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남산단 지하수에 발암물질…구청은 2년간 숨겼다

김용희 기자 2025. 7. 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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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검출된 광주 하남산단 지역. 하남산단 지하수토양오염조사 용역 결과보고서 갈무리

광주 하남산업단지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지만 자치단체가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수기 광주광역시의원은 15일 열린 제334회 본회의 시정 질문을 통해 “신장암과 중추신경계 손상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하남산업단지 지하수에서 각각 기준치의 최대 466배, 284배 초과 검출됐다. 이 사실을 광주시와 광산구는 2022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발암물질은 하남산단 인접 주거지역인 수완지구 생활용수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의원이 공개한 ‘하남산단 지하수토양오염조사 용역 결과보고서’를 보면 조사를 맡은 한국농어촌공사는 2020~2023년 하남산단 전역 171개 지점에 지하수 관측장비를 설치해 시료 657개를 분석한 결과 시료 117개에서 트리클로로에틸렌, 67개에서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했다. 법적 공업용수 수질기준은 트리클로로에틸렌 0.06㎎/ℓ, 테트라클로로에틸렌 0.02㎎/ℓ이다. 이 물질은 금속 세척 등에 쓰인다.

검출 구역에는 하루 400t, 1000t 이상 지하수를 이용하는 레미콘공장 2곳이 있어 발암물질이 지하수를 따라 주변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오염이 확인된 구역과 관련해 금속가공, 전자부품 제조, 도금 등의 업체가 오래전부터 입주해 있어 많은 폐기물과 오염물을 누출시켰을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지금도 일부 업체에서는 금속가공, 전자부품 제조 등을 위해 두 물질을 세정용 유기용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하남산업단지 전경. 광주시 제공

한국농어촌공사는 오염관리방안으로 주거지역에서 사용 중인 지하수 시설에 대한 사용중지 행정 (조치)명령과 오염확산 방지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우선 고농도 오염지역부터 정화하고 저농도 오염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정화계획을 수립, 지속해서 관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광주시가 2019년 수립한 ‘지하수 관리계획’에 따른 것으로, 사업비 10억원을 광산구에 지급해 진행했다.

박 의원은 “용역조사 결과보고서에도 아무런 대응조치나 정보도 없이 시민들이 2년 넘게 발암물질에 노출된 채 생활하고 있었다”며 “광주시는 즉시 수완지구 관정에 대한 사용 중지 행정조치를 단행하고 오염확산 차단과 정화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광주시 광산구는 이날 박병규 구청장 명의 사과문을 내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 사실을 알리는 데에도 소홀했다. 하남산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와 인근에 사시는 시민 여러분께 걱정을 안겨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광산구는 “171곳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트리클로로에틸렌은 48개 지점,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은 31개 지점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수완지구 주거지역 5곳을 검사한 결과 수질 기준이 초과한 1곳의 지하수 사용을 즉시 중지시켰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수는 2~3년 단위로 수질검사를 하고 있으며 2021년 이후 현재까지 발암물질은 검출되지 않았거나 일부에서는 기준치 이하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수완지구에서 지하수를 사용하는 187곳 전체를 대상으로 이달 안에 수질검사를 하겠다”며 “지하수 검사 결과가 2년 넘게 묻힌 배경과 책임 소재에 대해 감사를 시행해 문제의 원인과 과정, 처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광주시는 “지하수가 생활밀집형 자원이기 때문에 법에서도 그 취지에 맞게 자치구(구청)에서 업무를 담당하도록 권한을 주고 있다”며 “다만, 지하수 오염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의 위급성을 다투는 문제인 만큼 광주시도 자치구와 함께 단기·장기적 구체 실행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는 등 시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광산구 장덕동, 하남동 일대에 있는 하남산단은 1983년부터 가동됐으며 5.9㎢ 터에 1073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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