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빅데이터·지역사회 협력’ 임업 선진국 도약 비결

박지은 2025. 7. 1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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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농림부 산하 연구기관
자연자원연구원 ‘Luke’ 필두
기관·학계 중심 산림 모니터링
화전 개간 ‘율라카스키’ 구역
시험림 운영 데이터 장기 축적
혼합림 성장·탄소 흡수 효과 등
첨단 산림경영 모델 구축 활용
기관·단체·지역 숲·산림 매개
유기적 상생협력 시스템 주목

[산림선진국 핀란드에서 대한민국 산림수도 강원의 새길을 찾다]
3. 핀란드를 키운 숲, 100년 이상 진행 중인 숲 연구

▲ 지금으로부터 108년 전인 1917년에 핀란드 파다스요키 지역에서 실시된 ‘하이킨 헤이모 시험지’의 첫 연구가 시작된 곳. 자연자원연구원 Luke 제공

2017년 12월 6일.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핀란드는 스웨덴에 600년, 러시아에 100년간 지배를 받다가 러시아 혁명기를 틈타 1917년 12월 6일 독립했다. 2017년, 핀란드는 독립 100주년(Suomi 100)을 기념해 ‘100년의 숲(Metsa 100·Forest 100)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기념식수와 보호림 지정, 숲 기반 교육과 시민참여 캠페인 등 핀란드의 국가정체성, 민족정체성과도 직결된 ‘숲’에 대한 대대적인 프로젝트였다. 그 프로젝트 중 단연, 핵심은 산림(숲)에 대해 100년 이상 진행되고 있는 현장 모니터링. 우리나라 산림 현장 연구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시스템이다.

핀란드는 산림 전문 연구기관, 산림 학계 등을 중심으로 산림 현장에서 100년 이상 장기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입목의 생산성 증대 방안, 숲을 관리했을 때와 관리하지 않았을 때의 경우, 간벌을 했을 때와 간벌하지 않았을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등이 체계적인 데이터로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각 구간 입목 생장을 놓고 수 천여 가지로 파생되는 경우의 수가 산림현장을 기반으로 세밀하게 연구되고 있는 곳이 바로 임업선진국 핀란드다. 이는 그대로 핀란드 산림경영 모델에 접목되며 핀란드형 산림 첨단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산림관리가 산림 개발에 미치는 영향, 혼합림의 성장을 통한 경제적 효과 분석, 어떤 수종이 산림 경영에 부합하는지, 바이오매스 활용안, 기후위기 시대 산림을 통한 탄소 흡수 효과 등 다양한 산림연구가 도출되는 현장은 바로 산림현장, 숲이었다. 10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숲과 산림에 대한 지속적인 현장 모니터링. 핀란드가 세계 최고의 임업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밀이다.

핀란드 파다스요키 지역 숲의 한 구역에서 핀란드 국책연구기관 자연자원연구원 (Luke)의 전신인 산림연구소가 1954년에 실시한 간벌구 실험 지역에 대한 산림 모니터링(왼쪽 사진)과 2023년까지 69년 간 연구를 진행한 간벌구 산림 모니터링. 자연자원연구원 Luke 제공

■‘하이킨 헤이모(Heikinheimo) 화전임분 시험지’와 ‘율라카스키(Juhlakaski)’

본지 취재진은 지난 6월 13일(현지시간), 핀란드 파이아하메(PaijatHame) 파다스요키(Padasjoki)를 찾았다. 헬싱키에서 버스로 약 2시간 걸리는 곳이다. 이 지역에는 핀란드 농림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Luke(자연자원연구원·Natural Resources Institute Finland)가 관리하는 시험림(표준지)이 있다. 울창한 숲속에 위치한 시험림에 가기 위해 숲속으로 계속 들어갔다. 숲의 피톤치드 내음이 강력했다. 산모기떼가 달라붙는 등 원시림에 온 느낌이었다.

이 시험림은, 지금으로부터 108년 전인 1917년에 시작된 화전임분 시험지였다. 이 실험의 설립자인 올리 하이킨 헤이모 교수의 이름을 따서 ‘하이킨 헤이모 시험지’라고 불린다. 하이킨 헤이모 교수는 LUKE의 전신인 메틀라(METLA·산림연구소) 소장이자 저명한 임학교수였다. 그는 1917년에 해당 임분에 물을 주고 호밀을 뿌렸다. 이어 1918년 봄에는 호밀 사이에 소나무 씨앗을 뿌렸다.

또, 1948년에는 이 지역에 두 개의 실험구역이 조성됐는데 1번 구획은 간벌하지 않았고, 2번 구획은 정기적으로 간벌을 실시했다. 간벌된 실험 구역의 나무 중 일부는 1950년대에 가지치기를 했다. 이 같은 실험은 1948년부터 2022년까지 총 11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측정됐다. 하이킨 헤이모 시험지에서 오랜기간 축적된 연구는 Luke 연구원들이 이어받았고, 이들은 74년간의 데이터를 모았다.

그 결과, 입목생장의 경우 간벌은 나무 간 경쟁과 고사를 줄이기 위해 나무의 밀도를 조절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점, 간벌을 하면 숲에서 가장 좋은 나무들이 자라도록 남겨둬 간벌된 숲이 간벌하지 않은 숲보다 일반적으로 제재목 생산량과 숲의 가치 상승률이 더 높다는 점, 간벌 직후 수목의 평균 직경이 간벌 전보다 더 컸다는 점 등 입목생장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들이 단계적으로 축적됐다. 실험 구역에서 총 5차례 진행된 간벌을 통해 임분 재적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목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면서 이는 고품질 산림경영을 뒷받침했다. 벌목 축적량 및 목재양에 대한 장기 연구도 진행됐다. 벌채는 목재 생산 외에도 숲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고, 나무를 솎으면 눈과 폭풍, 태풍 피해에 대한 나무의 저항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점, 각 실험구별 나무 부위별 살아있는 나무에 결합된 탄소량 측정과 산림 바이오매스 활용방안 등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왔다.

숲의 탄소 흡수양과 효과 등도 측정된다. 또, 벌채 후 회복 기간, 생물다양성, 기후탄력성 등까지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산림과 관련한 100년 이상의 빅데이터가 모이고 있는 것이다.

파다스요키 지역 내 율라카스키(Juhlakaski) 구역도 눈에 띄었다. 율라카스키는 핀란드어로 ‘축제의 화전(火田)을 뜻한다. 숲을 태워 목초나 밭을 만드는 개간 방식(kaski)으로, 핀란드의 대표적인 자연문화 행사이자 수백 년간 이어진 핀란드의 자연자원 이용 방식이다.

이 구역은 Luke가 관리하는 베시야코 연구림 내 국유지에 위치해 있다. 해당 구역은 하이킨하이모 시험지 등 현장 산림연구를 위해 표준지로 조성된 구역의 연장선상이다.

화전이 숲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산림 관리가 산림 개발에 미치는 영향, 혼합림의 성장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이 곳 역시,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다.

파다스요키 지역에서는 2016년에 ‘Suomi 100’(핀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율라카스키를 계획했는데, 날씨 등의 이유로 2018년 6월에 실행됐다. 100년 이상 지속되는 핀란드의 산림 현장 연구, 그리고 지역사회와 임업 관련 단체가 핀란드의 임업 전통을 지키기 위해 협력하는 율라카스키, 산림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연구 등은 임업선진국 핀란드를 지탱하는 뿌리였다.

이대성 핀란드 자연자원연구원(LUKE) 연구원은 “산림은 농업과 달리 1년 단기 단년생 작물 개념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산림연구, 산림 연구기관과 임업 단체, 지역사회가 숲과 산림을 매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이 바로, 임업선진국 핀란드의 힘”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파이아하메 파다스요키/박지은 기자

[이 기사는 ‘2025 강원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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