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길어올린 ‘위로의 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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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내면의 깊이를 헤아려온 시인의 눈이 가려진 곳의 마음들을 들춰낸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옥영숙 시조시인이 시조집 '복사꽃 소금'을 펴냈다.
시조 구절을 따라가면 뙤약볕 아래 소금꽃 꽃잎을 피워내는 붉어진 손끝들이 책장 위로 어른거린다.
옥 시인만의 서정적 표현들과 새로운 시선의 전환이 한 권의 시조집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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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내면의 깊이를 헤아려온 시인의 눈이 가려진 곳의 마음들을 들춰낸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옥영숙 시조시인이 시조집 ‘복사꽃 소금’을 펴냈다.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일상에서 만나는 감정들을 서정적인 시어로 노래해 왔다. 옥 시인의 새로운 작품들은 그가 쌓아온 정교한 통찰력으로 우리 사회와 역사 속 덮인 마음들을 비춘다.
‘벼랑을 깎아 만든 계단식 소금밭에/ 등짐 진 소금물은 힘에 부쳐 힘들고/ 그을린 피부색만큼 매달린 붉은 소금꽃// 바람이 밀고 가는 햇살의 손맛으로/ 오고 간 길 끝에서 꽃잎이 돋았을까/ 우뚝 선 소금고드름 복사꽃으로 환하다’ -‘복사꽃 소금-옌진 염전’ 중
표제작이 된 ‘복사꽃 소금’의 부제인 ‘옌진 염전’은 티베트 동부지역 옌징에 위치한 계단식 소금밭이다. 옌징 여성들은 매일 아침 소금물 우물에서 물을 길어 지게로 지고 산을 오르며 염전을 가꾼다. 시인의 눈은 그들의 감정과 자연환경을 섬세히 매만지며 생계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전달한다. 시조 구절을 따라가면 뙤약볕 아래 소금꽃 꽃잎을 피워내는 붉어진 손끝들이 책장 위로 어른거린다.
옥 시인은 시간도 약이 되지 못했던 상처 위에도 시선을 내린다. 시편에 함께 묶인 ‘거창의 겨울’은 독자의 손을 이끌어 우리 근현대사 속 영원한 아픔으로 남겨진 거창사건의 현장에 다시 서게 한다. 시조를 통해 역사가 무심한 기억 저편에 묻히지 않도록 질문을 던진다.
‘소녀는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 없었다/ 허공에 금을 그으며 붉은 꽃이 떨어졌다.//(…)// 힘센 범죄자는 죄짓고 꼿꼿한데/ 깊게 팬 상흔에 약봉지만 늘어난다/ 땅 밑에 처박힌 위령비 언제쯤 바로 설까’ -‘거창의 겨울’ 중
예리한 언어들로 진실을 걷어 올리면서도, 시인은 고유의 풍성한 감성들로 부지런히 위로를 전한다. 옥 시인만의 서정적 표현들과 새로운 시선의 전환이 한 권의 시조집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역사관 칸칸마다 눈물 배인 방명록/ 실낱같은 위로에도 꽃잎이 솟아올랐다/ 참았던 말문 터지듯/ 거창에 봄이 와요’ -‘거창에 봄이 와요’ 중.
장유진 기자 ureal@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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