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만 좋다면 신인에게도 문 열려있죠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눈앞에 없는 사람’ 등 이른바 ‘문지(문학과지성사) 시인’으로 알려진 심보선이 8년 만에 낸 신작 시집이 출판사 아침달에서 나와 화제다. 문지·문학동네·창비처럼 굵직한 문학 출판사가 아니어서 의아하다는 것. 그러나 아침달이 그간 걸어온 길을 아는 시인들은 “역시 아침달”이란 반응을 보였다. 최근 서울 서교동 아침달 사무실에서 만난 손문경(46) 대표와 담당 편집자 서윤후(35) 시인은 “8년을 기다린 결과”라며 빙긋 웃었다. 이번이 아침달의 50번째 시집이다.

아침달은 편집·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던 손 대표가 2013년 차린 한국문학 출판사다. 2018년 ‘아침달 시집’을 출범하며 9권을 한꺼번에 내 주목받았다. 그중 비등단 시인(이호준)과 기성 시인(육호수)의 첫 시집을 포함해 주요 문학 출판사 시선(詩選)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평을 받았다. 잘 알려진 등단 시인, 즉 ‘주류’ 중심으로 굴러가는 시집 출판 시장에서 ‘신인 발굴’이란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서 시인은 “이런 기조가 기성 문단에 회의감을 갖고 있던 이들로부터 환영받았다”고 했다.
시인이 ‘큐레이터’가 돼 출판할 시를 고르고 싣는다는 콘셉트. 시인 김소연·김언·유계영이 초창기 멤버로, 최근엔 시인 박소란·정한아가 함께한다. 단행본 한 권에 해당하는 40편 이상의 시를 한꺼번에 투고받는 것도 아침달만의 특징이다. 일간지 신춘문예가 3~5편, 문학잡지 신인상이 5~10편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분량. 등단·비등단 여부 상관없이 바로 출간할 수 있는 준비된 작가를 찾기 위해서다. 그 결과, 지금까지 낸 시집 50권 중 24권이 처음 시집을 내는 시인들의 시집이고, 12권이 비등단 시인의 것이다.
아침달 시집에는 ‘고유한 결’이 있다. 아침 하늘에 뜬 달처럼, 눈부시진 않더라도 제자리를 지킨다. 손 대표는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자기를 계속 갱신하는 묵묵한 세계가 있는 작가들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신인 발굴은 계속하되, ‘시집 라인업’을 다양하게 꾸릴 계획이란다. 올 초 원로 문정희의 시집을 냈고, 등단 40년을 바라보는 송재학의 시집을 곧 펴낸다.

손 대표는 “비등단·기성·원로 할 것 없이 우리 시인선에 다양하게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은 “용기 내서 다다다음도 할 수 있다고 줄을 선다”고 했다. 다른 출판사 계약이 있다 해도 기다리기로 했다. “멀리 돌 하나 던져 놓고 찾으러 가는 기분으로요. 저희는 그 사이에 새로운 시인을 소개할 수 있으니까요.” 시집 50권을 펴내며 무시할 수 없는 잔근육이 다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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