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벨, 키오스크…변신 꾀하는 스벅서 '이름'까지 사라지는 순간
진동벨 도입한 매장 늘어나고
연내 키오스크 매장 생기는 등
최근 변화 거듭하는 스타벅스
수익성 제고 행보로 보이지만
한편에선 이미지 훼손 우려
진동벨, 키오스크…. 이젠 흔한 장치다. 진동벨이나 키오스크가 없는 매장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시절이다. 하지만 시선을 스타벅스로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타벅스는 지금까지 '소비자와의 교감'을 중시해 진동벨과 키오스크를 애써 도입하지 않았다. 그런 스타벅스가 최근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시대에 적응하려는 행보 같지만, 이면엔 다른 의도가 깔려 있다. 그래서 뒷말도 나온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최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5/thescoop1/20250715150739867dqni.jpg)
# 7일 여의도 IFC몰 스타벅스. 점심시간 매장은 언제나 그렇듯 붐볐다. 주문대 앞에는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그 주변에선 커피 머신 소리와 낮은 대화음이 뒤섞여 흘러나왔다. 주문을 마친 직장인 미영(가명)씨는 습관적으로 "닉네임으로 불러드릴게요"란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날은 뭔가 달랐다. "음료 완성되면 진동벨로 알려드리겠습니다"란 낯선 음성이 들렸다.
순간 멈칫한 미영씨. '스타벅스에서 진동벨이라니…'. 매장 직원이 건넨 둥글고 납작한 기계는 아무래도 '스벅스럽지' 않았다. 진동벨을 쥔 채 자리를 잡았다. 옆에도 뒤에도 진동벨을 든 사람들이 보였다. 다른 프랜차이즈였다면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낯설었다. 7~8분쯤 흘렀을까, 진동벨이 짧게 울렸다.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미영씨는 왠지 '이름이 사라진 자리'가 아쉽게 느껴졌다.
스타벅스가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스타벅스 코리아(이하 스타벅스)는 일부 매장에 진동벨 서비스를 도입했다. 파트너(매장 직원)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대형 매장이나 혼잡한 시간대를 고려해 진동벨 도입을 결정한 거다.
현재 진동벨을 사용하는 매장은 150여곳이다. 스타벅스가 변화를 택한 건 진동벨만이 아니다. 올해 안에 외국인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많은 매장 10여곳에서는 키오스크도 운영할 예정이다. 효율을 극대화하고 고객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여타 프랜차이즈였다면 특별할 것 없는 변화지만, 스타벅스 입장에선 이례적인 행보다. 그간 스타벅스는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을 위해 직원이 직접 주문을 받고 고객을 부르는 방식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본사의 방침이기도 했다. [※참고: 이마트는 2021년 7월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한 지분 17.5%(기존 지분율 50%)를 추가 인수해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최대주주가 됐다. 나머지 지분 32.5%는 싱가포르투자청이 보유하고 있다.]
■ 변신의 뻔한 이유들 =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왜 파격 시도를 꾀하는 걸까. 무엇보다 수익성과 무관하지 않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3조1001억원)을 기록했다.
![[사진 | 더스쿠프 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5/thescoop1/20250715150741268iayb.jpg)
그러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한 자릿수(5.8%)에 머물며 사실상 정체 중이다. 여기에 수익성도 신통치 않다. 2021년 10.0%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022년 4.7%로 급락한 데 이어 2023년에도 4.8%에 머물며 반등에 실패했다. 지난해엔 6.2%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과거의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가커피는 매섭게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일례로 메가MGC커피를 운영하는 앤하우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4960억원, 영업이익은 107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4.7%, 55.1% 증가했다. 스타벅스 변신의 이면엔 경쟁이 치열해진 커피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거다.
■ 예고된 위험요인들 = 그렇다면 스타벅스의 변신은 어떤 성과를 낼까. 단기 전망은 나쁘지 않다. 진동벨과 키오스크는 매장의 효율성을 끌어올려주는 일종의 장치다. 주문부터 수령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서다.
직원들의 업무 부담도 그만큼 덜어낼 수 있다. 스타벅스로선 매장 운영의 질을 끌어올려 떨어진 수익성을 회복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서지용 상명대(경영학) 교수는 "진동벨과 키오스크 도입은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 변화다"며 "편의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변신이 장기적으로도 괜찮냐는 거다. 스타벅스가 그간 '제3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매장서 느껴지는 정서적 경험 덕분이었다. 따듯한 조명, 편안한 음악, 바리스타의 친절한 응대, 그리고 고객의 이름ㆍ닉네임을 부르며 건네는 음료는 스타벅스만의 차별성이었다. 이런 점에서 진동벨과 키오스크는 '문화를 팔아온' 스타벅스의 정체성과 거리가 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 고유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며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와의 차별성이 사라지면, 프리미엄 이미지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에선 스타벅스가 바꿔야 할 건 바꾸지 않고 '수익성'에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 사례는 스타벅스가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속해온 '프리퀀시(Frequency) 마케팅'이다. 프리퀀시 마케팅은 고객이 일정한 빈도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주로 할인 쿠폰, 포인트 적립 등으로 이뤄지는데, 스타벅스의 '여름 프리퀀시'는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때 '굿즈'는 스타벅스의 프리미엄을 상징할 정도로 가치가 높다.
[※참고: 스타벅스의 여름 프리퀀시 마케팅은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마다 적립되는 스티커를 총 17개 모으면, 그 시즌 한정 굿즈 중 하나와 교환할 수 있는 이벤트다. '2025 여름 e-프리퀀시'는 20일까지 진행한다.]

문제는 폭발적인 인기만큼이나 불편 요인도 숱하다는 점이다. '여름 프리퀀시 이벤트'가 펼쳐질 때면 스타벅스 앱이 지연되거나 접속이 끊기는 일이 반복돼 왔다. 스타벅스 측은 "예약 시스템을 매년 업데이트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올해도 '서버 지연' '튕김 현상' 등 고질적 문제가 계속됐다.
그런데도 스타벅스는 되레 '프리퀀시 적립'을 독려해 논란을 빚었다. 접속 지연과 품절 논란이 이어지던 6월 13일, 스타벅스는 '더블 e-스티커 적립' 이벤트를 3일간 실시했다. 매장에서 제조 음료를 구매하면 스티커를 2배로 적립해준 건데,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는 아우성을 쳤다.
이유는 대부분 비슷했다. "…증정품 수령 대상이 급증하면서 예약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졌다. 운영이든 시스템이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객몰이에만 혈안이 된 듯하다…." 프리퀀시 이벤트가 충성 고객을 확보하긴커녕 되레 피로감을 키우고 브랜드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거다.
커피 이상의 가치를 팔며 '제3의 공간'이 된 스타벅스. 하지만 최근의 스타벅스는 이전의 스타벅스와 뭔가 다르다. 흐려진 정체성의 틈을 '수익성'이란 몰가치적 지표가 파고들고 있다. 스타벅스가 진동벨이든 키오스크든 프리퀀시 마케팅이든 본질을 한번 더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스타벅스는 과연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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