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아이폰 비밀번호

아이폰의 강점 중 하나는 높은 보안성이다.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4자리, 6자리, 8자리 이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알파벳·숫자·특수문자를 조합해 6자리 비밀번호를 만들 경우 가능한 조합 수가 560억개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니 20자리 넘는 비밀번호를 남이 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첨단 포렌식 장비를 갖춘 수사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검찰이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지 못한다는 걸 널리 알린 사람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다. 문재인 정권 때 검찰은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이던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했으나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보도자료에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휴대전화 잠금해제 시도가 더는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적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숨기면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을까. 몇년 뒤 윤석열 측의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한 공수처도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지 못했다.
윤석열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을 특검에 임의 제출하면서 비밀번호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윤 의원은 지난해 12월 휴대전화를 교체하기도 했다. 검찰이 명태균씨의 ‘황금폰’ 등을 포렌식해 윤석열과 명씨의 통화 내용을 확보한 뒤였다. 이 통화에서 두 사람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논의하며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 의원을 거론했다.
윤석열도 ‘채 상병 특검팀’에 압수된 아이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피의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셈이다. 그러면서 15일 내란 특검의 출석 요구에 이틀째 불응했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과거 전직 대통령 두 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위해 수사기관이 구치소를 방문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특검팀이 윤석열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로 직접 와 조사하라는 것이다. 일개 피의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거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따위는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맞을 텐데, 둘 다 누리려고 한다. 윤석열은 형사법 집행의 총책임자인 검찰총장을 지낸 자다. 이런 후안무치가 없다.
정제혁 논설위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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