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불편” 내세워 해고노동자 집회 막아선 세종대 총학생회···교수·학생 반발

김태욱 기자 2025. 7. 15. 16: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정문 앞에서 세종대 측의 집회·시위 금지 가처분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욱 기자

세종대학교 총학생회가 학교 측과 함께 세종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을 상대로 집회·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사실이 알려지자 학내에서부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총학생회 측은 “학생들의 불편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교수·학생들 사이에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세종대 총학생회는 지난 5월16일 법원에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집회·시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등으로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김종승 총학생회장은 1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집회 소음 등으로 인해 문제가 있어 신입생 행사·등교 과정에서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고 교내 신문사 설문조사에서도 불편사항이 나왔다”고 가처분 신청 이유를 밝혔다. 학교 측 관계자도 “3년째 소음이 발생해 내린 결정”이라며 “세종호텔 노조원의 해고는 중앙노동위원회·지방노동위원회와 법원이 모두 정당하다고 판결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반대하고 나선 집회·시위의 주체는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이다. 해고노동자들은 호텔 사측이 2021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소속 조합원 12명을 정리해고한 데 반발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해 왔다. 호텔 앞에서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이 고공농성을 하는 것과 함께 세종호텔의 실제 주인인 대양학원이 재단으로 있는 세종대 정문 앞에서도 집회를 계속해왔다.

학교 내 구성원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학교에 재직 중인 A교수는 “생존권을 놓고 싸우는 세종호텔 조합원들을 보고 학내에서도 안타깝게 보는 교수·학생들이 많다”며 “총학생회가 조합원들에게 입장을 내고 함께 조율하는 방식이 아니라 합법적 집회·시위 자체를 막으려 한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학생 B씨(24)도 “가처분 신청을 앞두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사실상 없었다고 느꼈다”며 “불편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총학생회가 이런 식으로 문제를 일단락시키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이청우 집행위원장은 전날 학교 정문 앞 기자회견에서 “그간 시험기간·학내 행사 등에 따라 (집회) 마이크 소리를 줄이는 등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조치해왔다”며 “총학생회 측에 여러 차례 협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학내에서 우연히 마주쳐 대화하려 해도 학교 측 경비인력이 막아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입생 행사 때는 학교 밖 인도에서 소형 스피커를 사용하며 유인물을 배부한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학교와 총학생회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의 심문은 오는 1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법원이 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해고노동자들은 학교 반경 200m 이내에서의 집회·시위가 금지될 수 있다.

세종대 측은 “세종대 학보사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재학생의 90% 이상이 시위로 인해 불편을 겪었다고 응답했다”며 “세종대학교와 총학생회, 직원노조는 학생들과 교직원의 학습권, 수업권, 안전권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법적 대응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한 2월13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구조물에 고 지부장이 올라가 있다. 정효진 기자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