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광주의 지능은 괜찮은가요?

지능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신경과학자 석학인 이대열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의 말이다. 인류학적으로 살펴봐도 인류는 문제를 해결해가며 진화했고, 그에 따라 지능 또한 높아졌다. 또 지능이 높아지면서 문제 해결 능력이 덩달아 올라가면서 문명을 꽃피우는 데 가속도가 붙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흔히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에 비유하곤 한다. 놀랍도록 사람을 닮았다.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집합체가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도시에도 지능이 있다. 도시가 지능이 높다는 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도시는 공통으로 겪는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 문제'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도시가 과밀화되면서 발생하는 도심 혼잡 문제, 예컨대 주거비 상승이나 불법 주차, 슬럼화, 젠트리피케이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치 사람이 유아에서 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것과 같다.
그런가 하면 도시마다 다른 문제를 겪기도 한다.
이는 도시의 개별성과 특수성에 기인한다. 또 그렇기에 각 도시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기도 한다. 우리가 특정 도시의 매력 포인트를 떠올릴 때 많은 경우는 그 도시가 겪은 문제를 해결한 결과일 때가 많다.

스페인 세비야의 대표적 건축물인 '메트로폴 파라솔'도 제약을 극복하며 더 창의적인 건물이 된 경우다. 고대 유적지 위에 형성된 재래시장을 재건축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디자인에 대한 시민들의 호불호로 사업은 무한정 지연됐다. 5천만유로였던 사업비는 1억 유로로 뛰었다. 그러나 오히려 악조건 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건축물이 탄생하면서 세비야를 넘어 스페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이렇듯 도시는 문제를 안고 해결해 나가면서 성장한다. 중요한 건 문제가 있느냐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2022년 1월 대선 당시 광주를 넘어, 호남, 전국을 강타했던 '광주 복합쇼핑몰 논쟁'은 광주의 문제 해결 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우다. 지역 상인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교통 혼잡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외면한 결과가 광주시민들이 박탈감과 분노로 표출한 셈이다. 그 여파는 '호남 낙후론'으로 이어져 정치 지형까지 흔들었다.
당시 광주는 복합쇼핑몰 유치 문제뿐만 아니라, 도시철도 2호선 지연, 잇따라 무산된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지지부진한 군공항 이전 등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수두룩했다. 이는 광주시장 교체로도 이어졌다.
당시 강 시장은 대선에서 이슈가 되기 전 복합쇼핑몰을 단일 시설이 아닌, 관광단지 형태로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관점을 바꾸고 오히려 판을 키워 지역 먹거리로 전환하는 문제 해결 방식을 보인 것이다. 실제 강 시장 취임 후 단순히 백화점 확장으로 그칠 수 있었던 신세계백화점은 터미널 지하화를 포함해 호텔을 짓고 주거와 상업시설이 복합화하는 수조원대 사업으로 커졌다.
그러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리더 한 사람이 할 수도,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시장 한명의 추진력만으로 굴러가는 도시는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 해결 구조를 갖춘 도시가 돼야 한다. 다시 말해, 도시 전체의 '집단 지능'이 작동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지자체나 민간 영역에서의 수준 높은 기획력과 합리적 의사 결정, 시민들의 높은 참여 의식, 정치권의 조정 능력, 지역 언론의 생산적 공론장 마련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불행하게도 지역적 다양성이 낮은 광주는 학연·지연·혈연이 얽힌 폐쇄적 사회구조와 일당 독점 구조, 정치적 불신 등으로 의사결정 체계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동반된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갈등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문화나 이해 충돌을 조정하지 못하는 구조로 많은 문제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 무책임은 불어나는 눈덩이로 되돌아오고 있다.
도시의 지능은 그냥 높아지지 않는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는 도시는 성장할 수 없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과정과 지속성 있는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때 광주라는 도시의 힘이 축적된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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