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10장] 황룡촌 전투(187회)

윤태민 기자 2025. 7. 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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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신입들도 어떻게 소문을 듣고 소곤거렸다.

"공삼덕이는 김진사의 젊은 첩 소생이제이. 첩의 소생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사람대접 못 받고, 천덕꾸러기로 컸네. 그렇게 크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불쌍하고 얼척없소."

"그랑깨 동학에 입도했겄지. 동학은 남녀 간에 내외를 하지 않고 서로 동등하게 산다고 안합디여?"

믿음이 부족한 자가 퉁을 놓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그러니 상하가 있고, 남녀 분별이 있고, 임금과 백성이 있는 것인디, 그것을 무시하면 금수(禽獸)가 되어 불제. 그랑깨 동학은 상놈에 짓거리를 하는 것이라고 봐야제."

"이 사람 실성했는가. 고건 낡은 생각이여. 누구나 차별 없이 똑같은 인생이라는 것인디 고것이 이치상 틀린 말은 아니제. 하늘 아래 모든 만물은 저마다 고귀하고 동등한 신분이란 것이고, 그래서 동학이 가르치는 바를 따라서 풍물패에 들어갔다는 것 아니오. 삼덕이 풍물은 그래서 들을수록에 가슴이 저며 오요. 소리에는 한이 있고, 깊이가 있단 말이오."

"그걸 보고 아는 사람들은 영혼이 들어있다고 하제."

"어린 것이 또 당차게 놀이패를 이끈 것 보소. 진사 벼슬의 새낑개 과연 지도력이 당차부요. 종자가 괜찮다는 걸 머리로, 재주로, 행동으로 증명해 주고 있소. 근본이 있는 여식이라서 보초 대기(품새)가 있어 라우."

"느자구(싹수)가 있다 그 말 이제?"

"그라지요. 남자로 태어났다면 폴새 신분을 뛰어넘었을 것이요. 서자 출신 홍길동보다 나을지 몰겄소. 길동이는 남장깨 상당 허니 활동폭이 넓어서 여러모로 이익이 되었지라우."

"어째서 맬겁시 홍길동 이야기여?"

"삼덕이가 '여자 홍길동'잉개 그러지라우. 머리로 보아서나 행동으로 보아서나 재주로 보아서나 상당히니 홍길동이요."

"길동이는 여그 장성 황룡면 출신 아니던가?"

"맞소.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났으나 첩의 자식이라는 신분 땀시 출세길이 막혀붕깨 에라 잡것 하고, 차별받던 백성들을 대신해서 혁명을 일으켰지라우."

다른 입도자가 나섰다.

"나는 잘 모릉깨 자세하니 이약을 혀봐."

"길동은 반역자 또는 도적에서 영웅으로 부활한 사람이요."

홍길동은 세조 대 전후 전라도 장성군 황룡면 아차곡에서 경성절제사(鏡城節制使) 홍상직과 관기(官妓) 옥영향(玉英香) 사이에서 태어난 얼자(孼子:첩의 아들)다. 연산군 때 도적떼의 우두머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실존 인물이다. 혁명가로 활동한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의 실제 인물이며, 흔히 길동은 허균 사상과 동일시된다. 탐관오리를 징치하고, 핍박받는 백성들을 위해 싸운 의적(義賊)인 것이다.

길동의 아버지 홍상직은 본래 경기도 파주 출신으로 모함으로 체포됐다가 풀려난 인물인데, 불안한 정세를 탄식하며 예전에 근무했던 인심 좋고 경치 좋은 장성으로 낙향하였고, 이후 만득자(晩得子) 길동을 얻었다. 다만 명문 남양 홍씨 집안의 체면 등을 감안하여 모호하게 기록한 것이 오늘날 출생의 비밀로 전해지고 있다.<이상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왕의 길 신하의 길', 한길사, 임형택의 '역사 속의 홍길동과 소설 속의 홍길동' 역사문제연구소, 일부 인용>

늙은 농민군이 끼어들었다.

"그랑깨 삼덕이가 남자 길동이가 될 수 있는디 계집아이라 행세를 못하고, 행동거지 또한 좁혀지게 돼부렀다 이 말이제이? 안타까운 일이시. 하지만 풍물놀이로 세상을 밝혀주고 있잖은가. 농민군한티 용기를 주고, 힘을 보태주고 있네. 그것 또한 비민한(보통) 일이 아니시. 밥만이 군사의 배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란 마시. 군사는 사기를 먹고 사네."

이런 내용을 양판재도 알고 있었다. 양판재가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소리 죽여 흐느끼는 공삼덕의 등을 토닥거렸다. 공삼덕이 고개를 들어 그를 살피더니 이번에는 그의 가슴에 안겼다.

"가슴 터지게 안아줘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