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하다] 사닥 틀을 들어 올리면, 섬의 시간이 따라 올라왔다

정회진 기자 2025. 7. 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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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둥이로 채우던 밥상, 사라진 어법…문갑도 바다에 남은 기억 한 자락
▲ 인천 옹진군 문갑도에서 김훈기 어촌계장이 지난 11일 사닥 틀을 이용한 어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1970년대 어느 가을, 사리 때가 되자 인천 옹진군 문갑도 어민들은 양손에 '사닥 틀'을 쥔 채 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갯벌로 향했다.

사닥 가운데에는 바닷내음을 더하기 위해 갯가에서 캔 갯굴을 넣었다. 어민들은 이를 '갯뽕'이라 불렀다.

사닥 틀을 바닷물 속 깊이 넣고 10~15분쯤 지나 걷어 올리면, 그물 안에는 망둥어 여러 마리가 담겨 있었다. 그날 저녁 밥상에는 망둥어 탕이 올라왔다. 배가 두둑해지는 저녁상이었다.

▲ 인천 옹진군 문갑도에서 김훈기 어촌계장이 지난 11일 사닥 틀 시연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2025년 7월 11일 오전 11시쯤, 인천 옹진군 문갑도에서 김훈기 어촌계장을 만났다. 그는 직접 사닥 틀을 만들고, 물속으로 들어가 시연까지 해 보였다.

사닥 틀은 통 대나무를 길게 쪼개 줄기를 다듬고, 이를 텐트처럼 구부려 촘촘한 그물과 연결해 만든다. 그물은 가로·세로 2~2.5m 정사각형 크기로,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한다.

이 같은 사닥 틀 어법은 1970년대까지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이어지던 문갑도의 가을 풍경이었다.

▲ 인천 옹진군 문갑도에서 김훈기 어촌계장이 지난 11일 갯가에서 굴을 캐고 있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당시 문갑도 인근 바다에는 거대한 새우 어장이 형성돼 '부자동네'라 불렸고, 민어와 조기도 풍족하게 잡혔다.

하지만 오늘날 조업 장비는 발달했고 망둥이는 사라졌다. 사닥 틀은 더 이상 어업의 도구가 아니다. 섬에 남은 이들은 대부분 어르신들뿐이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과거의 풍요는 기억 속으로 흐려져간다.

김훈기 어촌계장은 "옛날에는 추석 지나 두 달 동안 사닥 틀로 망둥이, 붕장어를 많이 잡았다"며 "물속에 넣고 10분쯤 지나면 10마리쯤 걸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 시절 문갑도에는 바다가 밥상이었고, 계절이 어업의 달력이었다.

사라진 어법, 떠난 사람들. 하지만 한 어촌계장이 남겨준 사닥 틀 하나가 이 섬의 시간을 되살린다.

문갑도는 그렇게 오늘도, 잊힌 바다의 기억을 붙잡고 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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