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지게미의 변신] (4·끝) 버려지던 찌꺼기 일본선 화장품·음료로 재탄생
절임 음식을 만들거나 미용 제품에 적극 활용
소비자 위한 다양한 레시피도 공개해 ‘눈길’
부산물 취급 아닌 미래 자원으로 가능성 높아

일본은 술지게미를 단순한 부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식하며 한국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상업화하고 있다. 단순히 사료나 퇴비로 쓰는 것을 넘어 양조장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활용법에 관해 소비자와 활발하게 소통한다. 일본도 대부분 쌀로 술을 빚는 점을 고려하면 술지게미의 활용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술지게미가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분야는 화장품이다. 술지게미로 만든 팩은 ‘일본 여행에서 꼭 사야 할 기념품’으로 이미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각질 관리, 미백, 보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일부 인기 제품은 170g 기준 1300엔(약 1만2000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술지게미가 버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충분한 부가 수익원으로 주목할 만하다.
2009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창업한 ‘시로’라는 브랜드에서도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술지게미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홋카이도 쿠리야마초 양조장에서 나온 술지게미에 쌀겨를 더해 만든 ‘사케카스&코메누카 로션’을 200㎖ 기준 6600엔(약 6만1000원)에 판매한다. 가격이 비싸도 피부에 좋고 친환경적이라는 소비자 평가를 받고 있다. 시로 측은 “140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양조장에서 술을 빚고 남은 술지게미로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한 화장품을 만든다”고 제품을 설명했다.

술지게미는 음식에도 널리 쓰인다. 대표적인 음식은 생선이나 채소를 절이는 ‘가스즈케’다. 생선이나 채소는 물기를 뺀 다음 술지게미, 미림, 설탕, 소금을 넣고 냉장고에서 3~5일간 숙성한다. 먹기 전에는 술지게미를 깨끗하게 제거한 다음 간장이나 유자즙에 곁들인다. 1914년에 창업한 교토의 가스즈케 전문점 ‘우오큐’는 도미를 술지게미와 흰된장에 절인 제품을 80g당 1728엔(약 1만6000원)에 판매 중이다.
절임 음식 외에도 술지게미로 된장, 빵, 푸딩, 음료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도 늘고 있다. 제과기업 모리나가는 술지게미와 쌀누룩, 설탕을 넣어 달콤하게 발효한 음료인 ‘아마자케(감주)’를 상품화했다. 1974년부터는 캔으로 만들어 냉아마자케, 생강아마자케, 아마자케 요거트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모리나가 측은 “아마자케는 예전부터 여름 불볕더위에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마시던 전통 음료”라며 “술지게미로 만든 제품은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으로 청량한 맛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양조장들은 술지게미 활용법을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일부 양조장 누리집에는 술지게미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공개돼 있다. 술지게미, 요구르트, 우유를 믹서에 넣어 만든 ‘술지게미 스무디’, 술지게미를 밀가루와 함께 반죽해 구운 ‘파운드케이크’, 우유와 설탕을 더해 만든 ‘술지게미 푸딩’, 연어와 무, 술지게미를 넣어 끓이는 ‘술지게미 스튜’, 생초콜릿에 술지게미를 더한 ‘술지게미 초콜릿’ 등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장은 “일본은 술지게미를 상업적으로 쓰는 사례가 많다”며 “우리도 술지게미를 활용한다면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고 양조장의 수익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의 쓰레기는 다른 사람의 보물이 되기도 한다’는 외국 속담처럼, 술지게미는 더 이상 단순한 양조 부산물에 그치지 않는다. 버려지던 찌꺼기가 부가가치 높은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원순환’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서도 술지게미가 폐기물이 아닌 활용 가능성이 풍부한 ‘미래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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