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이고도 위험천만한 세계사 속 와인 이야기

정민지 기자 2025. 7. 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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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고대 그리스 민주정을 탄생시켰다.' 이 말을 듣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와 와인이 서로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지리', 즉 이 나라의 독특한 지형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와인이 바꾼 세계사 이야기 첫 번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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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음료' 와인,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다
고대 그리스 민주정부터 와인 명산지까지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나이토 히로후미 지음·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74쪽 / 1만 8500원)

'와인은 고대 그리스 민주정을 탄생시켰다.' 이 말을 듣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와 와인이 서로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지리', 즉 이 나라의 독특한 지형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는 땅의 생긴 모양이나 형세 면에서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와 확연히 달랐다. 이 지역에는 티그리스강·유프라테스강이나 나일강 같은 큰 강도, 비옥한 평야도 없다. 산이 바다를 향해 내달리는 듯한 독특한 지형에 평야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좁은 농토가 드문드문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왕, 귀족 등의 지배계급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토지를 독점한 채 폭력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이 맥락에서 고대 그리스의 평민계급 농민들은 좁은 농토를 소유한 채 천민이나 전쟁 포로를 노예로 부리며 농사를 지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 풍요로운 농민들은 자신이 소유한 땅에 포도나무를 심고 수확해 와인을 양조하고 더불어 즐겨 마시며 수준 높은 문화를 창조했다. 비옥한 문화 풍토 위에서 활발하게 토론하고 정치의식을 고취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고대 그리스 세계를 대표하는 아테네는 그 연장선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피타고라스, 히포크라테스 등의 걸출한 철학자, 수학자, 의사 등을 배출하며 위대한 문명을 이룩했다. 이것이 바로 와인이 바꾼 세계사 이야기 첫 번째 장면이다.

와인의 세계사는 독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오늘날 독일은 와인이 아닌 맥주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7세기 전반기(1618-1648년)에 일어난 30년 전쟁으로 독일 전역의 포도밭이 초토화되기 전까지 수백 년 동안 독일은 프랑스, 이탈리아에 버금가는 와인 강국으로 자리매김해 있었다.

독일은 이런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오늘날까지 세계 최고의 와인 명산지 중 하나로 꼽히는 라인가우를 보유하고 있다. 라인가우는 어떻게 세계적인 와인 명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이는 '유럽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대한 군주 카롤루스 대제의 날카로운 안목과 통찰력이 빚어낸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 와인 명산지 라인가우에는 카롤루스 대제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포도밭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라인강 유역의 잉겔하임에 머물던 대제는 강 건너편 라인가우의 요하니스베르크 산기슭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범상치 않은 풍경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당시는 초봄이었는데, 라인가우 요하니스베르크의 산기슭이 다른 곳보다 햇볕도 잘 들고 눈이 유난히 빨리 녹는 장면을 발견한 것이다. 대제는 단박에 그곳이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에 적합한 지역임을 간파하고 포도나무를 심으라고 명령했다. 역사 기록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카롤루스 대제의 통찰력과 활약으로 오늘날 라인가우가 세계적인 와인 명산지가 됐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 책은 교보문고 65주 연속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교보문고 '2019년을 빚낸 역사책 100권' 1위('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열 번째 책이다.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흥미진진한 와인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을 읽다 보면, 독자는 '신의 음료' 와인이 인간의 욕망과 충돌하고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물줄기를 바꾼 인류 역사 이야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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