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제주 큰굿 '곱은 멩두', 신화와 인간이 만나는 살아있는 무대

김가영 2025. 7. 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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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제주시 칠머리당영등굿전수관 공연장에서 열린 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 제주 큰굿 '곱은 멩두'는 단순한 의례적 행사를 넘어, 제주 굿이 지닌 소통과 공동체 형성이라는 장점이 명확히 부각된 공연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날 본 제주 굿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소통 방식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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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리뷰
2025 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 : 제주큰굿 '곱은 멩두'
제주 신화 '초공본풀이' 바탕
제주어에 깊이 빠져보는 시간

[천재현 공연 연출·기획자] 지난 6월 21일, 제주시 칠머리당영등굿전수관 공연장에서 열린 국가무형유산 공개행사 제주 큰굿 ‘곱은 멩두’는 단순한 의례적 행사를 넘어, 제주 굿이 지닌 소통과 공동체 형성이라는 장점이 명확히 부각된 공연이었다.

사진=제주큰굿보존회
사진=제주큰굿보존회
사진=제주큰굿보존회
심리학자 칼 융은 신화를 인류의 집단 무의식에서 비롯된 보편적 원형으로 봤다. 제주 신화 ‘초공본풀이’를 바탕으로 하는 ‘곱은 멩두’는 제주 심방(제주도에서 무당을 일컫는 용어)들이 신의 내력을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신을 지금 여기에 살려내는 행위를 구현한다.

굿에서는 신화(본풀이)를 읊어내는 행위를 통해 신이 인간에게 오는 길을 연다. 신을 불러내는 이 작업은 종교적 행위를 넘어 인류가 쌓아온 집단 무의식의 보편적 원형을 재현하고 공유하는 행위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것은 물론, 참여자를 인류 공통의 무의식과 연결한다. 제주에는 1만 8000 여 신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신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제주 사람들은 그 신화를 공유한다. 신화로 공동체를 이룬다.

그래서일까, 이날 본 제주 굿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소통 방식을 갖고 있었다. 심방들은 정해진 말과 사설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간중간 지금의 이야기로 해석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관객과의 간극을 좁힌다. 젊은 관객들을 위해 객석의 어른들과 소통하며 “삼춘 그것 기억남수꽈?”라고 물으며 설명을 더하는 모습은 제주 굿이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열려 있는 구조’임을 증명한다.

더불어 제주 굿은 공동체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탁월한 기능을 수행한다. 사설을 통한 소통은 물론, 굿 자체가 연극적으로 구성돼 있고 그 과정에 관객들과 어우러져 울고 웃는다. 그렇게 판이 하나가 되는데, 신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것이 굿의 이유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신나락 만나락(‘신과 인간이 만나 함께 즐거워한다’는 뜻의 제주방언) 신명은 그렇게 일어나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게 제주민은 서로의 삼촌이 되었나 보다.

사실 제주말 사용으로 언어적 이해가 쉽지 않았다. 이런 문제는 비단 제주어, 제주 굿의 문제만은 아니다. 판소리도, 민요도, 가곡도 한자어와 방언이어서 현재와 소통이 어렵다. 그럼에도 전통을 지켜내느라 많은 예술인이 고민한다. 이날 굿은 옛말과 지금 말, 표준어와 방언의 벽을 어떻게 뚫고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예다.

제주말을 거의 모르는 관객으로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끝까지 웃으며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관객과 최선을 다해 소통하며 판을 만들어가는 심방과 연행자들 덕분이었다. 보존이 중요하다고 믿는 현대의 전통 예술가들, 소통이 존재의 이유이며 유일한 존재의 방식인 줄 알고 고민하는 제주의 심방들. 이 둘의 다름에 대해 분명하게 느낀 시간이었다. 더불어 진한 제주어에 깊이 빠져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진=천재현 공연연출·기획자

김가영 (kky12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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