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엄마 유품까지 훔친 절도범... 잡고 보니 동네 피아노학원 원장

김정혜 2025. 7. 1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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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사는 A씨는 지난 5월 황금연휴 때 4박 5일의 가족여행을 즐기고 귀가했다가 집 안 귀금속이 몽땅 사라진 걸 알게 됐다.

CCTV에 찍힌 범인은 다름 아닌 A씨의 딸이 5년 넘게 다닌 동네 피아노학원 원장 김모(50)씨였다.

A씨는 "초등학생인 딸이 '엄마, 나 때문에 도둑 맞았지?'라며 자책을 해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5년간 아이를 믿고 맡겼던 학원 원장이 범인이란 것도 놀라운데 아이도 상처를 받아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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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서 학원장이 원생 집 네 곳 털어
집까지 바래다주며 비밀번호 알아내
수업 시간 휴일로 바꿔 빈집 여부 확인
절도범 정체 알게 된 아이들 '충격'
경북 포항시의 한 피아노학원 원장이 지난 5월 2일 학원생의 집에서 귀금속을 훔쳐 달아나는 모습이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찍혀 있다. 피해자 A씨 제공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사는 A씨는 지난 5월 황금연휴 때 4박 5일의 가족여행을 즐기고 귀가했다가 집 안 귀금속이 몽땅 사라진 걸 알게 됐다. 곧바로 112신고를 한 A씨는 범인의 모습이 찍힌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보고 기가 막혔다. 절도범은 마스크에 모자까지 써 얼굴 3분의 2를 가렸지만 정체를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CCTV에 찍힌 범인은 다름 아닌 A씨의 딸이 5년 넘게 다닌 동네 피아노학원 원장 김모(50)씨였다.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학원장 김씨는 8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수사 결과 그는 A씨의 귀금속 등 총 5,537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확인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인이 잡히고 두 달이 지났지만 A씨는 매일 밤잠을 설친다. 5년간 거의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살갑게 지낸 피아노학원 원장이 절도범이라는 사실과 아이를 속여 집 비밀번호를 알아낸 범행 수법에 치가 떨려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아서다.

김씨는 A씨 외에도 학원 근처의 아파트 세 곳을 더 털었다. 모두 김씨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원생의 집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하원할 때 차에서 함께 내린 뒤 집까지 바래다주는 척하며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번호가 복잡해 외우기 어려울 때는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해 저장했다. 아이들은 4, 5년씩 피아노학원을 다녀 원장 김씨와 친밀감이 두터웠기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속여 비밀번호를 알아낸 김씨는 범행도 치밀했다. 교습 시간을 일부러 공휴일이나 토요일로 바꾼 뒤 아이들에게 "학원에 올 수 있느냐"고 물어 집이 비었는지 확인했다. A씨 역시 아이에게 연휴 중간인 토요일에 수업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김씨에게 "4박 5일간 가족여행을 떠나 학원에 갈 수 없다"고 알려줬다.

뒤늦게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된 원생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A씨는 "초등학생인 딸이 '엄마, 나 때문에 도둑 맞았지?’라며 자책을 해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5년간 아이를 믿고 맡겼던 학원 원장이 범인이란 것도 놀라운데 아이도 상처를 받아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0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1심 선고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판결 소식을 들은 A씨는 화가 더 치민다고 했다. 김씨가 사과는커녕 훔쳐간 귀금속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여전히 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재판부에만 네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A씨는 "6년 전 세상을 떠난 친정어머니가 눈을 감으며 손에 쥐어 준 금반지도 훔쳐가 이것만이라도 돌려달라 애원하니 '사채업자에게 팔아 못 찾는다' 하더라"며 "수천 만원의 금품을 훔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 한 번 안 했는데 징역 1년은 너무 가벼운 형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피해자 중에는 경찰 연락을 받고 도난 사실을 안 사람도 있어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며 "김씨가 잘못을 뉘우친다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훔친 물건의 행방을 알려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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