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신 칼럼] '디지털 달러' 스테이블 코인 왜 주목받을까?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와 가치를 1 대 1로 맞춰 움직이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블록체인에 올라 있지만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암호화폐와 구별됩니다. 이 특성 덕분에 투자자들은 물론 일반 이용자들도 "디지털 달러"처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미국 달러, 더 크게는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흥미롭게도, 스테이블 코인은 과거 미국이 운영했던 금본위제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금본위제는 미국 달러의 가치를 일정량의 금에 고정시켜 운영했던 제도로, 달러는 실물 금을 담보로 신뢰를 유지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스테이블 코인도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실제 달러나 달러 자산을 준비금으로 갖고 있어야 하며, 이 준비금이 시장의 신뢰를 좌우합니다.
하지만 금본위제는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결정으로 폐지되었는데, 그 이유는 국제 통화 유동성의 유연성이 부족하고, 준비금으로 모든 통화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스테이블 코인 역시 준비금 신뢰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널리 쓰이려면 발행사가 실제 달러나 달러 표시 자산(미 국채, 달러 예금 등)을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합니다. 준비금 규모는 통상 유통량과 같거나 그 이상이어야 신뢰를 얻습니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실수요가 늘어나 달러화 자산으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자연스럽게 달러의 국제 결제·투자 비중이 커지고, 달러 패권이 강화되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발행량이 큰 주요 스테이블 코인은 사실상 인터넷 기반 달러 계좌처럼 기능합니다. 특히 달러 결제 인프라가 부족한 신흥국에서는 자국 통화가 아닌 달러로 가치를 저장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꾸준히 존재합니다. 이때 스테이블 코인이 스마트폰 하나로 달러 접근성을 높여 주므로, 해당 국가의 소비·투자 활동이 비공식적으로 '달러화'되는 현상이 가속될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통화·자본이 해외에서 더 넓게 쓰이며, 달러 수요가 유지되는 긍정적 효과를 누립니다.
■ 이중 유동성 구조, 통화정책 일관성-예측 가능성 훼손 우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급속히 퍼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조정하거나 유동성을 공급·회수할 때 그 효과가 시장에 고르게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예컨대 Fed가 금리를 올려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블록체인 상에서 낮은 수수료로 스테이블 코인 대출·차입을 반복하면서 별도 금리 생태계를 만들면, 전통 금융권과 디지털 자산권 사이에 금리 차이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중 유동성 구조'가 커지면, 통화정책의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핵심 변수는 '신뢰'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는 준비금에 대한 믿음으로 성립합니다. 발행사가 준비금을 부적절하게 운용하거나, 준비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혹이 생기면, 이용자는 즉시 달러 상환을 요구할 것입니다. 실제로 2022년 일부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코인이 붕괴하면서 시장 혼란이 컸습니다. 준비금을 100% 달러 예금·단기 국채에 담보로 잡는 형태라도, 유동성 위기 때 동시다발적 환매 요구가 몰리면 달러 시장 자체에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 재무부와 Fed가 스테이블 코인을 '지급결제 시스템 리스크' 범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하다 보니,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 코인 전담 규제안을 꾸준히 추진 중입니다. 핵심은 △준비금 자산 종류·비율 의무화 △정기 회계감사 △예금자보호와 유사한 이용자 보호 장치 △은행 수준의 라이선스 여부 등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연방준비제도나 재무부 주도로 '공공 버전의 디지털 달러(CBDC)'를 발행해 민간 스테이블 코인 리스크를 흡수하려는 논의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 게임-콘텐츠-전자상거래 '글로벌 결제 통화'로 스테이블코인 탑재 시도
한국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해외 이체·수수료 절감, 24시간 결제 같은 장점을 앞세워 국내 기업·개인이 실험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콘텐츠-전자상거래 업계는 글로벌 결제 통화로 스테이블 코인을 탑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으로 가상자산 사업자(VASP)만 규율할 뿐, 스테이블 코인 자체를 겨냥한 별도 법률이나 감독 기준은 미비한 상태입니다. 한국은행도 CBDC 모의실험을 계속하고 있으나, 실제 발행 여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금융당국은 2024년 말부터 스테이블 코인 준비금·공시 의무, 투자자 보호 장치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칭)' 초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은행 수준의 유동성 비율 요구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시에 자본시장법 상 증권형 토큰(STO)과 결제형 스테이블 코인을 어떻게 구분해 규제할지도 쟁점입니다. 정책 방향이 확정되면, 국내 은행-전자금융업자-핀테크 기업이 직접 '원화 연동' 또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유통할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규제가 과도하게 엄격해지면, 해외 스테이블 코인 서비스가 국내 시장을 우회하거나, 기업들이 해외 라이선스를 통해 우회 발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수요를 늘려 미국 경제에 힘을 실어 주는 동시에, 통화정책·금융안정 측면의 새 부담도 안겨 줍니다. 한국 역시 글로벌 자본 흐름과 국내 금융소비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향후 국내 법-제도 정비 속도와 방향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이 실생활 결제나 자산 관리 도구로 널리 자리 잡을지, 아니면 제한적인 틀 안에 머무를지가 판가름날 전망입니다.
글쓴이=최종신 제이스테어 대표
최종신 대표는?
IT, 콘텐츠, 플랫폼 산업 전반에서 약 30년 이상의 경영 경험을 보유한 사업총괄형 리더다. 삼성물산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파수닷컴, 바른손크리에이티브, 우리넷 등에서 C-level로 재직하며 신사업 기획, 글로벌 확장, M&A, IR 및 조직 혁신을 주도해왔다.
특히, AI 기반의 개인 데이터 서비스 기획과 운영 총괄을 맡아 초기부터 사용자 기반 확보 및 시장 확장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또한, 창업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통해 콘솔 및 모바일 플랫폼에서 25개 이상의 상용 타이틀을 출시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및 기업 인수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기획부터 엑싯까지 전 사이클을 직접 경험하였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로서 신사업 투자와 IR 체계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상승시켰으며, 자회사 설립을 통해 K-콘텐츠 및 디지털 융복합 사업의 확장도 주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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