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72> 서정영 거제 옥계마을 이장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2025. 7. 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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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박차고 귀향…‘어촌 브랜드화’로 혁신 돛대 올리다

- 능동적 삶 개척 위해 40살에 사직
- 이장 선출 뒤 마을협동조합 결성
- 갯벌 체험 제공·군함 자원화 등
- 콘텐츠 차별화로 지역발전 견인
- 이제는 ‘사계절 해수욕장’ 주력

◇ 서정영의 인생이모작 귀띔

- Try Everything, 모든 것에 도전해봐!

요즘 농어촌에는 두 가지 변화가 함께 있다. 초고령화가 하나의 변화라면 다른 하나는 의욕 충만한 젊은이들이 귀촌해 창업하는 것. 물론 대다수의 은퇴자에게서 귀촌 창업은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둘러보니 귀촌 창업이 드물지는 않다. 그중에서 이번에는 대기업을 박차고 어촌으로 돌아가는 승부수를 던진 이를 만났다. 그를 찾아 방문한 곳은 부산과 바로 이웃한 거제 옥계마을이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경남 거제 옥계마을 서정영 이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을에 구축돼 있는 선진호를 배경으로 옥계마을을 하나의 리조트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요즘 저희 마을 해수욕장에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기에 주민과 함께 대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방문객들께서 편안히 휴식하실 수 있도록 마을 시설도 점검할 것입니다.

-이 마을을 소개 좀 해주세요.

▶여기는 거제 칠천도 옥계마을입니다. 부산에서는 거가대교를 타고 들어오시면 초입에 위치해 있으니 접근하시기 쉽죠. 전체 75가구 중 32명이 어업에 종사하는 작은 어촌인데 요즘은 연간 8만 명 이상이 휴양하는 명소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옥계해수욕장은 거제도 18개 해수욕장 중 제일 작은 데도 연 2만 명 넘게 찾아 방문객 밀도가 가장 높다고 합니다.

이번에 만난 이는 거제 칠천도 옥계마을의 서정영(44) 이장이다. 그는 마을 이장치곤 매우 젊은 편이라 곳곳에 ‘젊은 이장’으로 소문나 있다. 요즘 그가 시도하는 대안적 발전 방식이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통찰력을 주기 때문이란다.

-이 마을이 외지인들에게 어떤 점에서 매력적인가요?

▶우리 칠천도의 칠천량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7년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이 왜군에게 대패한 곳입니다. 물론 그 뒤 이순신 장군께서 남은 12척의 군선으로 다시 출전하시어 명량해전에서 승리하셨죠. 우리 마을에는 이를 기억하기 위해 칠천량 해전공원을 조성해 두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 마을에는 씨릉섬 출렁다리, 선진호, 갯벌 체험장, 수상레저 시설, 해수욕장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장님은 요즘 농어촌 부락의 이장님들보다 많이 젊으시죠?

▶17년 차이던 2021년에 삼성중공업에 사표를 던져버리고 들어왔습니다. 나이 40세에 그렇게 결단한데는 저만의 스토리가 있어요. 그러니까 저는 귀향하기 몇 년 전부터 퇴직하신 어버지의 펜션 짓는 작업을 도와드렸죠. 그런데 그러던 중 공간을 기획하고 가꾸는 일이 제게 너무나 맞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실 저는 직장에서도 기획하고 혁신하는 일을 도맡아 할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그때 펜션 사업을 기획 실행할 때도 기쁘게 몰입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능동적으로 살면서 가족들과 좋은 경험을 만들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더군요. 결국 저는 결단해 버렸죠.

-그렇지만 한창의 나이에 대기업 직장을 그만두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요.

▶직장인은 어떤 면에서 달콤해요. 아무 생각 안 해도 정해진 때 월급 나오고 편안하죠. 괜찮게 사는 방법이긴 해요. 그러나 저에게는 강한 갈구가 일어났고, 마침 아버지의 펜션사업을 통해 퇴직 직후의 수입절벽은 방어하며 시작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서더군요.

‘회사형 인간’의 삶은 트랙 위의 경주마처럼 안정적이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급여와 복지는 생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러나 승진과 보상조차도 철저한 희생 위에서 주어지는 것이고, 개인은 조직의 톱니바퀴에 묻혀 번아웃 되기 일쑤다. 서정영 이장은 자기 삶에서 회사원은 정답이 아님을 깨닫고 다른 삶을 선택했던 것이다.

-귀향해서 많은 일을 하셨지요? 이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마을 주민들이 거의 80대라서 5년 10년 후에는 마을이 완전히 없어지겠다는 그런 약간 무거운 마음이 들던 중 이장으로 선출됐어요. 저는 브랜드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우리 옥계마을 내의 모든 자원을 엮어서 하나의 마을 브랜드로 다듬자는 전략이었어요. 그래서 차별화하기 위해 ‘어기야디어차’라는 협동조합을 결성했죠. 주민 50세대가 100만 원씩 내어 총 5000만 원의 출자금을 만들어 설립했는데, 1년 만에 1억 원의 수입을 내어 배당금을 드리니 응집력이 올라가더군요. 이제 저는 우리나라 어촌의 발전 방식의 혁신을 주장하고 있어요.

-어떻게요?

▶무엇보다 바다를 지켜야 해요. 바다를 지키면서 해당 마을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해요. 그런데 전국의 많은 어촌들이 정부 자금 끌어와서 다리와 방파제 짓는데 치중합니다. 차별성이 다 없어져요. 주민의 나이는 대부분 90을 향해 있는데, 대형 구조물만 지으면 어촌이 살아나나요? 우리는 지금 옥계마을형 바다 생태계를 살리는데 주력합니다. 해양쓰레기를 주워서 굿즈를 만들어 팔고, 갯벌을 다듬어 학생들의 체험교육 장소로 제공합니다. 안 쓰는 군함을 자원화했고, 사용하지 않는 마을회관을 마을 식당으로 만들어 수익화로 연결했습니다. 어촌마을을 하나의 리조트를 만드는 1단계 발전 성과를 보았죠.

-2단계가 또 있나요?

▶여름 한 철만 사용하는 해수욕장을 사계절 동안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봄에는 축제, 가을에는 치유의 해변이 되도록 콘텐츠를 입히고 있죠. 이를 통해 옥계마을은 크게 4가지 프로젝트가 운영되는 공간이 됩니다. 관광을 위한 어촌 리조트를, 체험교육을 위해 갯벌을, 환경보전과 수익을 위해 선물용 굿즈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연결시켜 주민들의 연금복지를 챙기는 마을로 거듭나는 거죠.

-거제시나 정부 측과도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거제도의 경우 마을이 400여 개인데 우리처럼 마을 자체를 브랜드화하는 곳은 없어요. 그런 중에 우리 방식은 이젠 이해도가 넓혀져 올해 여러 지원사업도 받았어요. 경남도에서 7억 원 규모의 체류형 어촌체험기반 조성사업 외에도 바다가꿈 프로젝트, 민간기업 협업 소득증진사업, 경남관광협업프로젝트 등을 받아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촌마을을 경영해보면서 나타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말씀해주세요.

▶개성이 없죠. 정부로부터 돈을 타서 거대한 구조물을 짓는데 알고 보면 전부 닮아서 ‘컨트롤 C, 컨트롤 V’ 입니다. 발전 방식이 대한민국 전부 복사판이죠. 이젠 시대에 맞는 시스템을 다시 구축해야 해요. 이제는 어촌의 발전 방향을 ‘고기만 잡는 어촌’이라는 틀로서만 생각하면 안됩니다. 도시에서 제공받지 못하는 체험학습 치유관광 휴양이 복합된 3차 산업의 생생한 현장이라고 생각하고서 이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젊은이가 유입되는 동네가 되는거죠. 우리 마을 협동조합의 사무장님은 연고가 없어도 서울에서 오셔서 활동하고 계셔요. 우리 마을에서 고기도 잡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의 기회를 드렸기 때문이죠.

-어촌으로의 이주를 모색하고 계신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모든 분들에게 어촌에 많은 기회가 있다고 일방으로 권할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러나 이제 어촌은 ‘어제의 어촌’이 아닙니다. 고기만 잡는 어촌이 아닌 바다에 인접한 마을 특유의 새로운 기회가 매우 많이 창출될 과도기적 장소입니다. 새로운 유형의 3차 산업이 부흥하고 있어요. 그러니 당사자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인가를 생각해 보시고 괜찮다면 결단해보세요. 특정 해변마을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자신만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장할 가능성을 콘텐츠 위주로 가볍게 재미있게 접근해 보시기 바랍니다.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으게 하기보다는 끝없이 넓은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는 말을 했다. 내가 만나본 젊은 이장 서정영은 나무를 모으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국어촌의 발전에 대한 ‘철학’과 ‘시스템’을 설계하는 지도자였다. 고기만 잡는 늙은 어촌을 체험교육과 치유와 휴양관광이 살아 숨 쉬는 역동적 마을로 전환시키는 실천적 기획가였다. 판단은 분명하고 실행은 공동체적이다. 그는 마을 단위로 브랜드를 만들고, 바다를 삶의 학교로 재구성했다. 어촌을 낡은 산업이 아닌 새로운 기회의 공간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그의 도전은 단순한 귀향이 아니라, 대한민국 어촌의 내일을 여는 혁신의 돛대이자 공동체의 새로운 항로를 밝히는 등대처럼 밝다.

※특별후원: BNK 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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