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로 울리는 ‘디파잉 그래비티’의 전율···뮤지컬 <위키드> 오리지널 내한 공연


객석 조명이 꺼지면 무대 상단에서 극의 전환을 알리는 거대한 기계 장치인 ‘타임 드래곤’이 입에서 연기를 뿜으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커튼이 오르고 무대에 등장하는 ‘에메랄드 시티’ 시민들. ‘서쪽의 나쁜 마녀가 죽었다’고 환호하는 이들 위로 아름다운 착한 마녀 글린다가 ‘버블’을 타고 내려온다. 사악한 ‘초록 마녀’로 낙인 찍힌 엘파바의 숨겨진 진실 그리고 엘파바와 글린다 사이의 우정을 그린 뮤지컬 <위키드>의 시작이다.
13년 만에 돌아온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지난 12일 막을 올렸다. 라이선스 버전으로도 여러 차례 무대에 올라 익숙한 작품이지만, 오랜만의 오리지널 공연에 개막 전부터 관심이 모였다. 지난해 말 뮤지컬을 실사화한 영화 <위키드>가 인기를 끌면서 그간 뮤지컬에 큰 관심이 없던 관객들의 예매 문의가 많았다고 공연 주최사 클립서비스는 전했다.
<오즈의 마법사>가 시작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위키드>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의 1막이 지난해 개봉한 동명의 영화이다. 영화에선 엘파바와 동생 네사로즈의 유년기를 추가하는 등 스토리와 연출을 약간 보강한 것 외에 뮤지컬의 주요 등장 인물, 대표 넘버가 그대로 나온다. 영상으로 구현된 원래 무대가 어땠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를테면 영화 도입부에서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낸 환상적인 핑크빛 버블이 뮤지컬에선 클래식한 디자인의 둥근 철제 장치로 구현되어 있다. 비눗방울에 둘러싸인 글린다의 모습이 영화와는 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실제 분장과 의상, 무대 장치로 구현한 뮤지컬만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눈앞에서 실제 벌어지는 라이브 공연이라는 점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글린다 역)가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는 영화 속 ‘파퓰러(Popluar)’도 화려한 볼거리로 시선을 끌지만, 뮤지컬은 잔망스런 몸짓을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가창을 이어가는 배우의 퍼포먼스에 곡이 끝나면 절로 박수를 치게 된다.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는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위키드>의 대표 넘버다. 엘파바의 각성과 결단을 긴박하게 그려내는 영화적 연출도 인상적이지만, 뮤지컬에서 광휘에 휩싸여 고음을 내지르는 배우의 모습은 그야말로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It’s time to try defying gravity 날아 올라 중력을 벗어나/ I think I’ll try defying gravity, 하늘 높이 날개를 펼 거야/ And you can’t pull me down! 날 막을 순 없어!”. 가사만큼이나 감정이 고조되는 이 장면은 뮤지컬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오는 11월 개봉 예정인 속편 영화 <위키드: 포 굿>은 뮤지컬의 2막 내용이다. 1막에 비해 훨씬 어둡게 흘러가는 2막에선 엘파바와 글린다 두 인물의 선택이 각자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오즈의 마법사>와 맞닿는 이야기의 전개가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영화 제목으로도 쓰인 듀엣곡 ‘포 굿(For Good)’은 2막에서 감정의 정점을 찍는 넘버다. 엘파바와 글린다가 진실한 우정을 확인하는 아름다운 가사가 여운을 남긴다. “태양에게 이끌리는 작은 혜성처럼(머나먼 바다로 떠날 항구의 배처럼)/ 바위를 만나 휘도는 시냇물처럼(바람에 실려 날아갈 씨앗들처럼)/ 이제는 내일로 나아갈 시간/ 항상 너의 곁에서 널 지켜줄게/ … / 난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내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10월26일까지. 부산(11월)과 대구(1월) 공연도 이어진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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