시에 증대하는 유용한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소비자와 기업 간 신뢰가 전제될 때만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가격을 올려 수익을 늘리려는 발상으로는 소비자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가치 창출과 고객 편익 증진을 통해 소비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할 때만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나마 '암표상에게 돈이 흘러가기 보다는 기획사가 차라리 낫다'는 인식이 일부에서 퍼지고 있지만, 팬들과 신뢰를 잃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김태현 기자 toyo@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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