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위에 색칠한 프리다 칼로의 삶, 다시 무대 위로

이정국 기자 2025. 7. 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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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인생은 캔버스 위에 덧칠되고 긁혀 나간 무수한 색과 선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달 서울 대학로 놀(NOL) 유니플렉스에서 세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 뮤지컬 '프리다'(연출 추정화·9월7일까지)는 프리다 칼로의 비극적이지만 예술혼이 깃든 삶을 살아 있는 그림처럼 펼쳐 보인다.

무대 디자인 역시 프리다 칼로의 그림 언어를 빌려온다.

프리다 역을 맡은 배우들은 그의 삶과 고통, 예술가로서의 기품까지 몸에 새긴 듯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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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리다’ 세번째 시즌 개막
뮤지컬 ‘프리다’ 공연 장면.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인생은 캔버스 위에 덧칠되고 긁혀 나간 무수한 색과 선으로 이뤄져 있다. 6살에 소아마비로 다리가 휘고, 18살에 타고 있던 버스가 전차와 충돌하며 몸이 산산이 부서졌다. 척추와 다리, 갈비뼈까지 부러져 철심에 의지해 숨을 쉬었고, 사랑하는 사람의 반복된 배신과 세번의 유산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는 모든 금 간 자리마다 붓을 들고 색을 채웠다. 그가 ‘고통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달 서울 대학로 놀(NOL) 유니플렉스에서 세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 뮤지컬 ‘프리다’(연출 추정화·9월7일까지)는 프리다 칼로의 비극적이지만 예술혼이 깃든 삶을 살아 있는 그림처럼 펼쳐 보인다. 단순한 전기극이 아니다. 프리다가 ‘더 라스트 나이트 쇼’라는 토크쇼에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설정이다.

프리다(김소향·김지우·김히어라·정유지)와 엠시(MC) 레플레하(전수미·장은아·아이키) 등 모든 배역을 여성이 맡았다. 스타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이미 화제가 됐다. 여성 배우들이 프리다를 둘러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무대는 프리다의 병실이자 작업실, 기억의 방이자 꿈의 공간으로 끊임없이 형태를 바꾼다. 병원 침대 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그림 프레임 속으로 이어지고, 배우는 몸짓과 노래로 위태로운 삶의 선을 다시 그어 나간다.

강렬한 하드록과 매혹적인 탱고 리듬 등 프리다의 삶을 표현하는 다채로운 넘버는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관객을 흥분시킨다. 멕시코 전통 음악에서 빌려온 리듬 위에 현대적 타악과 현악이 겹쳐지며, 사랑과 분노, 회한과 투쟁을 오간다. 특히 프리다의 연인이자 멕시코 국민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의 관계를 표현하는 넘버들은 서정과 격렬함이 뒤섞이며, 단순한 멜로디를 넘어서 두 예술가의 충돌과 화해까지 품는다.

뮤지컬 ‘프리다’ 공연 장면.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무대 디자인 역시 프리다 칼로의 그림 언어를 빌려온다. 정적인 벽과 바닥 대신, 붉은 심장, 금이 간 거울, 움직이는 자화상이 무대 위에 등장한다. 배우들은 그런 상징들 사이를 오가며 프리다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그려낸다. 관객은 마치 그의 캔버스 안을 직접 걸어 다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낀다.

‘프리다’는 초연 전인 2020년 제1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에서 출품작 중 유일하게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뮤지컬 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때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하며 이듬해 딤프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9월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초청 공연을 성사시키며 국외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프리다 역을 맡은 배우들은 그의 삶과 고통, 예술가로서의 기품까지 몸에 새긴 듯 연기한다. “비바 라 비다!”(인생이여, 만세!)라고 외치는 순간, 그 목소리는 단순히 희망의 메시지가 아니라, 삶 그 자체에 대한 선언처럼 들린다.

작품은 프리다 칼로를 신화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하나의 끝없이 덧칠되는 그림으로 보여준다. 육체와 마음의 상처를 안고도 다시 붓을 드는 사람, 매 순간 스스로를 새로 그리려 했던 존재로 그린다. 공연이 끝난 뒤 지하 극장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걸린 그의 작품을 보며 무대 위 색과 소리, 그림자와 몸짓은 오래도록 관객의 마음에 남게 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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