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새로운 시 동인 ‘詩(시)밀레’ 탄생

‘시밀레’라는 음악 용어가 있다. 악보에서 먼저 연주한 부분과 같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부산에서 오래도록 활동한 8명의 시인과 1명의 평론가가 시 동인을 만들고 이름을 ‘詩(시)밀레’라고 지었다. 50대에서 80대까지 나이대의 폭이 크지만, 늘 변함없는 만남을 자주 하다 보니 붙여진 이름이다. ‘시’를 한자 ‘詩’로 바꾸어 ‘詩의 마당에서 변하지 말자’는 뜻도 담았다. 엄밀히 말하면, 참가자들은 동인이라기보다 시단의 선후배들이다. 좋은 관계로 자주 만났고 뭔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하자고 의기투합한 셈이다.
구성원은 꽃 예술가이자 차인인 허충순 시인, 미학자이자 시인인 민병일 부경대 명예교수, (사)아름다운 사람들 이사장으로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는 원무현 시인, 늦깎이로 등단해 한창 시 쓰는 재미에 빠져 있는 사이펀문학상 운영위원장인 배태건 시인, 얼마 전까지 부산시인협회 사무국장으로 동분서주 해온 김해경 시인, <부산시인> 편집장을 맡고 있는 이현주 시인, 최근 10년 만에 3시집을 펴내 화제를 불러온 김곳 시인, 문학평론가로 등단 했지만 최근엔 시도 쓰는 정훈 시인, 계간 <사이펀> 발행인 배재경 시인 등이다.
동인 모임을 만들었으니 자연스럽게 동인 시집을 냈다. 첫 번째 시밀레 동인 시집의 제목은 ‘멸한 자리, 말갛다’이다. 허충순, 배태건, 원무현, 김해경, 이현주, 김곳, 배재경 시인과 정훈 문학평론까지 각자의 대표 시 5편과 민병일 시인의 시론 ‘김동명 시의 시대적 명징성에 대한 엔솔로지’가 실렸다.
문향적 지향이나 특성을 만들겠다며 시작한 동인 모임이 아니다 보니 동인지임에도 각 시인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 읽는 재미가 있다. 배재경 시인은 “문학 이전에 사람이 우선이고 그 사람의 바탕 안에서 시밀레가 있고 각자의 문학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동인 시집이 탄생했다”고 소개한다.
시밀레는 앞으로도 연 1~2회의 작품집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