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은 인간을 해명하거나 규정짓는 학문이 아니다. 인간과 함께하며, 세계 속에서 삶의 조건과 가능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팀 잉골드(1948~)는 이러한 인류학의 본질에 천착하면서 인류학의 지평을 확장해왔다. 인간과 비인간, 인공물과 자연물의 경계를 허무는 ‘조응의 인류학’으로 그는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 얽히고 함께 되어가는지를 탐구해 왔다. 이는 인류학이 단순한 관찰을 넘어, 세계와의 상호 감응을 통해 생성되는 경험의 과정임을 일깨운다.
예컨대 잉골드는 핀란드 북부의 목축 원주민 사미족과 순록 떼의 관계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고정된 이분법을 뒤흔든다. 우리가 안정적으로 보아 온 세계는 사실상 지속적으로 유동하는 선(線)과 그 흔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것들이 모여 삶을 이룬다는 것이다.
책은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들며 인류학을 보다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학문으로 확장한 잉골드의 연구와 사유를 상세히 해설한다. 잉골드 인류학의 핵심인 ‘조응’(correspondence)이 우리가 익숙하게 말하는 ‘상호 작용’과 어떻게 다른지, 왜 그가 인류학적 주제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선’에 대한 탐구로 나아갔는지, ‘애니미즘’ 같은 개념들이 잉골드의 인류학 안에서 어떻게 새롭게 살아나는지 등을 풀어낸다.
잉골드는 오늘날 인류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사회인류학을 전공했고, 맨체스터대와 애버딘대에서 인류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4A(인류학·고고학·예술·건축)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제 사이 경계를 허무는 데 선구적 역할을 했다. ‘조응’, ‘어포던스’(affordance) 등의 개념을 통해 인류학의 경계를 확장했다. ‘라인스’(2007), ‘만들기’(2013),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2015) 등 ‘선의 삼부작’으로 독창적 인류학을 전개했다.
세계를 보는 시선을 뒤집고, 인간 존재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잉골드의 인류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되묻는 철학적 여정이기도 하다. 잉골드를 따라 경험과 상상의 도화선에 불을 댕겨 보자. 그러면 우리는 세계와 조응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