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개인전 여는 아모아코 보아포, 우양미술관서 정체성 화두 던지다
회화·건축·자수 융합 ‘Nsaa Pavilion’ 등 다층적 시선과 문화 교차
![포스터 이미지 [All images ⓒ Wooyang Art Museum]](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5/551752-SREzwmR/20250715161353387obny.jpg)
《I Have Been Here Before》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보아포가 구축해온 독자적인 초상화 회화를 중심으로, 흑인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한 질문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시는 우양미술관의 전면 리모델링 이후 열리는 첫 국제 개인전으로, 동시대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흑인 작가 중 한 명인 보아포의 회화, 영상, 설치 작품들이 2전시실 전관에 걸쳐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기존 미술 제도 내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던 문화와 시선을 새롭게 환기한다"는 우양미술관의 새로운 방향성과 긴밀히 맞닿아 있으며, 보아포의 전시 개최 결정 또한 이 철학에 깊이 공감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미술관 측은 전한다.
△손가락으로 빚어낸 정체성, "나는 이미 여기에 있었다"
보아포는 손가락으로 물감을 직접 바르는 핑거페인팅 기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표현하는 인물들은 강한 시선과 생동감 넘치는 색채, 조각적 질감 속에서 화면 너머의 서사를 끌어낸다. 피부색이나 외양으로 수렴되기 쉬운 흑인의 이미지를 넘어, 그 존재를 하나의 주체로 기록하고 기념하는 그의 회화는 개인성과 공동체성, 역사성과 현재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작가는 빈에서 유학하며 클림트와 실레에게서 받은 영향, 유럽 사회에서 흑인으로서 겪은 주변화의 감각, 고향 아크라의 시각문화와 현대 패션까지를 종합해 회화의 언어를 새롭게 구성해 왔다. 그의 배경에는 벽지 무늬, 컬러필드 회화의 요소, 그리고 아프리카 직물의 패턴이 혼재되며, 인물은 이러한 시각적 층위 위에서 더욱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네 개의 방, 네 개의 응시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1전시실 'Shall Gaze'는 인물의 정면을 응시하는 강렬한 초상들로 시작된다. 관람자는 화면 속 시선을 응시하는 순간, 타자의 시선이 아닌 대등한 주체로서의 마주침을 경험하게 된다.
'States of Being' 섹션에서는 인물의 내면, 감정, 정체성이 시각적으로 표현된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곳의 회화는 단순히 형상을 드러내는 초상을 넘어서, 존재의 깊이를 그리는 작업으로 확장된다.
세 번째 방인 'Posturing and Posing'은 인물의 자세와 포즈를 통해 흑인의 자율성과 미적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다. 이곳에서 인물은 관찰 대상이 아닌 연출자이자 설계자로 등장한다.
가장 실험적인 공간은 마지막 섹션 'A Space for the Divine'이다. 이 공간은 가나 출신 건축가 글렌 드로쉬(Glenn DeRoche)와 보아포가 협업해 설계한 건축 설치로, 한국 전통 한옥의 마당과 아프리카 자수 문화를 결합한 구조물 'Nsaa Pavilion'이 중심에 놓인다. 회화와 건축이 서로의 틀을 넘나들며 관객에게 감각적 침잠과 정서적 울림을 동시에 선사하는 이 공간은, 타 문화 간 조우의 가능성을 건축적으로 해석한 사례로 주목된다.
△회화의 경계를 넘어, 예술 생태계의 확장까지
보아포는 2022년 고향 아크라에 '닷 아틀리에(dot.ateliers)'라는 예술가 레지던시를 설립하고, 가나 신진 작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을 운영 중이다. 그의 작품은 이미 뉴욕 구겐하임, 마이애미 루벨 컬렉션, 비엔나 알베르티나 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이번 아시아 미술관 첫 전시는 동시대 흑인 예술가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시 기간 중에는 보아포의 작업 방식과 주제에 영감을 받은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관람객은 초상화 콜라주를 완성하는 〈나의 얼굴은 새로운 예술〉, 건축과 자수를 체험하는 〈한옥, 자수와 만난 보아포의 그림〉 등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프로그램은 상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