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하다] 사닥 틀을 들어 올리면, 섬의 시간이 따라 올라왔다

1970년대 어느 가을, 사리 때가 되자 인천 옹진군 문갑도 어민들은 양손에 '사닥 틀'을 쥔 채 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갯벌로 향했다.
사닥 가운데에는 바닷내음을 더하기 위해 갯가에서 캔 갯굴을 넣었다. 어민들은 이를 '갯뽕'이라 불렀다.
사닥 틀을 바닷물 속 깊이 넣고 10~15분쯤 지나 걷어 올리면, 그물 안에는 망둥어 여러 마리가 담겨 있었다. 그날 저녁 밥상에는 망둥어 탕이 올라왔다. 배가 두둑해지는 저녁상이었다.

2025년 7월 11일 오전 11시쯤, 인천 옹진군 문갑도에서 김훈기 어촌계장을 만났다. 그는 직접 사닥 틀을 만들고, 물속으로 들어가 시연까지 해 보였다.
사닥 틀은 통 대나무를 길게 쪼개 줄기를 다듬고, 이를 텐트처럼 구부려 촘촘한 그물과 연결해 만든다. 그물은 가로·세로 2~2.5m 정사각형 크기로,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한다.
이 같은 사닥 틀 어법은 1970년대까지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이어지던 문갑도의 가을 풍경이었다.

당시 문갑도 인근 바다에는 거대한 새우 어장이 형성돼 '부자동네'라 불렸고, 민어와 조기도 풍족하게 잡혔다.
하지만 오늘날 조업 장비는 발달했고 망둥이는 사라졌다. 사닥 틀은 더 이상 어업의 도구가 아니다. 섬에 남은 이들은 대부분 어르신들뿐이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과거의 풍요는 기억 속으로 흐려져간다.
김훈기 어촌계장은 "옛날에는 추석 지나 두 달 동안 사닥 틀로 망둥이, 붕장어를 많이 잡았다"며 "물속에 넣고 10분쯤 지나면 10마리쯤 걸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 시절 문갑도에는 바다가 밥상이었고, 계절이 어업의 달력이었다.
사라진 어법, 떠난 사람들. 하지만 한 어촌계장이 남겨준 사닥 틀 하나가 이 섬의 시간을 되살린다.
문갑도는 그렇게 오늘도, 잊힌 바다의 기억을 붙잡고 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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