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流 4.0시대 ㅣ BTS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2025. 7. 1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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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를 향한 재도전! 미 음악시상식 그랜드슬램 이루나?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BTS)과 그래미어워즈의 첫 만남은 지금부터 6년 전. 2019년 제61회 시상식에 BTS가 시상자로 참석했다. 그때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비록 시상자일 뿐이었지만 한국인 첫 그래미 시상자였고, 뭐든 처음이 주는 짜릿함이 있었으니까. 당시는 크립토닷컴아레나로 이름이 바뀌기 전의 LA 스테이플스센터였다. 나비넥타이에 검은색 턱시도 정장으로 격식을 차린 BTS 멤버들이 레드카펫 위에 섰다. 현지 매체들의 관심과 질문이 쏟아졌다. BTS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고, 보고 싶은 아티스트로 "레이디 가가, 트래비스 스콧" 등을 꼽았다. '그들만의 리그'에 참석한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2020년 제62회 시상식에선 공연 무대에 섰다. 역시 최초였다. 래퍼 릴 나스 엑스, 컨트리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 등과 '올드 타운 로드 올 스타즈'를 부르며 합동 무대를 꾸몄다. 이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퍼포먼스였다. BTS는 "다시 돌아오겠다"며 그래미 트로피 도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드디어 수상 후보에 오른 건 2021년 제63회에서다. 빌보드 '핫 100' 1위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그래미의 벽은 매우 높았고 끝내 수상하지 못했다.

사진=제63회 그래미시상식 축하 무대 영상 캡처

BTS는 그 뒤로도 두 번 더 그래미를 밟았다. 2022년엔 '버터'로, 2023년엔 콜드플레이와의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로 후보 지명됐다. 2019년 첫 만남 이후 5년 연속의 인연. 2021년 첫 후보 지명된 이후로는 3년 연속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이었다.

하지만 2023년 제65회 시상식에서도 특별한 소득은 없었다. 후보에 오른 3개 부문에서 모두 수상이 불발됐다. 세 번째 도전이라는 '숫자' 때문에 이번엔 받을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틀어졌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의 선택은 여전히 깐깐했다. 

BTS와 그래미어워즈의 만남과 도전을 길게 설명한 것은 K-팝이자 K-컬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BTS의 미래를 논하는 데 있어 그래미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BTS는 빌보드뮤직어워즈, 아메리칸뮤직어워즈, MTV뮤직어워즈를 모두 석권해 오직 그래미만 남겨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래미는 콧대가 높다. 오죽했으면 '오스카소화이트(OscarSoWhite·아카데미 시상식의 백인우월주의)'처럼 '그래미소화이트'라고 했을까. 1959년에 시작된 그래미어워즈는 유색인종과 비영어권 아티스트 시상에 인색했다. 대표적인 예가 1979년 마이클 잭슨의 수상 불발이다. 잭슨은 정규 1집으로 2000만 장의 앨범을 판매했는데도 그해 그래미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2집으로 1억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후에야 그래미 본상을 받았고, 유색인종 차별에 대한 비판이 흘러나왔다. 2017년엔 팝의 디바 비욘세를 비롯해 흑인 가수들이 단 한 명도 올해의 앨범상을 받지 못했다. 2021년에는 흑인 가수 더 위켄드가 전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후보조차 오르지 못해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사실, 당연히 그래미를 받았을 것으로 여겨지는 아티스트 중에도 못 받은 가수가 꽤 많다. 전설의 그룹 퀸은 4회 후보 지명됐지만 한 번도 받지 못했고,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비치보이스도 무관에 그쳤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BTS의 수상 불발이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더이상 백인 가수와 컨트리·록 음악에 높은 점수를 주는 그래미의 편향성만 탓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꼭 상을 받기 위해서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닐 터. 그러나 군에서 돌아온, 그래서 다시 '완전체'가 된 BTS가 새로 설정해야 하는 목표는 우선 그래미 같다. 그래미 트로피를 들어 올림으로써 미국 대중음악상의 그랜드슬램이라는 지극히 대중적·상징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는 비단 한국 대중가수 최초의 수상자라는 수식어를 넘어서, 미국 주류 팝시장에서도 드디어 인정받았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일종의 글로벌 톱 브랜드 '인장'인 셈이다.

그 다음 단계는 '확장성'이다. 인정받고 공인됐으면 이제 그걸 더욱 널리 전파해야 한다. BTS는 이미 지난 10여 년간 자신들의 영역을 무한대로 넓혀왔지만 이젠 확장의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BTS가 히트곡과 히트 앨범을 내고, 월드투어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K-팝의 대표주자로서, 포스트 BTS, 비욘드(Beyond) BTS 같은 확장성을 이끌어야 한다.

포스트 BTS는 이미 싹이 텄다. BTS가 군에 가 있는 동안 블랙핑크, (여자)아이들, 스트레이키즈, 세븐틴 등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다시 모인 블랙핑크는 최근 월드투어의 첫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고, 북미 투어의 LA 소파이 스타디움 티켓을 이미 매진 시켰다. 이틀간 무려 10만 명이다. 이후의 시카고, 토론토, 뉴욕에서도 기록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이 키즈는 직접 프로듀싱을 하는 소위 '자체 제작돌'로 잘 알려져 있다. 프로듀싱 능력만큼은 BTS가 부럽지 않다. 최근 성장세가 눈에 띄는 걸그룹 (여자)아이들 역시 멤버들이 대부분의 노래를 직접 만들었다. 차별화의 포인트다.

사진=방탄소년단 위버스 라이브 영상 캡처

비욘드 BTS는 말 그대로 BTS를 초월하는 무언가를 말한다. 그건 새로운 아티스트일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 최근 넷플릭스 순위와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K-팝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케데헌은 한국계 매기 강 감독이 만들긴 했어도 엄연한 미국 제작 애니메이션이다. 트와이스와 몬스타엑스가 참고 모델이 됐지만 K-팝을 뛰어넘는 완전히 다른 창작품이다. 여성 3인조 헌트릭스와 이에 대항하는 남성 5인조 사자보이스, 그리고 한국적 주술과 저승사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스토리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이었고, 단숨에 세계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존에 BTS 애니메이션, 또는 가상 아이돌이 없던 게 아니었지만 '케데헌'은 독립된 스토리와 캐릭터로 K-팝의 시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다.

부쩍 줄어든 영화 관객 때문에 한류가 사그라드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K-팝의 앨범 사재기나 과잉 팬덤이 볼썽사나운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부에선 K-컬처가 슬슬 내리막길로 접어든 게 아닌가 하는 진단을 내놓는다.

하지만 BTS는 돌아왔고, 블랙핑크는 다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포스트 BTS와 비욘드 BTS가 '다음 단계'에 도전하고 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거의 정상이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힘들고 어려워도 '희망'과 '미래'를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

이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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