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지게미의 변신] (4·끝) 버려지던 찌꺼기 일본선 화장품·음료로 재탄생

박준하 기자 2025. 7. 15. 14: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조장에서 무게 달아 주박 구매할 수 있어
절임 음식을 만들거나 미용 제품에 적극 활용
소비자 위한 다양한 레시피도 공개해 ‘눈길’
부산물 취급 아닌 미래 자원으로 가능성 높아
전통주를 빚고 남는 찌꺼기인 술지게미(주박)는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환경 문제와 자원순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부산물이 가축 사료, 기능성 식품, 화장품 원료 등 산업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버려지던 술지게미가 어떻게 산업과 정책, 농업과 환경을 잇는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고 그 가능성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일본 양조장에서 술지게미 구매를 위해 무게를 달고 있는 소비자.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장 제공
일본 양조장에서는 흔히 ‘흰 덩어리’를 한쪽에 쌓아두고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수분을 제거한 술지게미(사케카스)로 1㎏당 1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소비자들은 이를 구매해 절임 음식을 만들거나 피부 미용에 활용하는 등 일상에서 다양하게 쓰고 있다. 이렇게 파는 술지게미는 가정용이기 때문에 소량으로도 살 수 있다.

일본은 술지게미를 단순한 부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식하며 한국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상업화하고 있다. 단순히 사료나 퇴비로 쓰는 것을 넘어 양조장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활용법에 관해 소비자와 활발하게 소통한다. 일본도 대부분 쌀로 술을 빚는 점을 고려하면 술지게미의 활용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분을 제거한 술지게미를 포장하는 양조장 관계자.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장 제공

술지게미가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분야는 화장품이다. 술지게미로 만든 팩은 ‘일본 여행에서 꼭 사야 할 기념품’으로 이미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각질 관리, 미백, 보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일부 인기 제품은 170g 기준 1300엔(약 1만2000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술지게미가 버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충분한 부가 수익원으로 주목할 만하다.

2009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창업한 ‘시로’라는 브랜드에서도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술지게미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홋카이도 쿠리야마초 양조장에서 나온 술지게미에 쌀겨를 더해 만든 ‘사케카스&코메누카 로션’을 200㎖ 기준 6600엔(약 6만1000원)에 판매한다. 가격이 비싸도 피부에 좋고 친환경적이라는 소비자 평가를 받고 있다. 시로 측은 “140년이 넘는 역사가 있는 양조장에서 술을 빚고 남은 술지게미로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한 화장품을 만든다”고 제품을 설명했다.

시로 공식 누리집에 있는 술지게미 효능에 대한 설명(상단). 1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양조장에서 가져온 술지게미라고 소개한다. 시로

술지게미는 음식에도 널리 쓰인다. 대표적인 음식은 생선이나 채소를 절이는 ‘가스즈케’다. 생선이나 채소는 물기를 뺀 다음 술지게미, 미림, 설탕, 소금을 넣고 냉장고에서 3~5일간 숙성한다. 먹기 전에는 술지게미를 깨끗하게 제거한 다음 간장이나 유자즙에 곁들인다. 1914년에 창업한 교토의 가스즈케 전문점 ‘우오큐’는 도미를 술지게미와 흰된장에 절인 제품을 80g당 1728엔(약 1만6000원)에 판매 중이다.

절임 음식 외에도 술지게미로 된장, 빵, 푸딩, 음료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도 늘고 있다. 제과기업 모리나가는 술지게미와 쌀누룩, 설탕을 넣어 달콤하게 발효한 음료인 ‘아마자케(감주)’를 상품화했다. 1974년부터는 캔으로 만들어 냉아마자케, 생강아마자케, 아마자케 요거트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모리나가 측은 “아마자케는 예전부터 여름 불볕더위에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마시던 전통 음료”라며 “술지게미로 만든 제품은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으로 청량한 맛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술지게미로 만든 감주인 아마자케 홍보 포스터. 모리나가

일본 양조장들은 술지게미 활용법을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일부 양조장 누리집에는 술지게미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공개돼 있다. 술지게미, 요구르트, 우유를 믹서에 넣어 만든 ‘술지게미 스무디’, 술지게미를 밀가루와 함께 반죽해 구운 ‘파운드케이크’, 우유와 설탕을 더해 만든 ‘술지게미 푸딩’, 연어와 무, 술지게미를 넣어 끓이는 ‘술지게미 스튜’, 생초콜릿에 술지게미를 더한 ‘술지게미 초콜릿’ 등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장은 “일본은 술지게미를 상업적으로 쓰는 사례가 많다”며 “우리도 술지게미를 활용한다면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고 양조장의 수익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의 쓰레기는 다른 사람의 보물이 되기도 한다’는 외국 속담처럼, 술지게미는 더 이상 단순한 양조 부산물에 그치지 않는다. 버려지던 찌꺼기가 부가가치 높은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원순환’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서도 술지게미가 폐기물이 아닌 활용 가능성이 풍부한 ‘미래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june@nongmin.com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