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의 맥]임상부터 영업까지, 제약업계에 실전 투입된 생성형 AI

최윤선 맥킨지앤드컴퍼니 부파트너 2025. 7. 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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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하나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평균 10년의 시간과 1조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한편 최근 10년 사이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은 두 배로 늘었다. 개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신약 개발의 속도와 효율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업계는 생성형 AI의 가능성을 적극 탐색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테스트나 파일럿에 그쳤던 AI 활용이 업무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는 흐름이다. 생성형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특히 기대되는 영역은 바로 임상 문서 작성, 그리고 영업·마케팅이다.

‘임상결과보고서(CSR)’는 신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당국에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고도의 정확성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임상 데이터를 수개월에 걸쳐 검토한다.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 작업이다.

CSR은 형식이 일정 부분 정형화되어 있어 생성형 AI를 적용하면 반복 작업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과거 임상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핵심 내용을 추출해 초안을 작성하면 의료 전문가는 해석과 판단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 머크(MSD)는 CSR 업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함으로써 신약 출시 속도를 끌어올렸다. 맥킨지와 협업해서 도입한 AI 플랫폼은 표 구조 처리부터 데이터 추출, 스타일링, 검증까지 자동화하며 CSR 초안 작성 시간을 180시간에서 80시간으로 대폭 단축했다. 전체 작성 기간은 2-3주에서 3-4일로 줄었고, 오류율도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영업 부문에서도 생성형 AI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 흔히 떠올리는 영업은 제품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영업사원이 본인이 아는 것을 고객에게 알려주는 일이다. 하지만 자동차나 보험 등 기존의 제품·서비스와 달리 의료기기나 의약품 분야는 고객군이 특수하다. 즉, 고객 대부분이 의사이거나 병원 종사자이기 때문에 제품 성분이나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업계 소식도 훨씬 빠르게 접한다.

그래서 의료 영업사원들은 한 번의 미팅에도 준비 시간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타깃 병원의 규모, 주요 의사결정자의 성향, 과거에 나눈 대화까지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어떻게 말할지 전략적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설득의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다.

이 지점에서 AI는 영업사원의 ‘두 번째 두뇌’가 된다. 고객 데이터를 학습해 니즈를 예측하고, 효과적인 제안을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한 글로벌 제약사는 최근 맥킨지가 지원하는 ‘AI 세일즈 렙(Sales Rep)’ 설루션을 도입했다. CRM 시스템에 생성형 AI를 결합해 고객 이력, 제품 정보, 예상 질문과 답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콜 준비 시간은 절반 가까이 줄었고 영업사원은 반복적 자료 정리 대신 고객과의 실제 소통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관리자 입장에서도 이점은 뚜렷하다. 실시간으로 영업 현장을 파악하고,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또 분석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종합 리포트를 자동으로 생성해 경영진 보고까지 지원한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영업·마케팅 프로세스에 통합할 경우 최대 2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고객과의 상호작용도 유의미하게 늘어났다. 생성형 AI를 조기 도입한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맞춤형 콘텐츠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의료진 및 환자와의 접점이 4~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크의 CSR과 AI 세일즈 렙 사례는 반복 업무는 AI가 맡고, 창의성과 공감은 사람이 맡는 구조를 통해 조직 전체의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확장시킨 사례다. AI의 진짜 가치는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데 있다.

앞으로 조직이 AI를 통해 어떤 역량을 키우고, 일하는 문화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가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이제 기업이 해야 할 질문은 ‘어떤 기술을 도입할까’가 아니라 ‘우리 조직에 어떤 역량을 쌓을 것인가’이다.

Q. AI가 세일즈를 대신할 수 있을까?

A. AI는 세일즈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고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리드 분류, 관계 구축, 업셀링 기회 탐지 등에서 AI를 활용해 세일즈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연결과 창의성이 중요한 세일즈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궁극적으로 가장 강력한 세일즈는 AI와 인간의 협업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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