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그리는 이정현


두 해 전 7월에 제111회 청주하우스콘서트를 통해 만났던 첼리스트 이정현(충북예술고 3학년)을 지난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에 아트센터 올'리브의 기획전 '음악을 그리다'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어떤 소리(音)를 들었을 때 마음속에서 색을 느낄 수 있는 현상"인 '색청(色聽, color hearing)'의 힘을 지닌 이정현의 2023년 연주회 때는 무대의 배경화면으로만 보았던 그림 악보들을 그의 무반주 첼로 연주를 들으면서 실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한 이번 전시회의 오프닝 공연은 관객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 되었다.
전시회의 오프닝 공연을 돌아보니, 클로즈업이 되며 빛나는 순간이 세 번 있었다.
아트센터 올'리브의 갤러리 입구에 걸려 있던 이정현의 '어부바' 그림 악보에서 숨 쉬고 있던 첼로 한 대를 직면한 때, 조반니 솔리마의 '라멘타치오(Lamentatio)'를 연주하면서 이정현이 곁들여 내는 구음(口音)이 영혼의 슬픔을 원초적인 느낌으로 애도하던 때, 이정현이 앙코르 무대로 자작곡 '숲속은 즐거워'를 자신의 그림 악보를 바라보면서 연주하던 때였다.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이정현이 음악을 그리는 예술가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선 그가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프로디저스 서번트(prodigious savant)라는 것에 주목하는 것보다는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던 그의 어머니의 소박한 바람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만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아이도 똑같이 똑같은 사람이고 같이 어울려서 살면 재밌다는 거. 같이 더불어서 살면 더 좋다는 거. 불편함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는 거를 같이 알아주시고 포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과 사회와의 만만치 않은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고, 예술가로서의 쉽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누군가를 뜨거운 마음으로 지켜주는 것도 우리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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