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로 입는 제철과일…패션업계 덮친 ‘토마토’ 트렌드[최수진의 패션채널]
과일 등 식재료가 ‘취향’ 표현 아이템으로 부상
29CM ‘토마토’ 키워드 검색량 전년 대비 253% ↑
제철 과일로 번진 소비 트렌드

요즘 과일값이 금값입니다. 10㎏ 내외의 수박 한통에 3만원에 육박합니다. 평년 대비 40% 가까이 뛰었다네요. 토마토는 1kg에 4000원을 넘었고요. 복숭아 10개는 2만3000원에 달합니다. 무더운 날씨가 생육에 영향을 미치면서 과일값이 크게 오르는 겁니다. 요즘 같은 때에 계절의 맛을 즐기려면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과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곳은 식탁뿐만이 아닙니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도 과일이 트렌드가 됐다고 합니다. 특히, ‘토마토’는 ‘토마토 코어(Tomato-core)’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토마토코어는 과일 토마토와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스타일인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식재료였던 토마토가 잘파세대(1995~2024년 출생) 사이에서는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데요. ‘좋아하는 식재료가 곧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음식 이미지가 패션과 제품 전반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토마토 코어의 시작에는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LOEWE)가 있습니다. 로에베가 지난 5월 공개한 ‘파울라 이비자 2025’ 컬렉션이 바로 그것입니다. 브랜드 앰버서더인 에스파 지젤의 화보에 함께 연출된 토마토 클러치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제품은 2023년 SNS에서 인기를 끈 ‘굴곡진 토마토 이미지가 로에베의 디자인 철학을 연상시킨다’는 게시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요.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이 실물 제품으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후 로에베는 토마토 향을 적용한 향수, 비누, 캔들 등 관련 제품군도 출시했고요.
국내에서는 해당 트렌드가 ‘자기 돌봄(Self-care)’과 결합하면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제철 음식을 섭취하고 계절의 흐름을 체감하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돌보는 삶의 방식으로 여겨지는 문화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와 맞물려, 토마토라는 상징적 식재료가 소비 트렌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에 따르면 약 3개월간(4월 1일~7월 12일) ‘토마토’ 키워드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간과 비교해 253% 급증했다고 합니다. 토마토 모양의 휴대폰 케이스, 유리컵, 러그 등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은 물론 패션 의류까지 상품군 전반에 걸쳐 관련 인기가 속속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제품 구성도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티셔츠, 키링, 폰케이스뿐 아니라 커튼, 러그 등 인테리어 소품에 이르기까지 토마토 모티브가 적용된 제품이 다수 출시됐고요. 시각적 상징성 외에도 계절감, 건강함, 정서적 안정감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결합되며 소비자와의 정서적 접점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뚜누’의 ‘잘 챙겨먹어’ 티셔츠입니다. 층층이 쌓인 토마토 사진 그래픽이 돋보이는 이 제품은 최근 2개월 간 29CM 내에서 누적 판매량 1000장을 기록하며 29CM 상의 랭킹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누적 좋아요 수는 약 3만 건으로, 여름철 분위기와의 잘 어울린다는 구매 후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휴대폰 케이스, 머그컵 등 홈·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도 토마토 모티브가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프어프’는 시인 차정은의 시집 '토마토 컵라면'의 표지를 응용한 키링과 폰케이스를 출시해 주목을 받았으며, ‘오투가구’는 토마토 형태를 형상화한 도자기 접시로 누적 좋아요 수 1만 건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토마토 외에도 여러 제철 과일이 패션 및 잡화 상품 그래픽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구아바, 체리, 복숭아, 키위 등 다양한 과일 그래픽 티셔츠를 꾸준히 선보이는데요.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 ‘론론’은 구아바 그래픽 반소매 티셔츠를 출시해 최근 약 2개월간(5월 1일~7월 13일) 누적 1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외에도 키위, 딸기 등 귀여운 프린팅이 돋보이는 ‘프루티 스타 크롭 티셔츠’를 발매했습니다. 브랜드 ‘비터셀즈’는 체리 베리 티셔츠 하나로만 약 2억 원대의 거래액을 올렸고요.
29CM 관계자는 “과거에는 식음료(F&B) 영역에 국한됐던 식재료 콘텐츠가 이제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티셔츠, 휴대폰 케이스 등 제품군을 중심으로 관련 트렌드는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음식과 식재료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소비 패턴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보편적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말차 라떼가 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한 식습관과 웰니스 트렌드를 대변하며 상반기 내내 주목받은 것과 유사한 모습입니다. 과일에 이어 또 어떤 것들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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