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낸 한철] 디카시dicapoetry에 대해

강현국 시인·시와반시 주간 2025. 7. 1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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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국 시인·시와반시 주간

류시화의 글을 읽었다. 부분, 부분 도막 내어 옮긴다. "아프리카 동부의 어느 부족은 아이의 생일을 정하는 그들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아이가 태어난 날이나 잉태된 날이 아니라 어머니의 마음속에 그 아이의 생각이 맨 처음 떠오른 날을 생일로 정한다고 한다. 그날로부터 아이의 인생이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에 대한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 부족의 여인은 마을을 벗어나 숲의 나무 아래 가서 앉는다. 그리고 자신에게서 태어나기를 원하는 아이의 노래가 들릴 때까지 그곳에서 기도하고 명상한다. 모든 영혼은 자신만의 노래를 가지고 있다고 이 부족은 믿는다.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가고 있다면 그 길은 옳은 길이다. 남들과 다른 박자와 어긋난 리듬이 그 노래를 독특한 곡으로 만든다."

이상옥 시인과 디카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겉치레 대담이었다. 10여 분 남짓이 적정 시간인 유튜브 방송의 생리 때문이었다. 허전했다. 고성에서 대구까지 먼 길을 짧게 다녀간 그도 허전하기는 마찬가지였으리라. 아프리카 어느 어머니의 마음속에 떠오른 그 아이처럼, 디카시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나를 찾아왔을까? 태어나기를 바라는, 내가 들은 그 아이의 노래, 남들과 다른 박자와 어긋난 리듬은 어떤 것일까? 긴 글이 읽혀지지 않는다. 나는 이미 황혼녘이고 sns문화 환경은 주어와 서술어를 생략한 지 오래다. 자전적 소설을 쓰고 싶었다. 백발의 내가 어린 날의 나를 만나 집으로 가는 길의 서사를 남기고 싶었다. '집'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새삼 읽게 된 계기였다. '집'이란 의식과 무의식, 전체정신의 아르케인 '자기(self)'임을 배웠다. 집으로 가는 길은 자기실현, 다른 말로 하자면 개성화의 도정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의 서사는 결국 내 삶의 만다라를 만나는 일이었다.

스마트 폰은 우리 몸의 일부이다. 이제 우리는 포노 사피엔스인 것이다. 긴 글 읽기와 긴 글 쓰기의 괴로움은 오래되었다. 짧은 글과 사진의 콜라보가 긴 글 읽고 쓰기의 따분함을 해소해 주었다. 문자 매체와 영상매체가 몸 섞는 재미,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옥 교수가 10여 년 전 시작한 디카시는 그렇게 나를 찾아왔다. 그것이 숲이든 돌멩이든 사사물물은 그 나름의 표정을 지니고 있다. 표정은 풍경이 숨기고 있는 서사의 낯빛이다. 표정의 음영이 서사의 내력을 짐작하게 하고, 서사의 내력이 표정의 생김새를 결정한다. 풍경의 표정은 그것을 보고 느끼는 '나'의 시각에 의한 것이므로 풍경을 찍는 것은 나를 찍는 것이고, 풍경에 대한 노래는 나에 대한 노래이다.

남들과 다른 박자 어긋난 리듬을 가진, 내가 꿈꾸는 디카시란 페르소나를 벗어던진 날 풍경과 날 사유의 만남, 디지털 영상과 아날로그 문자의 통섭이 생성한 소통의 미학이다. 다시 류시화의 글을 옮긴다. "투우장 한쪽에는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구역이 있다.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그 장소로 가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은다. 그곳에 있으면 소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소만 아는 그 자리를 스페인어로 궤렌시아Querencia라고 부른다.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이다." 디카시가 고단한 일상의 퀘렌시아가 될 수 있을까. 그것까지는 언감생심이라 하더라도, 고달픈 밤이 작정된 우리에게 저녁 안식처가 투우장 한쪽에 있음을 일러줄 수 있다면, 남들과 다른 박자 어긋난 리듬의 노래인 그 아이의 인생은 성공일 수 있겠다.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더숲,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