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랜드마크보다 시민에게 공감받는 상징 고민해야

우귀화 기자 2025. 7. 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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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행정 상징 랜드마크 (2) 역대 랜드마크 논란

랜드마크(Landmark)는 주변 지역과 구별되는 특별하고 상징적인 지형 또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특정 장소나 도시를 대표하는 기능을 한다. 지역에 있는 자연 지형지물이 랜드마크가 되기도 하지만 건축물이나 조형물을 랜드마크로 삼는 지역도 있다.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의 여신상 등이 대표적이다. 훌륭한 랜드마크는 지역을 홍보하면서 그 자체로 우수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자치단체장들은 종종 자기 실적을 내세우는 방법으로 랜드마크 조성 사업을 눈여겨보곤 했다.

창원시는 2010년 마산·창원·진해 통합 이후 랜드마크 조성 계획이 심심찮게 나왔다. 2013년 창원관광타워(655m), 2019년 이순신타워(100m) 사업 계획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높이 40m 도심 전망대 빅트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대형 랜드마크가 아닌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건축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바벨탑이라 일컬어진 허황된 꿈 = 창원시 통합 이후 2013년 4월 민자사업자가 세계 최고 높이 타워 건축을 선언했다. '창원관광타워 및 케이블카 건설준비위원회'는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마산 해양신도시나 마산합포구 가포동 MBC 송신탑 자리에 655m 높이로 창원관광타워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산 무학산 높이가 767m이다.
2013년 창원관광타워 마산 해양신도시 설치조감도./경남도민일보 DB
건물면적 70만㎡ 규모로 설계한 타워에는 컨벤션센터, 호텔, 콘도미니엄, 테마파크, 병원, 면세점, 기업 전시관, 실버타운 등을 유치하겠다고 홍보했다. 여기에 관광타워~마산 돝섬~성산구 귀산동을 잇는 왕복 4㎞ 해상 케이블카 설치 계획도 포함됐다. 타워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돝섬 등을 둘러볼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돝섬 앞에는 1만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해상 공연장과 20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이동용 부유식 해수욕장도 만들겠다고 했다.
2013년 창원관광타워 예상도./경남도민일보 DB

건설준비위원회는 창원시에 사업을 제안했고 1년 6개월 동안 준비해서 2015년 하반기에 착공해 2018년 준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1조 700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의구심이 잇따랐다. 건설준비위원회는 시민이 투자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대기업 등에 사업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치·경제·학계 인사 60여 명이 건설준비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에펠탑(324m), 도쿄 스카이트리(일본 도쿄·634m), 광저우 캔톤타워(중국 광저우·610m), 시엔타워(캐나다 토론토·553m) 등 세계적인 타워보다 더 높게 짓겠다던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건설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최종적으로 해양신도시에 타워를 세우려고 했지만 기업 이익 창출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서 타당성이 없어 사업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지으려다 만 이순신 타워 = 2019년 7월 이순신 타워 건립 논의가 시작됐다. 100m 높이 이순신 장군 형상 타워를 시유지인 진해구 대발령 정상부 옛 군부대 터에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예산 200억 원을 들여 2021년에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창원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순신 장군 동상이 건립된 진해지역을 기념하고 해군 요람인 진해기지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진해를 알려 지역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남 곳곳에서 이순신을 관광산업으로 추진하는데 굳이 창원에 초대형 이순신 타워를 세워야 하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의당 경남도당이 2019년 9월 26일 창원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순신타워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당시 정의당 진해지역위원회는 "창원시가 이순신 타워를 진해 대발령에 세워 관광도시 진해가 될 것처럼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지만 이러한 홍보는 10여 년 전 해양솔라파크 건립 때도 있었다. 250여억 원을 들여 세운 해양솔라파크로 과연 진해가 해양관광지로 성장했는가"라고 물었다.

창원시는 타당성 조사·기본 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건립자문위원까지 모집했다. 사업은 3년 가까이 추진되다 중단됐다.

창원시 관광과 관계자는 "2019년 1월 진해구민과의 대화에서 진해구민이 사업을 건의하면서 이순신 타워 건립 논의가 시작됐다"며 "사업은 2021년 12월 사업 용역 결과에서 사업비가 과다하게 드는 것으로 나와서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무산됐지만 민간이 추진했던 창원관광타워와 달리 이순신타워는 창원시가 주도했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랜드마크 시대는 갔다" = 이처럼 창원시에 랜드마크를 지으려는 시도는 드물지 않게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랜드마크가 아닌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더 확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정도 전 경남도 총괄건축가는 "빅트리는 싱가포르 슈퍼트리 등을 참고해 '짝퉁'이 됐다"며 "창원시에 맞는 것을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도시 한복판에 빅트리 하나를 올려놓고 좋아질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빅트리 자리는 아름다운 산 능성이어서 그대로 두고 봐도 좋은데 아름다운 산 경관을 버려놓았다"며 "전면적인 개조가 어렵다면 아예 지금이라도 없애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지금은 랜드마크가 도시 품격, 상징으로 되는 시기는 아니다"라며 "탑이나 뭘 하나 세운다고 될 게 아니라 실제 시민이 살아가는 생활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성문 창원대 건축학부 교수도 "높은 건물을 짓는 랜드마크 시대는 지났다"며 "덴마크는 왕립도서관을 '블랙 다이아몬드'라 부르며 도시 상징으로 여기는데 창원시도 시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을 더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랜드마크를 정할 게 아니라 시민이 공감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건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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