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79] AI의 음악에는 영혼이 있을까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2025. 7. 1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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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록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좋아한다. 고상한 척하는 사람들이 취향을 과시할 때 내미는 밴드 중 하나다. 나도 그런 ‘취향 과시’ 리스트가 있다. 미국 밴드 본 이베어도 그중 하나다. 처음 들었다고? 전설적 밴드 본 조비를 모르는 건 죄가 되어도 본 이베어를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어차피 이름도 외우기 힘들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1960~70년대에 활동한 록밴드다. 실험적 음악을 하던 밴드다. 한국에서 알려진 건 영화 ‘접속’(1997)에 이들의 곡 ‘Pale Blue Eyes’가 들어간 뒤다. 그해 여름 라디오가 쿨의 ‘해변의 여인’과 함께 가장 많이 튼 노래다.

요즘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클래식 록’ 분야에 있다. ‘아재’들이 “요즘 애들은 이런 명곡도 모르지”라고 투덜거리며 듣는 분야다. 이젠 너바나도 클래식 록이다. 모든 새것은 옛것이 된다. 가장 실험적인 것도 클래식이 된다. ‘클래식 작곡가’가 된 스트라빈스키도 당대에는 아방가르드였다.

몇 달 전 스포티파이 클래식 록 분야에 신인 밴드가 올라왔다. 벨벳 선다운이라는 신인이다. 이름부터 ‘벨벳’이다. 70년대 록을 즐겨 듣는 젊은이들이 “우리도 해보자”며 만들었을 법한 음악이었다. 금세 조회 수 100만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반전이 있었다. AI 밴드였다.

사람들은 속았다며 한탄했다. 평론가들은 “너무 완벽해서 공허하다”고 비판했다. 다 밝혀지고 하는 한탄과 비판은 공허하다. 어색한 AI 프로필 사진만 없었어도 우리는 계속 속았을 것이다. AI 음악도 반세기 후에는 클래식이 될 것이다. 모든 새것은 결국 옛것이 된다.

챗GPT에 벨벳 선다운에 대해 물었다. “음악이 슬퍼서가 아니라 그걸 만든 존재가 아무 감정도 없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슬퍼져요. 그건 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너무 인간적인 답변을 보며 슬퍼졌다. 아니다. 정신을 차렸다. 저 ‘인간적’ 답변에는 영혼이 없다. 속아서는 안 된다. 터미네이터가 총 대신 기타를 들고 온 셈이다. AI의 지구 정복은 문화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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