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수술 어머니 언덕 꼭대기 집 어떡해” 봉고차 버스를 아시나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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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할머니(81)가 손을 들자 버스가 멈췄다.
버스 정류소는 아니었지만 버스는 익숙한 듯 할머니 앞에 멈췄고 할머니도 익숙하게 버스 문을 스스로 열었다.
김 할머니(75)는 "90년부터 여기(정수빌라)에 사는데 젊을 때는 걸어 다녔지만 늙어서 무릎 수술하고는 이 버스 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간다"며 "여기는 길이 좁고 꼭대기여서 택시도 안 오려고 한다. 이 버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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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버스 다니기 힘든 좁은 골목 다니며 시민의 다리 역할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나 다리가 아파서 이 버스 없으면 꼼짝도 못 해요. 나한테는 목숨이나 마찬가지예요”
안 할머니(81)가 손을 들자 버스가 멈췄다. 버스 정류소는 아니었지만 버스는 익숙한 듯 할머니 앞에 멈췄고 할머니도 익숙하게 버스 문을 스스로 열었다.
“마트 다녀오시나 봐요. 어제보단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더우시죠?” 김운호 기사(66)가 익숙하게 인사를 건넸다.
“어제 장을 못 봐서 오늘은 나갔다 왔어요. 점심은 드셨어?” 할머니도 친근하게 안부를 건넨다.
정겨운 시골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이런 대화가 오고 가는 곳은 서울 성북구의 한 마을버스 안이다.
그런데 이 버스, 버스라고 하기엔 작다. 운전기사를 제외하고 최대 탑승 인원은 11명. 버스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용 능력이다. 심지어 하차벨도 없다. 또 승객이 직접 문을 열고 닫아야 한다. 12인승 스타렉스를 마을버스로 개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버스는 성북구의 명물이다. 원래 지난 1980년대 한 개인이 고지대에 사는 빌라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 시작이다. 이후 성북구에 있는 대진여객이 1990년대 중반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대진여객 담당자는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이 확대되고 인구도 줄면서 마을버스 이용자가 많이 줄었다. 사실 05번 마을버스는 기름값도 안 나오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고지대에 사시는 어르신 등 교통약자를 위해 노선을 없애지 않고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1일 마을버스를 타보니 대부분의 승객이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었다. 마을버스는 정릉2동주민센터에서 출발해 아리랑시장, 중앙하이츠 아파트, 정수초교를 거쳐 종점인 정수빌라까지 총 5개의 정류장을 운행한다. 총 2㎞ 정도의 거리지만 오르막길에 도로가 좁아 어르신이 걸어 올라가기에는 쉽지 않은 코스였다.
김 할머니(75)는 “90년부터 여기(정수빌라)에 사는데 젊을 때는 걸어 다녔지만 늙어서 무릎 수술하고는 이 버스 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간다”며 “여기는 길이 좁고 꼭대기여서 택시도 안 오려고 한다. 이 버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릉2동 주민들의 다리 역할을 하는 마을버스다 보니 운전사와 승객은 매일 만나는 식구 같은 사이다.
김 기사는 “저는 승객이 내릴 때 ‘안녕히 가세요’가 아니라 ‘다녀오세요’ 한다. 왜냐면 이따 또 볼 분이니까”라며 “그래서 매일 타시던 분이 며칠 안 보이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05번 마을버스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20분 배차 간격으로 운행한다. 김 기사와 다른 기사 한 분이 오전, 오후조로 나눠 운행하는데 하루 승객은 100명이 조금 넘는다.

김 기사는 “제가 94년부터 버스기사를 시작해서 지금은 정년퇴직 후 촉탁직으로 05번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며 “벌이는 시내버스보다 적지만 동네 주민들과 친하게 인사도 하고 스트레스도 없어 지금이 제일 행복하게 기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이용자는 지난 2019년 하루 117만명에서 2024년 84만명까지 줄었다. 지하철,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 노선이 확대되고 킥보드,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서다. 사실상 마을버스는 운행할수록 적자로 돌아선지 오래다.
정릉 2동 주민 최모(45)씨는 “아무리 대중교통이 발달하더라도 사각지대는 있다”며 “걸음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은 자전거나 킥보드 등을 이용할 수 없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마을버스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 운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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