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86> 집에 작은 연지(蓮池)를 마련한 18세기 여항문인 박윤묵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2025. 7. 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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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보 사이인 내 집에(到來百步間·도래백보간) / 일꾼 두 명이 어깨에 메고 왔네.

첫 구와 둘째 구를 보면 그 집에서 일꾼 두 명을 시켜 연(蓮)을 보내주었다.

이에 시인은 집 뜰에 돌을 쌓아 작은 연지(蓮池)를 만들었다.

마침내 뜰에 작은 강호(江湖)를 이루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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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이 더불어 갖추어졌네

- 蓮葉與之俱·연엽여지구

백 보 사이인 내 집에(到來百步間·도래백보간) / 일꾼 두 명이 어깨에 메고 왔네.(肩擔兩役夫·견담양역부) / 돌을 쌓아 작은 대를 만들고(疊石築小臺·첩석축소대) / 마침내 배치가 완성되었네.(安排在須臾·안배재수유) / 맑은 물에 어린 꽃망울 담겨 있고(淸水中涵暎·청수중함영) / 연잎이 더불어 갖추어졌네.(蓮葉與之俱·연엽여지구) / 드디어 내 집 온 뜰 안에(遂令一庭內·수령일정내) / 슬그머니 작은 산수가 생겼다네.(居然小江湖·거연소강호)

위 시는 조선 후기 문인 존재(存齋) 박윤묵(朴允默·1771~1849)의 ‘작은 연못을 만들고’(盆池成·분지성)로, 그의 문집인 ‘존재집(存齋集)’ 권 10에 수록돼 있다.

모두 22행의 시인데 그 가운데 내용을 인용했다. 그는 정조 때 규장각 서리를 지냈고, 이후 평신진첨절제사(平薪鎭僉節制使)를 지낸 여항문인이다.

위 시의 앞쪽 부분 생략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박윤묵의 집 인근 한 집에서 분(盆)에 연꽃 수십 그루를 키운다는 걸 알고 좀 줄 수 없냐고 편지를 보냈다. 그다음 내용이 위 시에 이어진다. 첫 구와 둘째 구를 보면 그 집에서 일꾼 두 명을 시켜 연(蓮)을 보내주었다. 이에 시인은 집 뜰에 돌을 쌓아 작은 연지(蓮池)를 만들었다. 물속에 연꽃이 피기 전 어린 꽃망울과 연잎이 배치돼 그럴싸한 연지가 조성되었다. 마침내 뜰에 작은 강호(江湖)를 이루었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소강호’를 ‘작은 산수’로 해석했지만 ‘강호’에는 선비가 은거하던 자연 또는 산수의 의미가 있다. 시인은 연지를 통해 마치 세상을 벗어난 산수에 은거한다는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세상에서 벗어나 자연에 묻힐 수 없는 처지에서는 이처럼 집 안에 작은 산수를 마련했다. 마치 은거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위로받으려는 심산이었다.

어제 필자의 원향인 함안 군북 서산서원에 들렀다가 가야읍 가야리 일원에 있는 연꽃밭을 둘러보았다. 한창 연꽃이 피고 있었다. 연꽃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길 지경이었다. 연꽃 색상이 다양했다. 필자도 몇 년 전 목압서사 뜰에 작은 연지를 조성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시멘트로 떡칠(?)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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