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시어머니가 된 팬덤
연예인 결혼 소식이 관심을 끄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변 친지나 지인의 결혼도 주목을 받는데, 전 국민이 옅게나마 친밀감을 느끼는 연예인의 결혼은 오죽할까. 그런데 일부 팬들은 이례적일 정도로 아끼는 연예인의 결혼 상대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이성 연예인을 반쯤 정인(情人)으로 여기는 유사 연애 관점에서가 아니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끼어들고, 결혼 상대방의 됨됨이를 따지는, 마치 시어머니 같은 태도를 보이는 이들마저 있다. 남의 결혼에 이런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프로이트는 이를 가족 로맨스 관점에서 설명한다.
가족 로맨스는 현실 부모에 대한 불만을 이상적 부모 이미지로 대체하는 심리 구조를 말한다. 불만족스러운 현실 가족과의 관계에서 도피하려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예컨대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떠나는 삶을 상상하는 해리포터가 실제로는 두들리 가족의 친(親)자녀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이런 공상은 유년기에 소실되지만, 성인기에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병리적 팬덤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이들은 연예인을 가족처럼 여긴다. 십대 시절의 동경이나 서툰 연애 감정을 품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연예인의 결혼을 실제 내 가족의 일처럼 느끼고 검증하려 든다.
이들은 왜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대안적 가족관계를 상상할까. 사람들을 현실에 붙들어 두는 관계망이 극도로 얇아졌기 때문이다. 일상 속 인간관계는 점점 축소되고, 감정적 연결은 미디어를 통해 대리 충족된다.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년간 반복 노출된 연예인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다. 그들의 이름을 알고, 그네들의 말투를 기억하고, 심지어는 사소한 버릇까지도 기억한다. 하지만 이 친밀감은 일방적이다. 미디어 이론가 조슈아 메이어로위츠(Joshua Meyrowitz)는 실제 관계 맺음이 없어도, 관계를 맺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현상을 준(準)사회적 관계(parasocial interaction)라 불렀다. 현대사회의 병리다.
문제는 우리가 느끼는 친밀감이 허상일지라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끼고 싶은 마음은 진짜라는 것이다. 어쩌면 진짜 가족보다 더 깊은 응원과 연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쳐 상처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금 물러서서 행복을 빌어주는 것도 팬의 몫이다. 진짜 가족한테도 그렇게는 하지 않으니까. 각자의 자리에서 성숙하게 마음을 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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