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에 건넨 기동타격대 암매장 지도 어디에
당시 미대생 강찬구씨 50곳 묘사
94년 광주시에 기증…간부 “분실”
타격대 목숨건 기록 행방 추적을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을 마지막까지 지킨 기동타격대가 체포·석방 후 3년여 걸쳐 지역민들의 제보를 받아 작성해 광주시에 기증한 암매장 예상 지도가 30년전 사라져 그 행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45주년을 맞는 5·18민주화운동의 공식 행방불명자가 80명이나 되는 현실에서 죽음에 맞섰던 기동타격대원들이 한 명의 암매장자를 찾고자 한 노력을 광주시의 무책임한 자료 관리로 물거품 됐다. 광주시는 이 지도를 비롯한 관련 자료의 행방을 추적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동타격대동지회에 따르면 타격대동지회는 지난 1989년부터 91년까지 3년 동안 걸쳐 광주·전남민들의 5·18 암매장 의혹과 관련된 300여곳을 제보받고 현장 채증과 특이점, 유류품 등을 기록하고 주변 상황을 그림으로 묘사한 지도를 제작했다. 이때는 1988년 국회 5공 청문회에서 계엄군의 주남마을 버스 습격 사망자 암매장 폭로에 이어 시신 발굴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기동타격대동지회와 평민당 정상용 의원실은 유동에 암매장진상본부를 두고 지역민들의 제보를 받았다.
지도 작성은 당시 조선대 미대생으로 UDT 출신의 강찬구씨가 스케치북과 메모장 등 2권에 50여곳의 현장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A4보다 큰 스케치북은 20장 내외였다.
암매장 예상 지도 작업을 한 강찬구씨는 무등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땐 카메라 등 영상작업이 쉽지 않아 힘이 돼주고 싶어 참여했다. 당국의 감시가 심해 제보를 받으면 새벽에 몰래 가서 현장, 진입로, 특이점, 유류품, 주변 상황을 그림으로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그림 지도를 관리해 온 양기남 기동타격대동지회장이 지난 1994년께 민주화 이후에도 당국의 감시 등으로 암매장 예상 지도와 2~3박스 분량의 활동자료를 광주시 선양과에 기증했다. 이후 기동타격대동지회가 광주시에 열람을 요청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분실 통보였다.
양 회장은 "광주시내에 암매장 제보를 받습니다는 스티커 부착을 통해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로 만들어졌다.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1994년에서 1995년께 광주시 선양과에 기증을 했다. 당시 시청 간부가 이 지도를 빌려갔는데 나중에 분실해버렸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양회장은 이어 "계속적으로 이 지도 행방을 물었지만 대답은 똑같았고, 2~3 박스 자료 역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채 소재를 파악치 못하고 있었다. 정말 허탈하고 속상했다"고 덧붙였다. 타격대동지회가 3년여에 걸쳐 작성한 암매장 예상 지도와 관련 자료가 분실돼 이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역사적 기록을 광주시가 삭제해버린 것이다. 암매장진상본부가 관심을 갖고 파악한 제2수원지 일대는 갑자기 군사작전지역으로 지정돼 더 이상 접근이 불가능했다. 또 한 곳인 용전 영락공원 일대의 경우 제보 장소를 파보니 뼈는 무더기로 나왔지만 광주 북구가 행려병자 처리라는 답변으로 종료됐다. 5·18진상조사위원회에서는 기동타격대동지회가 제시한 용전 일대에 대해 구체적 발굴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추가 조사 필요성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이 지도가 있었더라면 암매장 예상지에 대해 발굴작업에 있어 도움이 됐을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기동타격대동지회가 작성한 암매장 예상지도는 외부 유출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기남 회장은 "당시 민주화가 됐다고 하나 안기부 등의 감시로 활동이 녹록치 않아 폐기나 분실, 유출 등 여러 가지 상상은 해볼수 있다. 그러나 광주시 문서고 어디에 혹시 보관돼 있을수도 있으니 좀더 세밀한 파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지도를 작성한 강찬구씨도 "암매장 조사가 흐지부지 되면서 지도가 존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광주시에 이 지도가 보관되고 있지 않다면 외부 유출도 배제할 수없을 것이다. 어딘가에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암매장 예상 지도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광주시의 5·18 자료 관리의 무책임하고 부실한 관리는 비판을 피할수 없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 2004년 동구 계림동에서 현재의 위치인 서구 치평동으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암매장 예상 지도를 비롯한 그 당시 기동타격대동지회에서 기증한 자료 등 비전자 문서 대부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선적으로 청사 수장고부터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박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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